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2019시즌이 끝났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2)이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섰다. FA 자격을 얻어 시장의 평가를 받는다. LA 다저스와 인연을 계속 이어갈지, 아니면 새로운 팀에서 도전에 나설지 주목된다. 올 겨울 뜨거운 관심을 모을 류현진의 미래, 과연 어떻게 될까.
다저스 잔류가 최상이지만…
류현진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는 좋은 대우로 다저스에 남는 것이다. 지난 2013년부터 7년간 몸 담은 다저스는 류현진에게 최고의 팀이었다. 미국 내 한인 최대 거주지인 LA는 기후도 온화해 류현진의 빠른 적응을 도왔다. 투수 친화적인 홈구장 다저스타디움, 7년 연속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으로 언제든 월드시리즈 대권을 노릴 수 있는 팀, 대도시 빅마켓 구단으로 높은 인기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그러나 다저스 팀 상황상 류현진이 만족할 만한 계약 조건을 제시하기 쉽지 않다. 다저스는 지난 2015년 앤드류 프리드먼 야구부문 사장 체제에서 1억 달러 이상 고액 계약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의 연장 계약도 3년 9300만 달러로 1억 달러를 넘지 않았다. 프리드먼 사장은 시즌 후 다저스와 5년 계약이 만료됐지만 곧바로 재계약에 성공, 내년 다시 월드시리즈에 도전할 전력 구성에 들어갔다.
지속 가능한 강팀을 목표로 하는 프리드먼 사장은 FA 선수들과 고액, 장기계약을 기피한다. 게다가 내년 다저스에선 커쇼를 비롯해 워커 뷸러, 마에다 겐타, 훌리오 유리아스, 로스 스트리플링, 더스틴 메이, 토니 곤솔린 등 선발투수 자원이 차고 넘친다. 다저스로선 류현진이 잔류하면 좋지만 굳이 목 맬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류현진을 노릴 만한 팀들은
다저스가 대형 계약을 제시할 가능성에 낮음에 따라 현지 언론에선 류현진의 이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올 시즌 평균자책점 부문 메이저리그 전체 1위(2.32)에 오르며 사이영상급 성적을 낸 류현진의 가치도 최고조에 올라있다. 선발투수가 부족한 팀에선 류현진을 충분히 탐낼 만하다.
![]() |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우승을 차지했으나 디비전시리즈에서 뉴욕 양키스에 3전 전패 탈락한 미네소타 트윈스도 공개적으로 특급 선발 영입을 목표로 선언했다.
이외에도 추신수가 뛰고 있는 텍사스 레인저스를 비롯해 필라델피아 필리스, 뉴욕 메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선발투수가 필요한 팀에서 류현진의 이름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검증된 선발투수 류현진에게 상당수 구단이 관심을 갖고 접촉할 것으로 전망된다.
![]() |
류현진의 에이전트는 구단들에 ‘악마’로 통하는 스캇 보라스. 이번 FA 시장 투타 최대어 게릿 콜(휴스턴), 앤서니 렌던(워싱턴)도 고객으로 두고 있다. 옵트 아웃으로 FA 시장에 나올 게 유력한 투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워싱턴)까지, 벌써 올 겨울 메이저리그 FA 시장의 최고 승자는 보라스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보라스는 이미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특급 선발투수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최근 FA 시장 침체가 특급 선발투수들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다”며 “구단들이 10월 가을야구에 큰 변화를 이끌 수 있는 1선발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 FA 시장에서 1선발 투수들의 수요가 높아질 것이다”며 애드벌룬을 띄웠다. 류현진도 웬만한 팀에선 1선발을 맡을 수 있는 투수다.
보라스는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FA 대박 계약에 늘 존재했다. 지난 2002년 박찬호가 다저스를 떠나 텍사스로 이적하며 5년 6500만 달러 대박을 쳤다. 2014년에는 추신수가 신시내티 레즈를 떠나 텍사스와 7년 1억3000만 달러 대박 계약을 맺었다. 선수 가치를 최고로 포장하며 원하는 조건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보라스의 ‘벼랑 끝’ 협상 전략이라면 류현진에게도 대박 계약을 안길 수 있을 것이다.
/글=이상학 기자 waw@osen.co.kr
/사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