우승의 기쁨도 잠시… 이제 올림픽 향한 경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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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기쁨도 잠시 김학범호 선수들은 새로운 경쟁에 돌입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3 축구대표팀은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사상 첫 우승을 거뒀다. 조별리그부터 파죽지세로 전승을 달리며 2020 도쿄 올림픽 진출과 함께 AFC U-23 챔피언십 첫 우승을 거머쥐며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한국은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란 대기록을 달성하고 사상 첫 U-23 챔피언십 우승을 거뒀으나 새로운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바로 올림픽 본선에 나설 엔트리를 꾸리는 것이다.


이번 대회 보여준 김학범호의 경기력은 올림픽에 대한 전망을 밝히는 동시에 큰 걱정거리를 안겼다.

경계 없는 로테이션

한국의 가장 큰 특징은 주전과 비주전의 경계가 없다는 것이다. 김학범 감독은 매경기 선발 명단에 많은 변화를 줬다. 이번 대회에서 그라운드를 밟은 선수들은 총 21명이다. 안준수(가고시마)와 안찬기(인천대)를 제외한 모든 필드 플레이어가 출전했다.

단순히 체력 안배를 위한 로테이션이 아니었다. 김학범 감독은 “숫자를 바꾼다고 생각하지만 상대에 따라 분석하고, 그에 맞는 선수를 먼저 내보낸다”라고 밝혔다.

대회가 시작하고 경기를 치를수록 그 걱정은 눈 녹듯 사라졌다. 중국과 조별리그 1차전에서 고전하며 가까스로 1-0 승리를 거둔 이후 철저한 로테이션과 상대에 따른 맞춤 전술로 승승장구했다. 사우디와 결승전까지 전승으로 우승컵을 들었다.

새로운 발견, ‘언성 히어로’ 원두재

김학범호의 '언성 히어로' 원두재는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중원의 새로운 희망을 급부상했다. 이번 대회 중원에 안정감을 주고 공격의 시발점이 되는 활약을 했다. 상대의 공격을 무력화시키는 커팅과 수비 뒷 공간 커버로 한국의 승리를 지켰다. 공격적으로도 기점이 되는 패스로 방향을 잡는 조타수 역할을 했다.

특히 호주전에서 보여준 활약은 기성용(뉴캐슬)을 연상시키게 했다. 수비 라인을 보호하는 움직임, 좌우로 뿌려주는 전개 패스 덕에 안정적인 승리를 이끌 수 있었다.

원두재는 사우디와 결승전에서도 성실한 움직임으로 극적인 1-0 승리와 우승에 한 몫을 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는 이례적으로 대회 최우수선수상(MVP)을 수상했다.

올림픽 최종 엔트리에 포함될 가능성도 높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올림픽에는 18명의 선수만 데려갈 수 있는데 멀티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선수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원두재는 중앙 미드필더는 물론 센터백으로도 뛸 수 있다.

원두재는 이번 대회 전까지 김학범호 선수들 중 국내 팬들에게 가장 낯선 선수였다. 지난 2017년 일본 J2리그 아비스파 후쿠오카에 입단하며 프로 무대를 밟은 후 3시즌 동안 일본에서 활약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중원의 희망으로 떠오른 원두재는 2020시즌을 앞두고 K리그1의 울산 유니폼을 입었다. 원두재는 "K리그는 처음이고 나를 모르는 팬들이 많다. 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나를 알리고 싶다"라는 각오를 밝혔다.

분발 필요한 정우영
정우영은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과 사상 첫 대회 우승의 현장에 있었지만 씁쓸하게 마무리해야 했다. 필드플레이어 중 유일한 해외파이자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정우영은 사우디와 결승전에서 선발 출전했으나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 아웃됐다.

정우영은 당초 한국의 에이스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인천대건고를 졸업한 후 19세의 나이로 독일 분데스리가 최강팀 바이에른 뮌헨에 입단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무대와 분데스리가에 데뷔했다.

정우영은 2019-2020시즌을 앞두고 프라이부르크 유니폼을 입었으나 1군 경기에 한 번도 나서지 못하며 아쉬운 한 해를 보내고 있다.

감각이 떨어진 탓인지 이번 대회에서도 정우영은 부진했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고 요르단-호주전에 결장했고, 사우디전에는 전반만 소화했다.

정우영 스스로도 대회 중반 인터뷰를 통해 “내 자신에게 아쉬운 마음이 크다. 공격수로서 공격 포인트가 있어야 당연하다”라며 자신의 부진에 아쉬워했다.

이제 절반만 살아남는다

올림픽 최종 엔트리에 들어갈 수 있는 선수는 18명뿐이다. 와일드카드 3인과 이강인, 백승호 등 해외파가 합류하면 현재 있는 23인의 선수 중 적어도 10명은 명단에서 탈락한다.

도쿄 올림픽에서 동메달 이상의 성적을 거두겠다고 공언한 김학범 감독은 지난달 28일 입국 기자회견에서 “기준을 정하면 유연성이 떨어진다”라며 ”내가 필요한 자원이면 얼마든지 데려갈 수 있다. 팀에서 잘 못 뛰어도 내가 필요한 선수라면 데려가겠다”라고 밝혔다.

김학범 감독은 출전 횟수가 선발의 기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 못 박았으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선수들은 경기에 나서야 한다. 그 때문에 소속팀에서 경쟁이 곧 올림픽 엔트리 경쟁이라고 할 수 있다.

김학범호의 붙박이 주전이자 주장 이상민도 “축구는 경쟁 속에서 살아간다. 소속팀에서도 그 부분을 이겨냄으로써 좋은 경기력으로 눈도장을 받아야 한다”라며 새로운 경쟁을 받아들였다.

이번 대회 특급 조커로 활약한 이동준(부산)은 “당연히 올림픽에서 뛰고 싶다”라는 의지와 함께 “지금 했던것처럼 팀에 가서 내 역할 충실히 하다보면 좋은 결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극적인 결승골의 주인공 정태욱 또한 “일단 소속팀에서는 내 역할에 충실하고 리그에 전념해야 한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서 더 발전하고 싶다”라는 뜻을 전했다.

/글=이승우 기자 raul1649@osen.co.kr, 사진=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