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팬들이 들으면 깜짝 놀랄 주장이 제기됐다. 지금까지의 스트레칭은 근력을 약화시켜 오히려 비거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이천 엘리야병원 김기성 원장이 제기했다. 정확히 말하면 김기성 원장이 소속된 ‘대한골프의학연구회’의 연구 결과로 도출된 이론이다.
‘대한골프의학연구회’는 김기성 원장을 비롯해 20여 명의 정형외과 의사들이 이사진을 구성하고 있다. 여기에 다수의 전/현역 프로골퍼와 관련분야 전문가들이 고문과 자문역을 하고 있다. 김기성 원장은 이 연구회에서 학술부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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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김기성 원장에게는 의술과는 무관해 보이는 자격증이 하나 있다. 바로 골프 티칭 프로 자격증이다. 지난 2000년 취득한 자격증(USGTF)이다. 진천 성모병원에 몸담고 있던 1999년께 토범재단이라는 곳에서 김기성 원장과 함께 진천 지역에 골프클리닉 또는 골프대학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한 적이 있었는데, 티칭 프로 자격증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해서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한다. 챔피언티에서 76타 미만을 쳐야 하고 실기 통과 후에는 이론교육 이수와 논문도 써야하는, 꽤나 지난(至難)한 과정이 필요한 자격증이다. 골프대학 설립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골프에 대한 열정과 자격증은 남았다.
의사들 중에는 김기성 원장처럼 골프를 좋아하는 이들이 많다. 전공이 그러하다 보니 정형외과 전문의들과 친교가 많을 수밖에 없었는데, 3~4년전 정형외과 전문의들이 골프발전을 위해 무언가 뜻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계기가 마련된다. 바로 LPGA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인비의 손가락 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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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를 치러 가면 티오프를 하기 전에 캐디의 지도 아래 준비 운동을 한다. 어깨와 허리, 목을 돌려주고, 손목과 발목의 근육을 풀어주는 게 대부분이다. 그런데 개별 동작을 보면 근육을 기지개 켜듯 늘려주는 쪽에 치중하고 있다. 허리를 천천히 아래쪽으로 굽히거나, 한쪽 팔로 다른 쪽 어깨를 감싸며 천천히 허리를 돌리는 식이다. 그런데 이 같은 스트레칭은 모두 ‘정적인 스트레칭’에 속한다. 정적 스트레칭은 운동을 한 후에 근육을 안정시켜주기 위해 하는 운동이다. 운동 전에 하면 근육에 손상을 줘서 근력을 약화시키고 부상을 유발한다.
경기 전에는 ‘동적인 스트레칭’을 해야 근력을 유지할 수 있고 부상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고 한다. 대한골프의학연구회는 골프를 하기 전 꼭 필요한 스트레칭 방법을 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올려 놓았다. ‘골프 운동 전 동적스트레칭-대한골프의학연구회&리셋재활의학과’라는 제목의 영상이다.
모두 11가지 ‘동적 스트레칭’ 방법이 소개돼 있는데 ‘손목과 팔 회전’ ‘앞뒤꿈치 번갈아 들었다놨다 하기’ ‘목으로 누운 8자 그리기’ ‘어깨 좌우로 반원 크게 그리기’ ‘손끝으로 반대쪽 발끝 닿기’ ‘양팔 앞으로 들고 수평회전 운동하기’ 등이다.
그냥 제목만 보면 “뭐가 달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스트레칭에는 기본적으로 ‘역동성’이 있다. ‘어깨 좌우로 반원 크게 그리기’를 예를 들면 마치 에어로빅을 하듯, 양팔을 위에서 아래로 좌우를 오가며 반원을 그리며 흔든다. 근육을 잡아당겨 늘리는 동작이 아니다. 빠르게 움직이며 근육에 생기를 불어넣는 동작이다. 마지막 11번째 동작은 골프 채를 들고 반스윙/풀스윙 반복하기다. 일반적으로 골프장에서 해 왔던 스트레칭과는 많이 다르다.
대한골프의학연구회 워크숍에는 현역 프로골퍼들도 참여하고 있는데, 눈에 띄는 선수가 있다. 2019 시즌 KLPGA 신인왕 조아연(19, 볼빅)이다.
그런데 이 어린 선수가 골프 의학을 연구하는 이들을 위해 재능기부로 동참하고 있었다. 모든 게 똑 부러지는 조아연은 “어렸을 저는 항상 잦은 부상에 대한 염려를 가지고 생활을 했습니다. 운동선수로서 부상을 제대로 치료를 하지 못하거나 예방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앞으로의 선수 생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초등학교 때부터 몸 관리에 항상 많은 신경을 쓰면서 지냈습니다. 그러던 중 대한골프의학회라는 곳을 알게 되었고, 재능기부 형식의 제안을 받아 오히려 감사한 마음으로 참가를 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한다.
조아연은 김기성 원장과의 이런 인연으로 이천 엘리야병원의 공식 후원선수가 됐다. 조아연의 왼쪽 팔뚝에는 ‘엘리야병원’ 홍보 배너가 부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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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하게 프로골퍼의 스윙을 따라해서는 안 되고 나이와 신체 조건에 맞는 스윙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레슨 프로들도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를 알고 레슨을 할 필요가 있다. 아마추어가 프로선수들의 ‘코일링’을 함부로 흉내 내다보면 치명적인 허리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
김기성 원장은 일반인들은 무엇보다 부상 방지에 힘써 줄 것을 당부한다. 손목 부상을 위한 보호대 착용 같은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한골프의학연구회 이상진 이사님이 개발한 제품인데, ‘피코밴드’라는 게 있다. 신경과 힘줄은 누르지 않고 요골과 척골만 압박해 주는 손목보호대다. 이런 제품으로 부상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골프는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운동이기 때문에 다치지 않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골프 마니아가 부상 때문에 필드를 나가지 못한다면 그 보다 더 불행한 일이 또 있을까? 프로들은 골프가 생업이기 때문에 부상 방지는 선수생명과 직결된다. 골프의학연구회가 프로 골퍼와 일반인들이 더 오래, 더 건강하게 골프를 즐기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글=강희수 기자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