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올해 처음 같은데…”.
지난 6월 15일 롯데-KIA전을 앞두고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난 박기량 롯데 치어리더는 오랜만에 인터뷰에 나서게 돼 어색하다고 웃어 보였다. ‘사직 여신’, ‘국민 치어리더’, ‘갓기량’, ‘치어리더의 대명사’로 불리는 박기량 치어리더는 인터뷰가 시작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뛰어난 입담을 선보였다.
“고등학교 2학년 여름이었다. 길거리 캐스팅이 됐는데 처음엔 치어리더가 뭔지도 몰랐다. 세상이 흉흉하다 보니 경계할 만도 했지만 치어리더의 세계가 너무 궁금해 연습실에 찾아가게 됐다. 그날 춤추던 팀장 언니가 아주 멋져 보였다. TV에 나오는 연예인 같다고 할까. 어릴 적부터 춤추는 걸 무척 좋아했던 내게 치어리더는 천직과 같았다”.
![]() |
믿어지지 않겠지만 부산이 고향인 박기량은 롯데 자이언츠는 커녕 야구에 ‘야’자도 몰랐다고 했다. ‘야알못’이었던 그는 2009년 롯데 치어리더로 활동 중인 아는 언니를 만나러 사직구장에 갔다가 ‘유레카’를 외쳤다.
“아는 언니가 사직야구장에서 치어리더를 하고 있어서 놀러 갔는데 정말 이거다 싶었다. 특히 팬들과 하나가 되어 응원하는 것을 보면서 전율을 느꼈다. 마치 콘서트홀 같다고 할까. 언니에게 부탁해 롯데 치어리더팀에 합류하게 됐다”.
호기심으로 시작하게 된 박기량은 이제 11년차 베테랑이 됐다. 그는 “이렇게 오래 할 줄 나도 몰랐다”고 미소를 지었다. 치어리더가 되겠다고 했을 때 반대가 심했던 부모님도 이젠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어릴 적 가수가 되는 게 꿈이었다. 우스꽝스러운 이야기지만 그땐 서울 사람만 연예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수의 꿈을 접었다. 집안에서는 항공사 승무원이 되길 바랐는데 치어리더를 하겠다고 했을 때 반대가 거셌다. 워낙 힘드니까 얼마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시고 허락해주셨는데 ‘이렇게 오래 할 줄 몰랐다’고 하시더라”.
![]() |
롯데의 홈그라운드인 사직구장은 ‘세계에서 가장 큰 노래방’이라고 불린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팬들이 하나가 되어 롯데의 승리를 위해 목청 높여 응원한다.
박기량은”관중이 많으니 더 힘이 난다. 부산은 ‘야구 도시’라고 불릴 만큼 야구 인기가 엄청나다. 승패를 떠나 언제나 한결같은 팬들의 열정에 우리도 힘이 난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야구장의 꽃’ 치어리더는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음악에 맞춰 경기 내내 움직인다. 한 경기를 치렀을 때 치어리더의 체력 소모는 선수 못지않다. 박기량은 “처음 시작했을 때 야구가 너무 재미있다 보니 연장전에 돌입하길 바랐던 적도 있었다. 지금은 나이가 들다 보니 체력 소모도 더 커졌다. 잠이 보약이다. 집에 가자마자 바로 뻗는다. 체력이 너무 떨어져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한 “많이 뛰니까 무릎, 발목 등 관절이 좋지 않다. 그리고 장거리 이동을 많이 하니 자세도 좋지 않다. 일종의 직업병이라고 할까. 병원도 꾸준히 가고 그래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털어 놓기도.
‘치어리더의 대명사’로 불리는 박기량은 유명세를 타는 만큼 책임감도 막중하다. “어린 나이에 팀장직을 맡게 돼 정말 힘들었다. 혼자 울 때도 많았다. 어느덧 나만의 노하우가 생겼지만 여전히 어려운 숙제인 것 같다. 다양한 수식어를 안겨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멀티잡’ 박기량 치어리더, “롯데 응원이 최우선!”
박기량은 이른바 멀티잡족이다. 치어리더 뿐만 아니라 가수, 쇼핑몰 운영, 방송 활동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롯데 치어리더가 최우선 순위”라고 롯부심을 드러냈다.
박기량에게 “언제까지 무대에 설 생각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내가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치어리더팀이 확 젊어진 느낌이다. 타 구단도 마찬가지다.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은퇴 시점은) 다르다고 본다. 내가 뛸 수 있는 그 날까지 무대에 서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치어리더 은퇴 후 계획도 공개했다. 그는 “치어리더 아카데미를 열고 싶다. 어린이 치어리더팀은 많이 생겼는데 중년 여성을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 |
박기량의 이상형은 유재석. 외모보다 마음 씀씀이가 더 아름다운 배우자를 만나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과거 방송 때 인연을 맺었는데 상대를 잘 이해해주고 배려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유머러스한. 모든 여성의 이상형이기도 하겠지만 유재석 같은 남자가 이상형이다”.
내면의 중요성을 강조한 그는 “굳이 외적인 조건을 따진다면 키? 나보다 커야 하지 않을까”라고 웃어 보였다.
박기량은 인터뷰가 끝날 무렵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야구장에 도착했을 때 팬들께서 롯데 치어리더 데뷔 10주년을 축하한다고 정성 가득한 선물을 주셨다. 10주년 축하 케이크를 비롯해 포토북과 잘 때 만큼은 편하게 자야 한다고 잠옷을 주셨다. 솔직히 말하자면 최근 들어 지쳐 있었는데 이렇게 정성 가득한 선물을 주시니 굉장히 큰 감동을 받았다. 나 스스로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마음을 다 잡게 됐다. 따뜻한 진심을 잘 간직하겠다”.
/글=손찬익 기자 what@osen.co.kr, 사진=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