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U-20 준우승 신화’, ‘메이드 인 K리그’가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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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 이하 축구 대표팀은 한국 남자 축구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결승전에 진출했다. 준우승이라는 쾌거를 달성한 대표팀은 ‘메이드 인 K리그’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은 지난달 16일 폴란드서 끝난 2019 FIFA(국제축구연맹) U-20 남자 월드컵 결승전서 우크라이나에 1-3으로 석패하며 역사적인 준우승을 차지했다.

‘‘정정용호’’는 폴란드서 한국 축구의 역사를 새로 썼다. 남자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FIFA 주관 대회 결승에 올랐다.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대회와 2002년 한일 월드컵의 4강 신화를 넘어 한국 남자 축구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U-20 월드컵 출전 K리거 미디어데이가 6월 20일 오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렸다. (좌측부터) FC서울 조영욱, 수원삼성 조세진, 안산 오세훈, 아산 황태현, 광주 엄원상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U-20 축구 대표팀의 주역은 K리그에서 태어났다. 총 엔트리 21명 중 18명이 K리그 유스 출신이고, 16명은 현역 K리거다. 1, 2부 리그에 걸쳐 전방위에서 활약 중인 그들은 멋진 성과를 만들었다.

그리고 해외파 4명 중 2명과 대학생 2명 가운데 1명이 프로구단 유스 출신이다. 결과적으로 K리그 또는 K리그 유스 출신이 18명이다. 이들이 큰일을 해냈다. K리그의 발전이 없었다면 폴란드 신화는 이루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K리그발 폴란드 활약은 기대이상이다. 에콰도르와 4강전에서 극적인 결승골을 터트린 최준은 울산 산하 울산 현대고를 졸업했다. 오른발을 주로 쓰는 최준은 왼쪽 수비수로 날카로운 크로스 배달 능력을 갖췄다.

또 오세훈과 고교시절부터 단짝인 오세훈도 맹활약을 펼쳤다. 대회 조별리그 아르헨티나전(2-1 승)에서 후반 41분 결승골을 뽑으며 이름을 알린 오세훈은 지난 5일 펼쳐진 일본과 16강전(1-0 승)에선 ‘단짝’ 최준과 변함없는 찰떡 호흡을 과시했다. 오세훈은 후반 38분 최준이 띄운 날카로운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하며 결승골의 주인공이 됐다.

오세훈은 K리그에서 자라났다. 울산에서 뛸 기회가 없자 아산으로 임대 이적했다. 그는 아산에서 주전 공격수로 자리잡고 꾸준히 경기에 나섰다. 경기 감각을 끌어 올리는 것도 중요한데 그 방법을 K리그에서 찾았다.

특히 이번 대회서 주목을 받은 선수들중 울산 출신들은 아낌없는 지원을 받았다. 울산 구단은 심리 상담 그리고 해외 리그에서 생활하는 경우에도 도움을 준다. 이번 대표팀의 김현우도 디나모 자그레브(크로아티아)로 임대 이적하는 동안 많은 지원을 했다.

또 후반에 주로 나와 치열한 공격을 펼친 엄원상은 K리그 2 광주FC 유스인 금호고 출신이다. 세네갈전 승부차기 땐 대표팀이 초반 2차례 실축한 뒤 부담을 안고 3번째 키커로 나서 상대 골망을 흔들며 강심장의 면모를 자랑했다.

그리고 대표팀 주장인 황태현(안산)을 비롯해 김주성(서울, 오산고), 전세진(수원, 매탄고), 이상준(부산, 개성고), 박태준(성남, 풍생고) 등 K리그 유스 출신 선수들은 팀의 핵심이었다.

어린 나이에 구단의 많은 지원을 받은 이들은 꾸준히 경기에 나설 기회도 있었다. 바로 프로축구연맹의 23세 이하 선수 출전 규정 때문이다. 연맹은 23세 이하 선수 3명을 의무적으로 출전 시키게 했다. 좋은 선수를 영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스팀 육성을 통해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팀의 아이덴티티를 심어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프로축구연맹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준프로 정책을 도입했다. 유스팀 소속 선수들의 프로리그 출전도 허용한 것이다. 연맹은 졸업을 앞둔 유스팀 소속 고3 선수들에게 프로리그 출전권을 부여했다. 일찍부터 유망주에게 실전경험을 쌓게 하려는 적극적 발상이다.

한번에 많은 걸음을 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20세 이하 대표팀이 거둔 성과는 한국 축구 역사서 잊을 수 없는 일이됐다. 그 중심에는 어린 선수를 키우자는 의지가 나타났다. 그 의지를 통해 한국 축구가 한 단계 더 발돋움 할 수 있는 기회가 월드컵 결승 진출-준우승이라는 성과로 드러났다. /글=우충원 기자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