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 류현진(33)과 김광현(32)이 메이저리그에서 만난다. 류현진은 토론토 블루제이스, 김광현은 세인트루이스에서 새로운 시즌을 맞이한다. 기대와 걱정이 공존하는 2020시즌 두 투수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류현진, 이제는 토론토 1선발
류현진은 2013년 LA 다저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이후 7년간 다저스에서만 뛰었다. 이번 겨울 FA 자격을 얻은 류현진은 토론토와 4년 80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내년에는 익숙한 미국 서부를 떠나 캐나다에서 새로운 시즌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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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 지구와 팀 전력도 완전히 달라진다.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7년 연속 지구우승을 기록한 최강팀이다. 게다가 선발투수를 7~8명 정도 쌓아두는 다저스의 성향상 체력적으로 관리를 받기도 쉬웠다.
하지만 토론토에서는 에이스를 맡아야 한다. 토론토가 류현진에게 투자한 4년 8000만 달러는 토론토 역사상 세 번째로 큰 계약이다. 토론토가 류현진에게 거는 기대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만큼 류현진의 어깨도 무겁다.
류현진이 뛰게 될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는 메이저리그에서도 가장 치열한 지구로 꼽힌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명문팀이자 최고의 라이벌인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가 있다. 메이저리그 트렌드를 선도하는 탬파베이 레이스가 최근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리빌딩을 진행하고 있어서 비교적 쉬운 상대지만, 홈구장 캠든 야즈는 타자 친화구장이기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류현진은 2019시즌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1위(2.32)를 차지하며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2위에 올랐다. 최고의 활약을 펼친 류현진에게 아메리칸 동부지구는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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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후반과 2010년대 초반 류현진과 함께 KBO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로 활약한 김광현은 류현진보다 먼 길을 돌아왔다. 하지만 포스팅을 통해 세인트루이스와 2년 800만 달러 계약을 맺으며 마침내 메이저리그 진출이라는 꿈을 이뤘다.
세인트루이스와의 계약은 더할 나위 없이 최고의 선택이다. 세인트루이스는 이미 오승환이라는 특급 코리안리거와 함께한 경험이 있다. 또 지난 시즌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우승을 차지하고 내셔너릴그 챔피언십 시리즈까지 올라간 강팀이다. 그러면서도 확고한 1-4선발(잭 플래허티, 마일스 마이콜라스, 다코타 허드슨, 아담 웨인라이트)과 달리 마이클 와카가 떠난 5선발 자리는 공석으로 비어있어 김광현이 선발투수 기회를 잡기 어렵지 않은 상황이다.
다저스나 양키스 같은 빅마켓 구단이 아닌 세인트루이스에 2년 800만 달러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계약이다. 세인트루이스가 추가적인 영입을 하지 않는다면 김광현은 팀 내 투수 중 연봉 6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선발투수 중에서는 마이콜라스(1700만 달러), 웨인라이트(500만 달러)에 이어서 세 번째로 높다. 세인트루이스가 김광현을 선발투수로 보고 있다는 것은 계약 규모로 확실히 알 수 있다.
내년 세인트루이스의 5선발 경쟁을 벌일 수 있는 선수로는 김광현 외에도 카를로스 마르티네스, 다니엘 폰세 데 레온, 헤네시스 카브레라, 제이크 우드포드, 오스틴 워너 등이 있다. 주목할 점은 세인트루이스의 기존 선발진과 후보 중에서 좌완투수는 김광현, 카브레라, 워너 뿐이라는 것이다. 이중 카브레라는 선발보다는 불펜 활용 가능성이 크고, 워너는 아직 빅리그 데뷔조차 불투명한 유망주다. 결국 제대로 된 좌완 선발투수는 김광현 뿐이다. 세인트루이스가 김광현에게 적극적으로 선발 기회를 줄 가능성이 큰 이유다.
류현진 vs 김광현, 꿈의 맞대결은?
류현진과 김광현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지만 실제로 리그에서 맞대결을 벌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2010년 5월 23일 두 투수가 선발투수로 예고됐지만 우천으로 경기가 취소되면서 맞대결이 무위로 돌아갔다.
한국에서도 보지 못했던 류현진과 김광현의 맞대결을 메이저리그에서 볼 가능성이 생겼다. 토론토와 세인트루이스는 서로 다른 리그에 속해있다. 하지만 내년 인터리그 일정에서 4차례 만날 예정이다. 6월 2일(이하 한국시간)부터 세인트루이스 홈구장 부시 스타디움에서 2경기, 8월 19일부터 토론토의 홈구장 로저스 센터에서 2경기를 치른다.
류현진과 김광현의 선발 맞대결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두 투수의 등판일정이 맞아야 한다. 각각 2연전의 짧은 일정이기 때문에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야구의 신이 한국 최고의 에이스 류현진과 김광현의 맞대결을 허락할지 기대된다.
/글=길준영 기자 fpdlsl72556@osen.co.kr, 사진=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