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 2차 예선 앞둔 벤투호, 6월 A매치서 보여준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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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호의 새로운 여정이 시작됐다. 바로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향한 새로운 도전이다.

6월 A매치 전까지 파울루 벤투 감독은 한국 사령탑으로 14경기를 치르며 9승 4무 1패를 기록했다. 벤투호는 호성적뿐만 아니라 칠레, 우루과이, 콜롬비아 등 남미 강호들과 맞대결서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문제는 한 번 진 경기가 하필 아시안컵 8강전 카타르와 경기(0-1 패)였다는 점이다. 결국 단 한 번의 패배로 인해 59년 만의 아시안컵 트로피 탈환도 좌절됐다.

아시안컵 이후 한국은 ‘런던 세대’ 기성용-구자철 등이 연달아 은퇴하며 어쩔 수 없이 세대교체에 나서야만 했다. 3월과 6월의 A매치는 세대교체가 필요한 한국에게 9월에 열리는 2022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을 앞두고 열리는 둘뿐인 시험 무대였다.

한국 황의조가 이란과의 경기에서 선제 골을 작렬시킨 뒤 손흥민, 황인범 등과 환호하고 있다.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벤투 감독은 3월 A매치에서 권창훈(디종)을 비롯해 백승호(지로나)-이강인(발렌시아) 등 기대주들을 대거 발탁했다. 하지만 권창훈을 제외하고 백승호-이강인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벤투 감독의 아쉬운 평가전 운영에 대한 비판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6월 A매치에서는 2019 폴란드 U-20 월드컵에 참가한 이강인을 제외하고 백승호-김태환(울산)-김보경(울산)-이정협(부산) 등 여러 선수가 기회를 얻었다. 기대와는 달린 7일 부산에서 열린 호주전에서 벤투호의 새 얼굴을 보기는 힘들었다. 기존 벤투호의 멤버들이 베스트 11을 형성해 그대로 경기에 나섰다.

그뿐만 아니라 교체 카드로도 기존 핵심 멤버들인 황의조(감바)-홍철(수원)-나상호(FC 도쿄)가 차례로 투입됐다. 벤투 감독은 평가전서 사용할 수 있는 6장의 교체 카드 중 단 3장만 활용하며 아쉬움을 주기도 했다. 보수적인 운영에 부진한 경기력까지 더해져 호주전 이후 벤투 감독을 향한 비판 여론이 커지기도 했다. 여러 전문가들도 새 얼굴 찾기와 세대 교체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란과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은 황의조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벤투 감독은 비판적인 여론에도 선수 기용은 자신의 권한이라며 단호하게 대처했다. 그는 이란전을 앞두고 열린 기자 회견에서 “ 대표팀에 소집된 모든 선수에게 출전 기회를 주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기용할 생각은 없다”라고 단호한 입장을 내비쳤다.

경기 전날에도 단호한 벤투 감독의 발언으로 인해 보수적인 경기 운영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졌다. 국가대표팀 출신의 축구인은 벤투 감독을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란전 경기 당일에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남아 있었다. 바로 3월 A매치에 소집되고도 기회를 얻지 못했던 백승호가 선발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것. 성인 대표팀 데뷔전을 가진 그는 아시아 최강 이란을 상대로 황인범(밴쿠버)과 함께 중원 장악에 나섰다.

힘든 상대로 나선 데뷔전에서 백승호는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였다. 경기 초반부터 이란의 공격 차단하며 인상적인 수비력을 뽐냈다. 공격과 수비의 연결 고리 역할로 나선 만큼 후방에서 인상적인 패스를 뽐내기도 했다. 백승호는 한 경기 만에 강한 인상을 팬들에게 남겼다. 경기 후 벤투 감독은 “백승호는 우리 팀이 필요한 것을 할 수 있는 선수”라고 하며 “스타일상 중앙에서 뛰었을 때 진가를 발휘할 것이라 생각하며 계속 지도했다”고 설명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한 백승호는 “사실 수비형 미드필더로 경기를 나선 것은 처음이다”라고 하며 ‘벤투 감독님이 소집 이후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설 것이니 준비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계속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란전 백승호의 깜짝 선발은 벤투 감독의 치밀한 계획대로 사전에 계획된 변화였다. 이를 보여주듯 벤투 감독은 파주 NFC 소집 이후 줄곧 백승호를 개인 지도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벤투 감독은 여론의 비난에도 흔들림 없이 자신의 대표팀 운영 플랜을 관철했고 성과를 냈다. 6월 A매치까지 포함해서 16경기에서 10승 5무 1패는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만한 기록이다. 대표팀 선수들이 벤투 감독을 향해 보여주는 신뢰 역시 굳건한 상황이다. 결국 보수적인 운영 속에서도 장기적인 플랜이 있음을 입증해낸 벤투 감독의 고집이 옳았던 것이다. 이제 아시안컵 이후 짧았던 2번의 시험 무대는 모두 종료됐다.

비록 다른 국가들과 달리 대대적인 세대교체는 아니었지만. 벤투호는 두 번의 시험 무대에서 3승 1무라는 호성적과 동시에 백승호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는 월드컵을 향한 실전에 나선다. 9월부터 열리는 월드컵 2차 예선에서 FIFA 랭킹 37위인 한국은 이란, 일본, 호주 등과 함께 톱 시드에 배치됐다. 2차 예선은 홈&어웨이 방식으로 팀당 총 8경기를 치른다.

각 조의 1위는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 직행할 수 있다.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 입장에서 2차 예선은 손쉽게 넘어야 하는 단계이다. 시험 무대에서도 점진적인 변화를 통한 자신의 스타일을 보여준 벤투 감독이 상승세를 이어나가 손쉽게 월드컵을 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이인환 기자 mcado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