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택(58) 총감독은 찬란한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 양궁 대표팀의 총사령관이다. 1999년부터 대표팀과 연을 맺은 그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 여자팀의 코치로 참가하며 첫 닻을 올렸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여자팀 감독을 거쳐 2012년 런던 올림픽에 남자팀의 감독으로 출전했다. 그리고 올해 2월 대표팀의 총감독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한국 양궁도 새 수장과 함께 새 역사 창조에 나선다. 한국 양궁은 2016년 리우 올림픽서 사상 최초로 전 종목 석권의 금자탑을 쌓았다.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을 모두 제패하며 금메달 4개를 싹쓸이했다. 도쿄 올림픽에선 혼성전이 정식 종목으로 추가된다. 리우 역사 창조를 넘어 도쿄서 5개 전 종목 석권의 신화 창조를 꿈꾼다.
여자팀은 세대교체, 남자팀은 기존 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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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선택 감독은 “장혜진의 탈락은 아쉽지만 세대교체가 된 것은 바람직하다. 역대 올림픽서 새로운 선수가 메달을 많이 땄다. 개인전 2연패도 없었다”면서 “올해 여자팀서 가장 잘하는 선수는 강채영이다. 월드컵도 잘하고 세계선수권도 2위를 했다. 신예 중엔 7월 베를린 월드컵과 일본 프레 올림픽서 우승한 안산(광주체육고)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남자팀은 이우석(국군체육부대), 오진혁(현대제철), 김우진(청주시청) 등 기존 얼굴들이 강세를 보였다. 오선택 감독은 “김우진은 늘 기대하는 선수다. 2차 선발전 1위를 차지한 이우석과 리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이승윤(서울시청)도 있다”며 “김필중(한국체대), 남유빈(배제대) 같은 친구들은 앞으로 올라올 수 있는 선수다. 훈련 기록도 괜찮다. 충분히 최종 선발될 수 있는 이들”이라고 기대했다.
한국의 대항마
한국은 올해 6월 현대세계양궁선수권대회서 리커브 혼성전 금메달에 만족했다. 리커브 여자 단체전은 대만에 패해 은메달의 아쉬움을 삼켰다. 대만은 금메달 3개와 동메달 1개를 차지하며 도쿄 올림픽서 한국의 강력한 대항마로 떠올랐다. 중국, 미국, 유럽의 성장세도 경계대상이다. 오선택 감독은 “여자팀은 대만과 중국을 경계해야 한다. 중국 총감독이 한국인이다. 중국이 한국 양궁을 따라오기 위해 최근 한국인 지도자들을 데려가고 있다. 대표팀 감독과 코치까지 한국인을 쓸 것으로 안다. 그동안 자존심 때문에 한국인 지도자를 쓰지 않았지만, 이젠 어느 정도 기록이 나올 것 같다”고 전망했다.
오선택 감독은 “남자팀은 미국의 브래디 앨리슨을 경계해야 한다. 개인전 세계랭킹 1위다. 올림픽 우승을 못하다는 징크스가 있지만 올해 세계선수권 우승을 했다. 이번 올림픽에선 잘할 것 같다. 이탈리아와 터키에도 경계할 선수가 있다”고 경계했다.
한국은 11월 태국 방콕서 열린 아시아선수권서 금메달 9개를 차지하며 종합우승했다. 컴파운드 혼성전을 제외하고 전종목을 석권하며 대회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오선택 감독은 “세계선수권 뒤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는 걸 알았다. 지도자와 선수들의 부족한 보완하려고 2박 3일간 워크샵을 가서 단합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지도자들과 선수들 간에 신뢰가 많이 생겼다. 한국 양궁이 경기력으로 세계를 제패했지만 앞으로 심리, 체력, 영상분석, 의무 등에 초점을 맞춰서 선수들에게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지원하려고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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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에서 심리적인 부분만큼 중요한 게 없다. “스포츠과학연구원과 연계해 10년 동안 스포츠 심리를 관리해왔지만 부족하다고 느꼈다. 선수촌에만 있으면 답답하다. 양궁 자체가 가늘고 길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하루종일 훈련을 해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상당히 피폐해져 있다. 공연도 보여주며 문화생활도 하려고 추진하고 있다. 스포츠 심리 외에 일반 심리도 관리해서 마음 속도 보강해주려고 한다. 선수촌서도 SC(스페셜 케어) 프로그램으로 지원을 많이 해준다. 물리치료사와 심리치료사 등 충분한 지원을 해서 올림픽에 출전할 것이다.”
한국 양궁은 크리스마스 때도 구슬땀을 흘렸다. 12월 30일엔 태백산에, 1월 1일엔 함백산에 올랐다. 오선택 감독은 “양궁은 결국 자신감이다. 불안감이 없어져야 한다. 하루종일 활만 쏘면 임팩트가 없다. 한 발 쏘는 데 자신이게 20초, 상대에게 20초가 주어진다. 순간적으로 겨울에 어떤 훈련을 했는지 머릿속에 스쳐가기 때문에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12월 6일 영하 8도의 날씨에 선수들과 함께 한강 야간행군을 했다. 나도 선수들과 함께 22km를 걸었다. 정상에 섰을 때 쾌감을 느껴보게 하는 것이다. 양궁은 자신감을 갖기 위해 임팩트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 선수들도 만족해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선택 감독은 아시아선수권 호성적에도 보완할 점이 있다고 했다. “부족한 점을 채워 나가야 한다. 선수들의 운영 능력이 부족하다. 바람이 불면 오조준 하는 등 상황 대처 능력이 부족하다. 남녀팀 모두 경기를 통해 숙지시켜야 한다. 도쿄 올림픽 분석은 끝났다. 바람, 방향, 온도, 습도는 분석했다. 옷도 습도에 강하고 여름에 덥지 않은 원단으로 바꾸려 한다. 도쿄 올림픽 때 기온은 35~36도, 습도는 70~80% 가까이 올라간다. 바람 방향도 거의 6시에서 12시로, 남풍에서 남동풍으로 분다. 이를 대비하며 훈련하고 있다.”
도쿄 올림픽 신화를 향해
리우 올림픽의 전 종목 석권 신화는 부담으로 다가온다. 오선택 감독은 “올림픽 금메달을 4개 딴 뒤에 감독으로 가면 당연히 부담된다. 한국 양궁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부터 항상 위기라고 했다. 런던 올림픽 때도 어렵다고 했는데 금메달을 3개 땄다. 리우 올림픽은 선수 선발이 잘되어서 모두가 절호의 기회라고 했다. 올해도 선수 선발이 어떻게 되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다. 큰 대회에 자신감 있고 멘털이 강한 선수가 뽑힌다면 유리하다”고 했다.
한국 양궁은 새 역사 창조를 꿈꾼다. 도쿄 대회부터 혼성전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돼 사상 처음으로 5개의 금메달을 조준한다. “양궁은 대회 개막일인 7월 24일부터 시작된다. 첫 날 랭킹라운드 뒤 곧바로 2일째에 혼성전 금메달이, 3~4일째에 단체전 금메달이 나온다. 단체전만 따면 개인전은 무난할 것 같다. 혼성전은 선수 구성을 놓고 경기력향상위원회와 감독님들과 함께 고민하고 있다. 랭킹라운드 1위가 혼성전에 나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올림픽 양궁 역사상 첫 3관왕이 나올 지도 관심사다. 오선택 감독은 “그간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들이 메달을 딴 적이 없다. 토너먼트는 또 다르다. 대회에 가서 며칠 동안 컨디션이 정말 중요하다. 상황마다 경기운영 능력도 중요하다. 리우나 런던 땐 바람이 많이 불었다.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오선택 총감독이 바라보는 도쿄 올림픽 전망은 어떨까. “코치와 감독으로 갔을 땐 선수들과 관련된 부분만 챙기면 됐다. 총감독은 전체를 운영하다 보니 부족한 점이 많이 보인다. 대회 가서 설사와 감기로 고생하면 훈련한 게 무용지물이 된다. 지금까지 사후처방이었다면 이젠 예방하는 차원서 의무와 물리 치료를 한다. 멘털이 부족한 선수도, 영양이 부족한 선수도 따로 챙겨주고 있다.”
오선택 총감독은 도쿄를 넘어 더 큰 것을 바라보고 있다. “한국 양궁은 세계 최고다. 금메달 방어전을 해야 한다. 우린 새로운 도전이라는 생각을 한다. 도쿄에 걸린 금메달이 5개다. 목표는 크게 잡으라고 했다. 리우 때처럼 전관왕을 목표로 할 것이다. 대표팀에 들어올 때마다 아직도 부족하다고 느낀다. 태릉에 있다가 진천에 온 지 몇 년 안됐다. 새로운 진천 시대를 맞이해서 대표팀의 운영 방안이나 기틀을 마련하는 게 목표다. 모든 자료를 모바일로 만들려고 한다. 데이터를 구축해 10~20년 남아 있어야 후배들한테도 좋다. 새로운 시대를 맞아서 실력만 세계 최고가 아니라 시스템도 세계 최고로 만들고 싶다.“
/글=이균재 기자 doly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