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팬들은 비시즌에 야구 못지 않은 재미있는 볼거리가 생겼다. 드라마 ‘스토브리그’가 KBO리그를 생생하게 묘사하면서 야구팬들에게 인기다. 남궁민의 명품 연기와 등장인물들의 세밀한 갈등 구조는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도 빠져들게 만들고 있다.
야구팬들은 ‘스토브리그’가 풀어가는 이야기들을 보며 현실과 비교하기도 하고, 자신의 응원팀과 닮은 꼴을 찾으며 드라마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어, 우리팀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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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에서 외야 수비수들의 실수 장면, 내야수들의 어처구니 없는 실책은 프로야구 한화, 롯데의 자료 화면과 데칼코마니 장면이었다. ‘드림즈’가 4년 연속 최하위 구단이라는 설정은 과거 특정팀을 연상하게 했다.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이건 우리 팀 내용이랑 비슷하네’, ‘이건 OOO 선수를 떠올리게 하네’ 등 야구팬들의 피드백이 잇따르며 팬덤이 만들어지고 있다.
국가대표 1선발vs국가대표 5번타자, 트레이드
드라마 초반 드림즈 4번타자 임동규와 바이킹스 1선발 강두기의 트레이드로 야구팬들의 토론에 불을 지폈다. 두산 4번타자 김재환과 KIA 에이스 양현종을 트레이드했다고 보면 된다.
과거 KBO에선 팀 주축 선수 트레이드도 있었다. 1988년 롯데 최동원-삼성 김시진이 포함된 4대4 트레이드, 삼성 장효조-롯데 김용철이 포함된 2대2 트레이드가 있었다. 최동원이 주축이 되어 선수노조를 만들려하자 트레이드로 억압했다. 1998년에는 삼성이 양준혁과 현금을 해태에 주고 임창용 등 선수를 트레이드했다.
총액 30% 삭감
‘스토브리그’에선 권경민 구단주 대행이 백승수 단장에게 구단 연봉을 30%를 삭감하라고 지시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2007년 우리 히어로즈 창단 당시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이장석 구단주가 재정난에 빠진 현대를 인수해 히어로즈를 창단했다. 그러면서 선수단 연봉을 대폭 줄였다. 당시 박노준 단장이 연봉 협상을 지휘하며 전년 보다 35.4% 삭감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드림즈 베테랑 투수 장진우는 억대 연봉에서 5000만원으로 삭감됐다. 과거 FA 대박을 터뜨렸으나 이후 부상, 부진으로 내리막을 탄 박명환, 손민한, 마해영 등은 5000만원 연봉을 받고 재기를 노리기도 했다.
스카우트 비리 등 민감한 부분
‘스토브리그’는 스카우트 비리 등 현실의 치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드림즈의 고세혁 스카우트 팀장은 고등학교 선수의 부모로부터 뒷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해고됐다.
요즘 프로야구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로 ‘드라마’이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구단 내부에서 크로스체크를 하고, 선수의 부모들이 의심스런 상황은 신고를 하기도 한다. 현실에선 몇 년 전까지 고교 지도자들이 대학 지도자에게 선수 진학을 위해 뒷돈을 줘 경찰에 입건되는 사건이 있기도 했다. 요즘은 고교-대학의 스카우트 비리도 근절됐다.
드라마를 위한 극적 상황
물론 드라마의 갈등구조를 흥미있게 보여주기 위해서 현실과는 선을 넘는 극적인 장면도 있기 마련이다. 이를 두고 야구를 잘 모르는 시청자들은 오해를 하기도 한다.
임동규는 자신을 트레이드 시키려는 백승수 단장에 불만을 품고, 야구공으로 위협을 하고 반말로 윽박지르기도 했다. 연봉 협상에서 이견을 보인 포수 서영주는 접대부가 있는 유흥주점으로 단장과 운영팀장을 불러 단장의 무릎에 양주를 쏟아붓기도 했다. 그 유명한 ‘선을 넘는 장면’ 수도권 A구단 단장은 “선수와 연봉 협상을 하러 유흥주점으로 가지는 않는다”고 했다.
박은빈은 여자 운영팀장으로 열연하고 있다. KBO리그에 여자 운영팀장은 지금까지 없었다. 운영팀장의 일을 여성이 하기에는 버거운 현실 그리고 현실에서 운영팀장은 단장이 아닌 감독과 거의 붙어 다닌다.
‘스토브리그’의 촬영 배경은 SK 와이번스의 인천 행복드림구장이다. 제작사는 잠실구장의 LG 트윈스 등에게도 촬영 협조를 제안했으나 SK가 제안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촬영지로 결정됐다. SK는 드라마의 인기로 인해 팬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SK 구단은 정규 시즌이 개막되면 ‘스토브리그’ 출연자인 낭궁민, 박은빈 등의 시구, 드림즈 유니폼과의 콜라보레이션 등 다양한 이벤트를 실시하려고 방송사 및 제작사와 협의하고 있다.
한편 ‘스토브리그’에서 백승수 단장과 드림즈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SK 관계자는 “포스트시즌 경기 장면을 찍으려고 하는데 시기상 촬영의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글=한용섭 기자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