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2020년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이 스프링캠프에서 힘찬 첫 걸음을 내딛는다. 새 팀에서 에이스로 기대를 모으는 류현진(토론토), 계약 마지막 해를 맞이한 추신수(텍사스), 빅리그 데뷔 첫 해인 김광현(세인트루이스), 풀타임 주전 2년차가 된 최지만(탬파베이)이 저마다 큰 목표를 품고 캠프에 들어간다. (이하 한국시간 기준)
토론토 류현진, 플로리다주 더니든 (투수조 2월14일 소집)
7년 몸담은 LA 다저스를 떠나 FA 대박을 터뜨리며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새출발하는 류현진. 4년 총액 8000만 달러는 토론토 역대 투수 중 최고액 계약이다. 연봉 2000만 달러도 올해 토론토 팀 전체 1위에 빛난다. 클레이튼 커쇼라는 절대 에이스가 있던 전 소속팀 다저스와 달리 토론토에선 팀을 대표하는 에이스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 |
7년 전 신인이었던 류현진은 다저스 캠프에서 ‘강남 스타일’ 노래를 부르며 말춤을 추는 신고식을 치렀다. 하지만 이제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베테랑 선수인 만큼 어린 선수들의 ‘멘토’ 역할도 해야 한다. 104마일 강속구를 뿌리는 ‘투수 유망주’ 네이트 피어슨은 “캠프에서 에이스 류현진을 보고 배우고 싶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자타공인 토론토의 에이스로 첫 발을 내딛은 류현진이기에 현지 언론의 관심도 뜨거울 전망이다. 야구 인생 내내 막중한 부담감을 잘 이겨온 류현진이라 이 역시도 크게 걱정되지 않을 듯. 예년처럼 몸을 만들며 시범경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리그와 지구가 바뀐 만큼 자주 맞붙을 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캠프 시범경기에서 토론토는 같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팀으로 ‘전통의 명문’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와 각각 4경기, 2경기 예정돼 있다. 류현진에겐 좋은 탐색전이 될 전망이다.
텍사스 추신수,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야수조 2월17일 소집)
어느덧 추신수에게 7년 계약의 마지막 시즌이 왔다. 지난 2013년 12월 텍사스와 맺은 7년 총액 1억3000만 달러 대형 계약이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6년간 크고 작은 부상 악재로 고생했지만 건강할 때는 꾸준히 제 몫을 해왔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리더십을 인정받으며 텍사스 젊은 선수들의 멘토로 자리 잡았다.
매년 겨울마다 트레이드 루머에 올랐지만 올 겨울은 잠잠했다. 추신수로서도 계약 마지막 해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 매년 익숙하게 찾아왔던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에서 시즌을 준비한다. 홈구장은 서프라이즈 스타디움. 지난 2003년 개장 후 캔자시스티 로열스와 같이 쓰고 있다. 텍사스의 시범경기는 총 31경기. 캠프 기간 하루를 빼고 계속 경기가 치러진다.
2018년 캠프에서 추신수는 타격시 오른 다리를 드는 ‘레그킥’ 타법으로 새로운 시도를 했다. 30대 중반에 과감한 변화를 주며 시즌 때 재미를 봤다. 지난해에는 캠프 중 왼쪽 어깨 관절 염증으로 치료를 받아 잠시 자리를 비우기도 했다.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어깨 수술을 받았고, 재활을 거쳐 캠프를 정상적으로 맞이한다.
베테랑 추신수에게 캠프는 성적보다 컨디션 관리, 부상 방지가 중요하다. 매년 그랬던 것처럼 추신수는 야수조 공식 훈련 시작에 앞서 서프라이즈 캠프에 먼저 들어가 개인 훈련을 할 예정이다.
![]() |
2013년 빅리그 첫 해 류현진도 캠프에서 치열한 선발 경쟁을 벌였다. 당시 다저스에 검증된 베테랑 선발 자원이 많았지만 신인 류현진은 시범경기 7경기(6선발)에서 2승2패 평균자책점 3.29로 호투하며 개막 로테이션에 들었다. 김광현 역시 비슷한 과정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김광현은 세인트루이스 캠프 시작에 앞서 먼저 플로리다주로 건너가 원소속팀 SK의 베로비치 캠프에서 몸을 푼다. 세인트루이스 캠프지인 주피터까지 차량으로 1시간여 걸리는 거리. 친정팀에서 현지 적응을 하며 메이저리그 캠프를 준비한다. 세인트루이스의 캠프 홈구장은 로저딘 스타디움으로 마이애미 말린스와 공유하고 있다. 플로리다주 캠프에서 유일하게 2개팀을 수용할 만큼 규모가 크다.
탬파베이 최지만, 플로리다주 포트샬럿 (야수조 2월19일 소집)
지난해 첫 풀타임 시즌을 성공적으로 치른 최지만은 탬파베이에서 두 번째 캠프를 맞이한다. 어느새 탬파베이의 주전 1루수로 안착했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다. 탬파베이는 올 겨울 장타력을 갖춘 일본인 거포 쓰쓰고 요시토모를 FA 영입했고, 트레이드를 통해 호세 마르티네스도 영입했다. 두 선수 모두 외야 수비가 가능하지만 1루수와 지명타자 자원으로 최지만의 경쟁 후보군에 있다.
최지만에게 경쟁은 매년 있어왔던 일. 지난 2년간 캠프 시범경기에서 맹타를 휘둘렀다. 2018년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27경기 타율 4할9리 3홈런 10타점 OPS 1.245로 활약하며 개막 엔트리에 들었다. 지난해 탬파베이에서도 18경기 타율 3할6푼6리 2홈런 7타점 OPS 1.066으로 호성적을 냈다. 새 팀에서 뭔가 보여줘야 할 경쟁자들에 비해 확실히 우위에 있다.
탬파베이는 플로리다주 포트샬럿에서 캠프를 치른다. 홈구장은 샬럿 스포츠 파크. 탬파베이는 시범경기에서 류현진이 있는 토론토와 3월 5일, 10일, 15일, 20일 총 4경기가 예정돼 있다. 동산고 선후배 류현진과 최지만의 첫 투타 대결을 캠프에서 먼저 볼 수 있을 전망. 같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팀들로 시즌 때도 자주 맞붙는 만큼 시범경기에서 기선제압이 중요하다.
캑터스/그레이프프루트 리그 차이는?
매년 2월 중순 시작되는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는 두 곳으로 나뉜다. 미국 동남부에 위치한 휴양지 플로리다주, 서남부에 자리한 사막지역 애리조나주에 각각 15개 팀들이 집결한다. 기초 훈련부터 시범경기까지, 한 달 넘는 스프링 트레이닝을 통해 새 시즌 농사를 준비한다.
애리조나 캠프는 선인장을 의미하는 ‘캑터스(Cactus)’라는 명칭이 붙었다. LA 다저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콜로라도 로키스, 시카고 컵스, 밀워키 브루어스, 신시내티 레즈,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텍사스 레인저스, 시애틀 매리너스, 캔자스시티 로열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LA 에인절스가 애리조나에 캠프를 차린다.
플로리다 캠프는 자몽을 뜻하는 ‘그레이프프루트(Grapefruit)’라는 이름이 붙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탬파베이 레이스,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필라델피아 필리스, 워싱턴 내셔널스, 뉴욕 메츠,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마이애미 말린스, 휴스턴 애스트로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미네소타 트윈스가 플로리다에 모인다.
/글=이상학 기자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