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시즌이 만개했다. 대지는 푸르고, 골퍼들의 몸놀림은 정점에 올라 있다. 한 국가의 이름을 건 남녀 골프대회, ‘내셔널 타이틀’ 대회가 6월에 몰려 있는 게 마치 운명처럼 여겨진다.
역사적으로 출범이 빠른 남자 오픈은 그냥 ‘한국오픈 골프선수권대회’다. 1958년 1회 대회를 시작으로 한 해도 빠뜨리지 않고 대회가 열렸으니 올해 대회는 제62회다. 사람으로 치면 환갑을 넘겼다.
여자 대회는 남자 대회보다 29년이 늦은 1987년에 가서야 1회 대회를 시작했다. 올해 ‘제33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가 된다. 대회는 운영자금을 지원하는 타이틀 스폰서가 붙여야 비로소 완성된다. 남자 대회인 ‘한국오픈’은 1998년부터 코오롱그룹이 전사적으로 후원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코오롱 한국오픈’으로 정해져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코오롱이 한국오픈을 후원한 것은 1990년부터이지만 당시는 코오롱 상사(주) (현, 코오롱인더스트리 ㈜ FnC부문)만 타이틀 스폰서였다. 1996년에는 코오롱의 골프웨어 브랜드인 ‘엘로드 한국오픈’으로 바뀌었다가 1998년부터 다시 ‘코오롱’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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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주최’가 달라
타이틀 스폰서가 각기 다른 남녀 대회이지만 왠지 대회명의 형식이 비슷해 보인다. 이유가 있다. 내셔널 타이틀 즉 ‘한국’이 붙은 대회는 남/녀 프로골프협회가 주최하는 게 아니다. 한국 프로골프협회(KPGA), 한국 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와는 별개의 조직인 ‘(사)대한골프협회’가 타이틀 스폰서사와 공동으로 주최한다. 두 대회의 공동 주최기관인 대한골프협회의 룰을 따르다 보니 이름 짓는 형태가 비슷해졌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오픈 선수권’
골프 대회의 명칭은 참가 선수를 고르는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가장 까다로운 ‘마스터스’가 있다. 대회 출전 자격을 얻은 것만으로 영예로 생각한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마스터스 대회’가 대표적이다. ‘챔피언십’ 대회도 마스터스만큼은 아니지만 출전 자격이 폐쇄적이다. 자격이 되는 프로 골퍼들에게 ‘시드’를 부여해 출전선수를 제한한다. ‘클래식’ 대회는 ‘챔피언십’과 자격 요건은 비슷하지만 전통과 권위를 좀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인비테이셔널’ 대회는 프로나 아마추어 모두에게 문호가 열려 있기는 하지만, 주최측의 초대를 받아야 한다.
어떤 대회이든지 참가 자격이 정해져 있다. 그런데 ‘오픈’ 대회는 다르다. 자격만으로 참가자를 고르지는 않는다.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대신, 참가 신청자가 많을 경우 사전에 예선전을 거친다. 6월 13일부터 열리는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은 참가 자격을 얻지 못한 프로와 아마추어 골퍼 91명을 대상으로 예선을 치러 10명을 선발했다. 6월 20일부터 열리는 코오롱 한국오픈은 2006년부터 예선 제도를 도입했는데, 예선을 통과한 18명에게 본 대회 출전권을 주고 있다. 이 제도를 통해 세계적 스타가 된 선수도 있다. 2018년 코오롱 한국오픈에서 본선 2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달린 최호성이다. 최호성은 특유의 ‘낚시 스윙’으로 인기를 끌었고, 유튜브 같은 동영상 공유 서비스를 타고 지구촌 골프팬들에게 알려지면서 국제적인 화제 인물이 됐다.
세계 무대로 나가는 직행 티켓
내셔널 타이틀이 걸린 대회인지라, 여기서 우승하면 세계 무대로의 문호도 활짝 열린다. 한국오픈은 우승자와 준우승자에게 7월에 열리는 ‘디오픈 챔피언십 출전권’을 부여한다. 그야말로 세계 무대로 가는 징검다리다.
한국 여자오픈은 우승자에게 내년 시즌 ‘LPGA 기아 클래식’ 출전 자격을 준다. 기아자동차가 후원하는 LPGA 대회인지라, 여기서 또 우승하면 LPGA 투어로 가는 직행 티켓도 확보된다.
자동차 제조사 또는 판매사, 타이틀 스폰서
한국 남녀오픈의 두 타이틀사는 ‘자동차’로 서로 끈이 닿아 있다. 기아자동차야 설명이 필요 없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동차 제조사다. 코오롱은 대표적인 수입차 딜러사를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코오롱모터스는 BMW의 공식 딜러사이고, 코오롱오토모티브는 볼보자동차의 공식 딜러다. 또한 코오롱글로텍은 시트 같은 자동차 내장재를 생산하는 부품기업이다. 수입자동차 종합정비서비스 브랜드로 코오롱 모빌리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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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오픈이 열리는 천안 우정힐스 컨트리 클럽에는 13번홀에 자동차 부상이 걸린다. 볼보자동차의 플래그십 SUV XC90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BMW 7시리즈 최상위 트림이 홀인원 부상으로 나왔는데, 올해는 XC90으로 바뀌었다. 코오롱 그룹 산하 딜러사 중 볼보자동차를 취급하는 코오롱오토모티브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한 정책적 판단으로 보인다. 한국오픈의 총상금은 12억 원이고, 그 중 우승상금은 3억 원이다.
양용은 박성현을 배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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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이후 기아자동차 한국오픈 역대 우승자들은 과반수가 현재 LPGA 투어에서 뛰고 있다. 2012년 이미림부터 시작해서 2013년 전인지, 2014년 김효주, 2015년 박성현이 줄줄이 미국 무대를 밟았다. /강희수 기자 100c@osen.co.kr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