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재팬’ 스프링캠프지에 불어닥친 변화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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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로 시작된 한국과 일본의 정치-경제적인 냉각기는 프로야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됐다.

프로야구단은 날씨가 따뜻하고 야구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일본 오키나와, 미야자키, 가고시마 등에서 해외 전지 훈련을 실시해왔다. 봄, 가을 훈련마다 일본 캠프를 선택하는 구단들이 절반 이상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여름부터 ‘일본 불매 운동’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프로야구단은 당장 지난해 가을 마무리 훈련부터 일본 캠프를 취소했다. 2년 전 8개팀이 마무리 캠프를 일본에서 실시했는데, 지난해 11월에는 단 1팀도 일본으로 떠나지 않았다. 올해 2~3월 스프링캠프에도 ‘No 재팬’의 분위기는 이어진다.

[OSEN=투산(미국 애리조나주), 지형준 기자] 3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투산 키노 스포츠콤플렉스에서 KT 위즈와 SK 와이번스의 연습경기가 열렸다.2번째 맞대결인 이날 KT가 8회 동점을 만들고, 9회 4점을 뽑는 집중력을 보이며 9-5로 역전승을 거뒀다. KT는 연습경기 2승1무2패가 됐고, SK는 1승4패가 됐다.SK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하며 파이팅 하고 있다. /jpnews@osen.co.kr
미국이 대세, 애리조나 리그

지난해까지 일본 오키나와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렀던 한화와 KIA는 올해 미국으로 장소를 바꿨다. 한화는 애리조나, 맷 윌리엄스 감독을 영입한 KIA는 플로리다로 떠난다. SK는 1차 플로리다, 2차 오키나와 캠프 일정을 1차 플로리다, 2차 애리조나로 변경했다. 이렇게 3개팀이 ‘탈일본’을 선택했다.

지난해 NC, KT, 키움 3개팀이 애리조나에서 1·2차 스프링캠프 일정을 소화했다. 키움은 대만으로 장소를 옮기고, NC와 KT는 올해도 애리조나에서 스프링캠프 훈련을 실시한다. 미국 플로리다와 애리조나에서 스프링캠프를 차리는 구단이 5팀이나 된다.

SK가 플로리다에서 애리조나로 2차 캠프를 옮기면 ‘애리조나 연습리그’가 펼쳐진다. 캠프 초반 체력, 기술 훈련 위주로 실시하고 중반 이후에는 연습경기를 통해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고, 외국인 선수들과 새로 합류한 선수들의 기량도 테스트한다.

2월 중순 SK, NC, KT, 한화 4개팀이 애리조나 투산에 모여 서로 팀을 바꿔 가며 하루 2경기씩 연습 경기를 실시할 수 있다. 매년 2월말~3월초 일본에서 ‘오키나와 리그’가 야구팬들의 관심을 모았는데, 올해는 미국의 ‘애리조나 리그’가 이목을 끌 전망이다.

한편 LG는 내년부터 애리조나 리그에 재합류한다. 2018시즌까지 애리조나의 LA 다저스 마이너리그 구장에서 1차 캠프를 치렀던 LG는 계약 기간이 끝나면서 호주로 옮겼다. 그러나 2021년에는 다시 애리조나에 스프링캠프를 차린다. 최근 차명석 LG 단장이 애리조나로 출장을 다녀오면서 스코츠데일의 샌프란시스코 마이너리그 구장과 계약을 마쳤다.

[OSEN=시드니(호주), 이대선 기자] LG 트윈스의 2020 스프링캠프가 4일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 인터내셔널 스포츠파크에서 진행됐다.오는 24일까지 진행되는 호주 스프링캠프에는 류중일 감독 및 코칭스태프 19명과 주장 김현수를 비롯한 선수 48명이 참가한다. LG 선수단은 24일에 귀국한 뒤 26일 2차 전지훈련을 위하여 오키나와로 출국할 예정이다.LG 선수들이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sunday@osen.co.kr
따뜻한 호주는 삼국지
미국 다음으로 호주가 떠오른다. 두산과 LG 그리고 롯데 3개팀이 스프링캠프지로 호주행을 결정했다. 과거에도 호주에서 전지 훈련을 하는 팀들이 있었다.

3팀 모두 이번이 호주 초행길이 아니다. LG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두산은 2015시즌 우승 후 호주에서 2년간 스프링캠프를 보낸 바 있다. 롯데도 2000년대 초반 호주 경험이 있다.

신임 허문회 감독이 이끄는 롯데는 지난해 대만-일본 캠프에서 장소를 바꿔 올해는 호주 애들레이드에서만 스프링캠프를 치른다. LG는 시드니, 두산은 멜버른에 캠프를 차린다.

호주는 넓은 나라다. 시드니, 멜버른, 애들레이드는 국내선을 타고 이동해야 하는 거리, 때문에 호주에서 KBO리그 팀들끼리 연습 경기는 이뤄지지 않는다. 대신 스프링캠프지에 있는 호주 현지 팀과의 평가전을 갖는다.

‘나홀로 일본행’ 삼성의 딜레마

10개 구단은 1월말 스프링캠프를 떠난다. 삼성은 유일하게 일본 오키나와행 비행기를 타게 된다. 삼성은 오키나와 온나손과 장기 계약을 했고, 삼성이 직접 투자해 실내훈련장 등 각종 시설도 마련해놨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캠프지를 바꿔보려고 했지만, 여러 사정으로 불가능했다.

오키나와의 캠프지 중에서 삼성 캠프가 가장 시설이 좋다. 그동안 타팀의 부러움을 받았지만, 일본 불매 운동이 거세지면서 삼성은 괜히 야구팬들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진다.

연습 경기 위주의 2차 캠프를 위해 2월말 일본에 잠시 들어갔다가 귀국하는 구단도 있다. 두산과 LG다. 두산은 미야자키에서, LG는 오키나와에서 2차 캠프를 치른다. 그동안 일본 지자체와 계약 관계가 있어 갑자기 관계를 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글=한용섭 기자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