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외교에 앞선 얄팍한 자존심. ‘요지경’ 북한의 양면성이 스포츠 교류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지난 19일 2019 아시아 유소년·주니어 역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선수단이 대회가 열리는 북한 평양에 입성했다. 이어 지난 20일 평양 청춘가역도경기장에서 열린 개회식에 참석했다.
이번 대회에는 아시아 15개국의 217명의 유소년, 주니어 선수들이 참가했다. 역도 강국 중국이 불참했고, 한국은 참가국 중 최다인 38명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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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역도선수권 대회에서 한국의 공동 취재단 2명(취재기자 1명, 사진기자 1명)의 입국을 허락했다. 평양 현지의 취재진은 북측의 협조 아래 취재를 마쳤다.
대한역도연맹 관계자는 “실시간으로 연락이 되지는 않았다”라면서 “지난 달 태국에서 열린 세계역도선수권대회에서 북측과 만나 비자 발급 문제를 논의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북한의 대우는 축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앞서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서 치러진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북한과 경기를 가졌으나 비상식적인 대우에 울어야만 했다.
한국과 북한의 월드컵 경기는 시작 전부터 전 세계의 시선이 쏠렸다. 외신에서도 경직된 남북 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해줄 것이라 기대했으나, 비상식적인 북한의 행동에 모두 물거품이 됐다.
북한은 한국 취재진과 응원단의 입국을 허락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중계 협상마저 거부했다. 심지어 국제축구연맹(FIFA)과 아시아축구연맹(AFC)도 모르게 당일 무관중으로 경기 진행을 경정했다.
취재과 중계, 그리고 관중도 없이 ‘3무’로 진행된 깜깜이 경기는 대한축구협회(KFA)에 위치한 상황실을 통해 교체, 경고 등 극히 제한된 정보만이 전달됐다. 녹화영상이 선수단 입국할 때 전달됐지만 중계권 문제로 녹화 중계가 무산되고 취재진을 대상 상영회만 개최됐다.
선수들에 대한 대우도 좋지 못했다. 북한으로 향했던 대표팀은 휴대폰, 도서 등을 휴대하지 못했고, 현지에서도 감시를 받으며 생활했다. 입국 후 호텔에 짐도 풀지 못한 채 곧장 경기장으로 이동해 훈련을 진행하는 등 빠듯한 일정을 소화해야만 했다.
경기 내용도 최악이었다. 경기 영상을 직접 확인한 한 취재진은 “경기 시작부터 날라차기와 박치기가 오갔다. 안 다치고 돌아온 것이 다행이었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선수들 역시 북한이 거친 경기를 했다고 증언했다.
입국 기자회견에서 김진수는 “북한 선수들이 예민하게 반응했다. (황)인범이 한 대 맞았다. 때리려고 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아쉬움이 컸다. 심지어 계속 욕더 하더라”라고 털어놨다.
‘주장’ 손흥민도 “이기지 못한 건 아쉽지만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돌아온 것만으로도 너무나 큰 수확일 정도로 상대가 거칠었다. 우리는 그렇지 않았는데 북한 선수들이 예민하고 거칠게 반응했다”라고 설명했다.
아무리 남북 관계가 시시각각 변한다지만 불과 1주일 사이에 축구 대표팀과 역도 대표팀은 전혀 다른 대우를 받았다. 이러한 북한의 양면성은 스포츠 외교의 본질을 무시하고 자국의 우수함을 강조하려는 목적이 의심된다.
북한은 세계 역도계에서 손꼽히는 강국이다. 지난달 태국서 열린 세계역도선수권대회에서 종합 2위(금 2, 은 4, 동 3)를 차지한 역도 강국이다. 자연스럽게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를 통해 한국보다 북한의 선수들이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다.
하지만 축구에서는 전혀 딴판이다. 한국이 FIFA 랭킹에서 39위, 북한은 115위이다. 말 그대로 북한이 한국에 전력만 따지고 보면 절대 열세다. 최대한 결과를 숨기기 위해 취재진과 중계, 관중 없이 경기를 진행했다고 의심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북한의 양면적인 태도로 인해 AFC는 지난 22일 북한 4.25 축구단과 레바논 알 아헤드의 AFC컵 결승전 개최 장소를 평양서 중국 상해로 변경했다. 당시 AFC는 “마케팅과 방송 중계가 쉽지 않아 중립 지역서 경기한다”라고 밝혔다.
북한은 자국이 뛰어난 역도는 한국 취재진을 초청했지만, 축구에선 취재와 중계, 심지어 관중조차 입장시키지 않으며 신뢰를 깨트렸다. 앞으로 남북한 스포츠 교류에 빨간불이 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글=이인환 기자 mcado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