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지나고 보면 참 빠르다. 금방 1년이 지났다. 이정대 KBL 총재는 지난해 7월 취임식을 갖고 한국 프로농구의 수장으로 부임했다.
전문 경영인 출신으로 농구 문외한이라고 밝혔던 이 총재는 ‘프로농구 활성화’를 위해 소통, 저변 확대 등에 힘써 왔다. 한 시즌을 쉼없이 달려온 이 총재를 서울 논현동 KBL 센터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팬들이 원하는 것은 재미있는 농구
![]() |
“1년을 돌아봤을 때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구단주들을 일일이 찾아 뵙고,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이사회 의결을 통과했다. 어느 조직이든 일하는 것은 사람이다. 조직은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존재 적합성을 위해서, 동기부여와 사기가 제일 중요하다. 마케팅 부서를 보강하고 농구 발전을 위해서 유소년 육성 파트도 새롭게 만들었다. KBL센터 지하에 유소년 트레이닝 센터를 만들었는데 반응이 매우 좋다.”
이 총재는 ‘소통’을 강조했다. 그는 “공적인 스포츠 행정을 이끌어 가는 조직인데, 감추고 할 것이 없다. 가급적 모든 것을 오픈하게 했다. 심판 판정에 대한 문제는 기자 설명회도 한다. 잘못된 부분은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또 잘한 것은 잘한다고 언급한다”고 밝혔다.
‘보이스 포 KBL’로 팬들의 다양한 목소리도 정책에 일부 반영해 왔다. 이 총재는 “소기의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한다. 일관성을 갖고 계속 유지한다면, 우리 팬들과 언론인이 진정성을 알아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심판 판정과 외국인 선수 제도
이 총재는 취임 당시 ‘재미있는 농구’를 강조했다. 과거 인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팬들에게 재미있는 농구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심판들에게 ‘재미있게 하라. 판정에 대해서 외압은 총재직을 걸고 단호하게 대처하고 막아줄테니, 팬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재미있는 농구를 보여주자’고 했다. 더불어 판정의 일관성을 끝까지 유지하라고 강조했다. 시스템적으로 기반이 마련됐다고 본다”며 “아쉬운 점은 더 열심히, 더 노력해야겠다는 것이다. 심판들이 경기를 익사이팅하게 이끌어야 한다. 면피하기 위해 휘슬을 부는 것은 안 된다. 소신껏, 규정 내에서 재량권을 발휘해서 휘슬을 불라고 한다. 애매한 상황은 경기 전체 상황을 재미있게 위해서, 상대팀에서 어필이나 오해가 있더라도 내가 보호하겠다. 대중의 인기, 열광, 관심을 받아야 한다. 팀들이 구단 이기주의에 함몰돼서 사소한 것에 얽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KBL은 비시즌에 심판들의 자기 계발에 신경쓰고 있다. 심판들이 모여서 직접 자신이 심판을 본 경기를 모니터하면서 잘 된 부분, 잘못된 부분을 체크하고 있다. 세미나, 토론도 꾸준히 스케줄을 잡고 있다.
재미있는 농구는 결국 코트에서 뛰는 선수들의 역량에 달려 있다. 외국인 선수 문제와도 맞물린다. 이 총재는 부임 후 논란거리였던 신장 제한(2m)은 폐지했다. 2019~20시즌부터는 장신, 단신 제한도 없어진다. 팀당 외국인 선수를 최대 2명까지 보유할 수 있지만 매 쿼터 1명만 출전 가능하도록 바꿨다.
이 총재는 “기본적으로 규제를 만드는 것은 프로가 아니다라는 개인 생각을 갖고 있다. 모든 규제는 없어야 한다고 본다. 능력껏 투자해서 앞서 나가야 한다. 외국인 선수 제도의 위아래를 다 없애자, 인위적인 제한을 없애자고 했다.
그런데 해외 리그를 보면 각 나라마다 국민성이 다르고, 기대 수준도 다른 것 같다. 일본처럼 제한없이 3명을 출전시키면 농구팬이 열광할까. 여러 고민도 해 봤다. 외국인 선수 전력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국내 선수들의 실력을 키워야 한다.
외국인과 국내 선수가 공존해야 한다. 외국인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국내 선수를 적극적으로 키우면서 재미있는 농구를 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국내 스타를 만들어야 흥행에 도움이 된다. 새로운 팬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 구단이 선수아 팬들과 스킨십 기회를 늘리고, 사인과 사진 촬영 등 팬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일 루키전, 챔프전도 가능하다
비시즌, 오히려 더 고민을 많이 하고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최근 이 총재는 지난 5월 일본 B-리그와 한일 프로농구 교류 활성화와 유소년 선수 육성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한국 KBL 우승팀과 일본 B-리그 우승팀의 챔프전 대결이라면 팬들의 관심이 높지 않을까. 이 총재는 “챔프 교환전 아이디어를 주고받았다. 그런데 당장 올해는 힘들고, 내년에는 도쿄올림픽이 있어서 안 된다. 그 이후로 한일 챔프전을 추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대신 드래프트가 끝난 후 양국 신인 선수들끼리 루키전을 하는 것은 협의했다. 내년부터 루키전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시아쿼터제에 대한 논의도 발을 떼는 단계다. 일본, 중국, 필리핀, 대만 등에서도 농구 리그는 활성화돼 있다. 이 총재는 “아시아쿼터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일본이나 중국에서 선수를 데려오면, 우리 선수들도 그 숫자만큼 외국에서 뛸 수 있도록 한다든가, 실무적으로 검토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농구 인기에 대해 “모든 지표가 다운으로 내려가다가 지금은 업으로 돌아섰다. 관중수, 시청률, 플랫폼의 동시접속자가 데이터가 그렇다. 언론과 농구인, 대중의 시선이 조금씩 KBL의 진정성을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느끼고 싶다. 조금씩 마음을 열어주는구나, 앞으로 KBL이 지난 1년 동안 추진해 온 방향을 일관성있게 유지해간다면 더 좋아지지 않겠나”라며 “농구팬들의 기대 수준을 배반하지 않겠다. 구단들과 사무국이 노력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관심, 아낌없는 조언과 질책, 격려를 해주신다면 농구가 다시 중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글=한용섭 기자 orange@osen.co.kr, 사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