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시장 분위기가 1년 만에 확 달라졌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대형 계약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올 겨울 FA 시장은 역대급 한파가 몰아치며 몸값 거품이 상당히 제거됐다는 평가다. 구단들이 합리적인 투자를 따지면서 ‘FA 잭팟’, ‘돈방석’이라는 표현은 이젠 옛말이 됐다.
전준우, 안치홍, 김선빈, 오지환 등 FA 시장의 ‘빅4’로 꼽혔던 이들은 과거와 같은 대형 계약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전준우는 3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했고, 2018시즌 33홈런에 이어 지난 시즌 22홈런을 터뜨리며 장타 능력을 과시했다. 2년 전 롯데의 손아섭(4년 총액 98억 원), 민병헌(4년 총액 80억 원) 계약과 비교하면 전준우는 4년 최대 34억 원으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통산 세 차례 2루수 부문 골든 글러브를 품에 안았던 안치홍도 마찬가지. 원소속 구단 KIA와의 협상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았고 롯데와 상호 옵션이 포함된 2+2년 최대 56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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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 FA 프리미엄도 없었다. 롯데는 강민호의 삼성 이적 후 포수난에 허덕였다. 내부 육성보다 외부 수혈이 필요한 상황. 데뷔 첫 FA 자격을 얻게 된 포수 이지영과 김태군의 가치도 자연스레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롯데는 이지영과 김태군에게 각각 조건을 제시했고, 48시간 마감 시간을 둔 뒤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협상 테이블을 접었다. 이지영은 원소속 구단 키움과 계약했고 김태군은 FA 미아 위기에 처했다가 원소속 구단 NC와 재계약을 했다.
한화는 프랜차이즈 스타 김태균을 비롯해 정우람, 윤규진, 이성열 등 내부 FA와 계약을 완료했다. 이 가운데 김태균의 계약이 눈에 띈다. 1년간 계약금 5억 원, 연봉 5억 원 등 총액 10억 원이다. 한화는 김태균에게 계약 기간 2년의 조건을 제시했으나 김태균은 1년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 뒤 재평가받겠다는 의사를 구단에 전달했다. LG 또한 오지환, 진해수, 송은범 등 내부 단속에 성공했다. FA 자격을 재취득한 오재원(두산), 김강민(SK), 박석민(NC), 유한준(KT) 모두 잔류를 선택했다.
반면 1월말 까지 손승락, 고효준(이상 전 롯데)은 아직 거취를 정하지 못한 상태. 타 구단 이적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원소속 구단에 잔류할 가능성이 크지만, 계약 조건을 놓고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는 모양새다. 시간이 흐를수록 선수에게 불리한 상황으로 흘러갈 듯. 구단 측이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올 시즌 뛸 수 없는 FA 미아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FA 시장이 차갑게 식어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구단 모기업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분위기다. FA 선수에게 후한 대우를 안겨줄 여건이 못 된다. 또한 FA 영입보다 내부 육성에 투자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평가. 프로야구 인기도 예전 같지 않다. 지난 시즌 800만 관중이 4년 만에 무너지는 등 열기가 식었다. 인기 하락이 FA 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팬심도 싸늘해졌다. 경기력 저하 뿐만 아니라 팬서비스 논란, 음주운전, 폭행 사건 등 각종 구설수도 악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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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는 FA 취득 기간 단축, FA 등급제 도입 등 제도를 개편했다. 2022년 시즌 종료 시부터 현행 고졸 9년, 대졸 8년인 FA 취득 기간을 고졸 8년, 대졸 7년으로 각각 1년씩 단축한다. 또 FA 등급제는 2020시즌 종료 후부터 실시한다.
신규 FA 선수의 경우 기존 FA 계약 선수를 제외한 선수 중 최근 3년간(2018년~2020년) 평균 연봉 및 평균 옵션 금액으로 순위에 따라 등급을 나누고 등급별로 보상 규정을 완화했다.
A등급(구단 연봉 순위 3위 이내, 전체 연봉 순위 30위 이내)의 경우 기존 보상을 유지하고 B등급(구단 연봉 순위 4위~10위, 전체 연봉 순위 31위~60위)의 경우 보호선수를 기존 20명에서 25명으로 확대하고 보상 금액도 전년도 연봉의 100%로 완화, C등급(구단 연봉 순위 11위 이하, 전체 연봉 순위 61위 이하) 선수의 경우 선수 보상 없이 전년도 연봉의 150%만 보상한다.
만 35세 이상 신규 FA의 경우에는 연봉 순위와 관계없이 C등급을 적용해 선수 보상 없는 이적이 가능하도록 했다. 단 해당 등급은 구단 연봉 순위와 전체 연봉 순위 두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돼야 하나 유예 기간 없이 올해부터 곧바로 시행되는 점을 고려해 시행 첫 해에 한해 한시적으로 전체 연봉 순위 30위 이내일 경우 A등급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두 번째 FA자격 선수의 경우 신규 FA B등급과 동일하게 보상하고, 세 번째 이상 FA 자격 선수의 경우 신규 FA C등급과 동일한 보상 규정을 적용한다. 신규 FA에서 이미 C등급을 받은 선수는 FA 재자격 시 세 번째 FA와 동일하게 보상을 적용한다.
/글=손찬익 기자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