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은 거대한 첨단 산업 기술의 종합 전시장이다. 골프를 즐기는 데 필요한 기본 장비, 즉 드라이버와 아이언, 퍼터, 골프공은 다양한 기술력을 뽐내며 하루하루 성능이 좋아지고 있다. 골프장의 구석구석을 안방까지 생생하게 전달하는 중계 기술에도 최첨단 장비들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부수적인 시장이긴 하지만 골프 패션도 무시 못할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패션에는 반드시 여신(女神)들이 따른다. 골프를 보지 않고, 왜 미모만 보느냐는 시각도 있지만 산업적인 측면에서의 접근은 ‘골프장 여신’이 되는 일 또한 매우 중요한 경쟁력으로 여긴다.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는 새로운 ‘골프 여신’이 등장해 갤러리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아직 빼어난 성적을 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미모에 버금가는 실력자가 되겠노라고 칼을 갈고 있는 이들이 여럿 있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KLPGA에서 배포한 사진 한 장이 온라인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중국 국적의 수이샹(20)이다. 해외 선수의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등용문인 ‘KLPGA 인터내셔널 퀄리파잉 토너먼트(IQT)’를 통해 올 시즌부터 KL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수이샹은 175cm의 훤칠한 키에 인공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순수한 마스크로 단숨에 골프팬들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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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서 온 루이자 알트만(21)은 골프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신데렐라 스토리 of KLPGA’를 계기로 한국을 찾은 골프 여신이다. ‘신데렐라 스토리’에서 우승하지는 못했지만 KLPGA 투어에 강한 매력을 느꼈다는 알트만은 아예 KLPGA 투어 안착을 도전 목표로 삼았다. 올 시즌 7차례 출전해 한 번도 컷 통과는 못했지만 벌써 국내 언론에는 여러 차례 단독 인터뷰를 진행 한 바 있는 예비 스타다. 지난 해는 유럽프로골프 투어에서 뛴 알트만은 수려한 외모로 글로벌 골프 의류 모델로도 활동 중이다.
지난 6월 ‘기아자동차 제33회 한국여자오픈골프선수권대회’에는 낯선 재미교포 선수가 골프 팬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노예림(18)이다. 2001년생으로 아직 어린 나이지만 175cm의 훤칠한 키에 시원시원한 장타력으로 단박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라운드를 공동 8위, 3라운드를 공동 12위로 마치며 방송 중계 카메라의 주요 표적이 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국내에서보다 더 유명한 기대주다. 지난해 ‘캐나다 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 우승, ‘US 걸스 주니어 챔피언십’ 우승, ‘걸스 주니어 PGA 챔피언십’ 우승등 미국아마추어골프협회(AJGA) 주관 전국 규모 대회에 9번 출전해 4승을 거뒀다. 1998년 부모가 미국 이민을 가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 국적의 소녀이지만 한국말도 막힘이 없다.
한국여자오픈에서의 경험이 밑거름이 됐는지, LPGA 투어에서는 더 좋은 성적을 냈다.
월요 예선을 거쳐 참가한 손베리 크릭 LPGA 클래식에서는 공동 6위를 했다. 미국 골프 전문지들은 ‘샛별’이 나타났다며 노예림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지난 6월 23일 끝난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19’는 무명의 한상희(29)를 되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했다. 대회 우승은 개인통산 5승째의 조정민에게 돌아갔지만, 최종라운드를 시작할 때의 선두주자는 한상희였다. 비록 ‘최다차 역전패’(7타차)라는 불명예를 쓰기는 했지만 한상희의 존재감은 기대 이상이었다.
신장 174cm의 한상희는 2009년 KLPGA에 입회했고, 정규 투어는 2014년부터 뛰어 들었다. 그 사이 우승은 없었고, 간간이 2부 투어도 오가야 했던 무명이었다.
그랬던 한상희가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19’ 2, 3라운드에서는 단독 선두를 내달렸다. 거침없는 타격은 보는 이들을 속시원하게 했고, 장-단거리를 가리지 않는 신들린 퍼트는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물론 이 대회에서만 ‘신이 들린’ 게 아쉬움이긴 하지만 골프 팬들의 뇌리에 새겨진 기억은 꽤나 오래가게 생겼다.
여자 프로골프 투어의 2019 시즌 하반기는 이들의 활약을 눈여겨 보는 재미가 쏠쏠할 듯하다.
/글=강희수 기자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