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 노쇼 논란, 그 후 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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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유벤투스)의 노쇼 논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7월 26일은 한국 축구 팬들의 분노가 극에 달한 날이다. 유벤투스와 팀 K리그는 26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친선전을 하려고 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세계적인 ‘슈퍼스타’ 호날두를 통해 오랜만에 찾아온 K리그의 붐을 확산시키려고 했다. 호날두와 유벤투스도 실전감각과 금전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호날두가 2007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방한한 뒤 12년 만에 재방문한다는 소식에 한국 축구 팬들도 한 달 전부터 오매불망 그를 기다렸다. 7월 3일 입장권 판매 개시 2시간 만에 6만 5천 장의 티켓이 동났다.


그러나 K리그를 기만한 유벤투스와 호날두의 몰상식한 행동에 축구 팬들의 꿈은 산산조각 났다. 유벤투스 선수단은 서울시의 교통체증에 발이 묶이면서 제 시간에 경기장에 도착하지 못했다. 8시 예정이었던 경기는 1시간 늦은 오후 9시께야 킥오프했다. 더 큰 문제는 휘슬이 울리고 일어났다. 45분 이상 출전하기로 약속 돼 있던 호날두가 벤치만 달구다 끝내 그라운드를 밟지 않았기 때문이다. 호날두는 자신을 보러온 수많은 팬들의 간절한 외침을 외면했다. 오죽했으면 경기 말미 팬들이 호날두의 라이벌 리오넬 메시(32, 바르셀로나)의 이름을 연호했을까.

호날두의 사기극

호날두는 단순히 경기에만 나서지 않은 게 아니다. 경기 전 예정돼 있던 팬미팅 및 팬사인회에도 불참했다. 경기 당일 오후 3시 용산구의 그랜드하얏트 호텔서 동료들과 함께 팬미팅예 참석하기로 했지만 컨디션 저하를 이유로 나타나지 않았다. 호날두는 경기에만 집중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치며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향했다. 팬들에게 미소를 건네며 기대감을 품게 했던 슈퍼스타는 결국 그라운드를 밟지 않았다.

호날두는 경기가 끝난 뒤에도 마지막까지 한국 팬들을 외면했다. 종료 휘슬이 울린 뒤 팬들에게 컨디션 난조를 이유로 사과의 뜻을 전할 수 있었지만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 흔한 손인사 한 번 하지 않은 채 경기장을 떠났다. 도리어 ‘45분 이상 출전하기로 돼 있었는데 왜 뛰지 않았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인상을 쓰며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한국을 떠나서도 호날두의 행동은 변하지 않았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러닝머신을 뛰는 사진과 함께 ‘Nice to back home’(집에 돌아와 기뻐)이라는 글을 남겨 한국 팬들의 화를 키웠다. 호날두는 SNS에 올라오는 한국 팬들의 악플을 일일이 삭제하는 열의(?)를 보이다 논란이 커지자 글을 내렸다.

라이벌 메시는 어땠나

라이벌 메시의 팬서비스는 호날두와는 차원이 달랐다. 메시는 8월 종아리 부상으로 미국 투어에 동행하지 못하게 되자 SNS를 통해 팬들에게 사과문을 남겼다. 메시는 “불행하게도 첫 훈련에서 사고를 당했다. 팬들의 응원메시지에 감사하다. 나는 팀과 함께 미국에서 팬들과 함께하고 싶었다. 이번에는 그럴 수 없지만, 곧 다시 찾아뵙겠다”고 남겨 슈퍼스타다운 팬서비스를 선보였다.

메시와는 다르게 호날두는 자신을 직접 찾아온 한국 팬조차 외면했다. 한국의 한 인터넷 방송인은 호날두를 만나기 위해 7500km 이상을 날아 스웨덴으로 향했다. 유벤투스는 8월 11일 스웨덴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친선전을 앞두고 있었다. 호날두는 선발 출전해 후반 26분까지 뛰었다. 이 방송인은 경기를 앞두고 숙소에서 호날두를 만나 “왜 한국에서 뛰지 않았느냐”고 물었지만, 모르쇠로 일관했다. 경기 직후 공항으로 향했지만 줄행랑을 친 호날두를 만날 순 없었다.

호날두의 노쇼 논란에 이를 비꼬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날두하다’라는 동사는 ‘출근만 하고 아무 일도 하지 않다’라는 뜻을 지녔다. 호날두와 날강도의 합성어인 ‘날강두’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우리형’이라는 호날두 특유의 별명은 메시에게로 넘어갔다.


호날두 노쇼 논란, 이제 시작

유벤투스 친선전 티켓 가격은 3만 원부터 40만 원까지 다양했다. 팬들은 45분 이상 출전한다고 광고된 호날두를 보기 위해 고액의 티켓을 어렵게 구매했지만 호날두가 벤치에 앉아 있는 모습만 구경하다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경기 당일 더페스타 홈페이지가 허용 접속량을 초과해 마비가 됐을 정도로 국민들은 분개했다.

호날두 노쇼 논란은 이제 시작이다. ‘호날두사태 소송카페’ 법률지원단(단장 김민기 변호사)은 호날두 사태 피해자들로부터 소송을 위임 받아 7월 29일 친선전 주최사인 더페스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김민기 소송단 단장은 “호날두의 팬이자 본 사건의 피해자들은 경기 티켓 구매비용 상당의 손해배상 및 정신적 위자료를 청구한다”며 “한국서 이러한 방식으로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국내외에 보여주고 일개 해외 축구 클럽에 무시 당한 대한민국 국민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소송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소송단은 “더페스타가 유벤투스, 한국프로축구연맹, 대한축구협회가 맺은 계약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들에게 공개사과를 하며 피해액을 전액 환불하라”고 주장했다.

호날두가 ‘날강두’의 오명을 씻기엔 이미 건너지 말아야 할 강을 건너 너무 먼 길을 와버렸다.

/글=강필주 기자 letmeout@osen.co.kr, 이균재 기자 dolyng@osen.co.kr, 사진=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