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케미’ 보여준 김경문호, 2020 도쿄올림픽 간다! 2008 베이징 ‘금메달’ 영광 또 한 번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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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에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김경문 감독은 다시 한 번 올림픽에 나서야 하는 과업을 수행해야 했다. 부담스럽고 막중한 자리, 누구도 쉽게 맡으려고 하지 않는 ‘독이 든 성배’의 자리를 김경문 감독은 11년 전처럼 기꺼이 받아들었다.

그리고 ‘김경문호’는 과업을 완수하는데 성공했다. ‘2019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 대회에서 준우승을 거뒀다. 이 대회에 걸려있던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의 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한국 야구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12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나서게 됐다.

역대급 케미스트리 보여준 ‘김경문호’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김경문 감독이 이끈 대표팀의 막내 라인들이 이젠 대표팀의 주축 멤버로 성장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2008년 당시 막내였던 김현수(LG)는 프리미어12 대회 대표팀 주장을 맡았다. 마운드의 영건이었던 김광현(SK)은 한국을 대표하는 에이스로 성장해 돌아왔다.

아울러 1987년생 선수들을 필두로 고참 라인이 형성되면서 그 어느때보다 화기애애한 케미스트리를 과시할 수 있었다. 최고참은 박병호(키움), 최정(SK)이었지만 김현수, 양의지(NC), 민병헌(롯데), 황재균(KT), 차우찬(LG)의 동갑내기들이 역대 최고 분위기를 주도했다.

‘이대호-정근우는 잊자’ 성공적인 세대교체

대표팀의 전체적인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태극마크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도 중압감 대신 편안함으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었다. 더 이상 이대호, 정근우 등 국가대표 터줏대감들을 그리워 할 필요가 없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첫 태극마크를 단 선수는 7명. 이승호(키움), 고우석(LG), 하재훈(SK), 문경찬(KIA), 이영하, 박세혁(이상 두산), 강백호(KT)다. 이들 외에도 만 26세 이하 선수들인 이정후, 김하성, 조상우(이상 키움), 함덕주(두산), 박민우(NC)가 있었다. 패기로 무장한 미래의 대표팀을 미리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정후는 대회 내내 맹타를 휘두르며 국가대표 단골 승선을 예약했다. 대회 타율 3할8푼5리(26타수 10안타) 4타점 5득점의 성적. 김하성은 유격수 자리를 책임지며 공수에서 안정감을 뽐냈고 내야 사령관으로 성장했다. 타율 3할3푼3리(27타수 9안타) 1홈런 6타점을 기록했다. 이정후와 김하성은 각각 외야수와 유격수 부문 대회 베스트 11에 선정 됐다. 투수진에서는 이영하가 돋보였다. 대표팀 필승조 역할을 하면서 가장 많은 5경기 등판해 1승 평균자책점 1.08(8⅓이닝 1자책점)으로 한국 마운드의 미래로 떠올랐다.

올림픽 출전권은 땄지만…9개월의 과제는 산적
이번 대회에서 도쿄올림픽 출전권 획득이라는 목표는 달성했다. 도쿄올림픽까지 남은 약 9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체크해야 할 부분들이 산적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일단 일본과의 선수층 차이를 다시 한 번 절감했다. 일본 역시 세대교체의 시기라는 것은 한국과 마찬가지였는데, 등장하는 선수들의 면면을 한국은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일본과의 결승전 7~9회가 대표적이었다. 마지막 3이닝을 책임진 1996년생 카이노 히로시(소프트뱅크), 1998년생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릭스), 1992년생 야마사키 야스아키(요코하마)는 모두 150km 중후반의 강속구를 손쉽게 뿌렸고 이닝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한국에는 조상우가 150km 강속구를 뿌리는 불펜 자원이었고 의존도도 컸다. 그러나 일본은 조상우급 투수가 3명 이상이었다. 더 이상 일당백의 정신으로 일본을 상대하는 모습은 한국으로서도 달갑지 않다.

일본과 격차는 여전했지만 다른 국가들과의 전력차는 좁혀졌다. 특히 한 수 아래로 여겨졌던 대만은 탄탄한 조직력으로 한국을 압도했다. 슈퍼라운드 2차전에서 한국은 대만에 0-7 완패의 ‘지바 참사’ 수모를 당했다.

프로 선수가 출전한 성인 대표팀 무대에서 대만전 최다 점수차 패배. 탄탄한 조직력과 강력해진 투수진 등 대만 야구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울러 멕시코, 호주, 캐나다 등 야구의 ‘제3지대’ 국가들의 전력도 만만치 않았다. 야구 종주국 미국이 시종일관 고전하며 대회 4위에 머물렀고, 슈퍼라운드 진출 국가들이 서로 물고 물리는 치열한 순위 싸움을 펼쳤던 것을 감안하면 세계 야구계의 평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준비를 단단히 하지 않으면 올림픽 본선에서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글=조형래 기자 jhrae@osen.co.kr, 사진=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