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대구 대표이사는 축구를 보는 눈이 남다르다. FC서울과 경남FC, A대표팀 감독 등을 거치며 손흥민, 이청용, 윤빛가람 등 전현직 국가대표들을 발굴했다. 그의 제자였던 최용수 서울 감독이 ‘축구대통령’이라고 부를 정도로 축구에 도가 텄다. 조 사장이 찾아낸 또 한 명의 스타가 있다. 지난 시즌부터 대구의 돌풍을 이끌고 있는 '대구 메시’ 김대원(22)이다.
보인고의 왼쪽 윙어이자 에이스로 활약했던 김대원은 조광래 사장의 눈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171cm, 65kg의 신체적인 열세를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을 압도적인 스피드와 볼소유, 슈팅 능력에 영리함까지 지녔다. 조 사장은 보인고 이사장을 직접 설득해 K리그 클럽과 대학팀의 러브콜을 받던 김대원을 품에 안았다.
조 사장의 능력을 믿고 대구에 합류한 김대원은 "조광래 사장님을 보고 대구에 들어왔다. 어린 선수들을 발굴하고 키우는 능력에 일가견이 있어 믿고 있었다”며 “조광래 사장님의 많은 가르침 속에 여기까지 발전했다. 사장님이 키운 유명한 선수들이 많다. 내가 뒤를 이어 그 중 한 명이 되고 싶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 더 노력하고 발전해서 사장님이 키운 선수들을 얘기할 때 거론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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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녹록지 않았다. 프로 입단 초기 2군에서 주로 시간을 보냈다. 혹독한 훈련이 지금의 김대원을 만들었다. 남모르게 쏟았던 땀방울이 결실로 맺어졌다. 김대원은 "훈련 전 웨이트 트레이닝장에 가서 20~30분 동안 근력 운동을 한 뒤 훈련을 나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연습벌레 김대원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있다. 지난해 여름 임대를 갈 뻔했던 위기가 전화위복이 됐다. 김대원은 “지난해 여름 임대를 가려고 했다. 몸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 개인훈련을 많이 했다. 언덕도 뛰고 웨이트 트레이닝도 하며 몸을 키웠다”며 “결국 임대가 무산됐지만 당시 몸을 잘 만들었던 게 지금 좋은 경기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김대원의 원더골 비결도 끊임없는 훈련에 있다. 지난 3월 제주와 K리그서 원더골을 쏘아올린 김대원은 5월 멜버른 빅토리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서도 환상골을 만들었다. 주발이 아닌 왼발로 빨랫줄 같은 중거리포를 터트려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김대원은 “팀 훈련이 끝난 뒤 개인 훈련 시간이 10분 정도 주어지는데 최대한 집중하려고 했다.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서 흐트러지지 않고 슈팅 하는 훈련을 많이 했다”고 비결을 전했다. 안드레 대구 감독도 “김대원의 훈련 태도는 항상 좋다”고 칭찬할 정도다.
대구 돌풍 주역과 원동력
김대원의 동갑내기 친구인 정승원은 ‘대구 아이돌’로 불린다. 2군서부터 동고동락하며 어려운 시a기를 이겨낸 각별한 사이다. “둘 모두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선수일 때부터 2군서 함께 발을 맞췄던 친구라 경기장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못 뛸 때를 생각하면 둘 모두 많이 발전했다. 앞으로도 팀에 많은 도움이 되고 싶다.”
메시(김대원)와 아이돌(정승원). 남부러울 것 없는 별명이다. 김대원은 "메시는 범접할 수 없는 선수인데 팬들이 대구 메시라고 불러주셔서 영광이다. 별명에 누가 되지 않게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긴다”고 했다. 친구 정승원의 별명을 두고는 “승원이는 잘 생겼기 때문에 잘 지어준 것 같다. 나보다 팬도 많다”며 흐뭇해했다. 둘은 동반자이면서 선의의 경쟁자다. 김대원은 “승원이의 왕성한 활동량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공포의 삼각편대인 김대원, 에드가, 세징야를 빼놓고 대구의 돌풍을 얘기할 수 없다. 숨은 원동력엔 ‘원팀’과 ‘짠물수비’에 있다. 에드가가 부상으로 빠졌을 땐 김진혁(상주)이 해결사로 나섰다. 세징야의 부상 공백은 정승원이 메웠다. 김대원은 “세징야와 에드가가 대구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그 선수들로만 경기하는 건 아니다. 우린 1~2명 빠진다고 해서 무너지거나 달라지는 팀이 아니다. 한 명이 없으면 다른 선수가 들어와서 더 열심히 뛴다. 대구가 계속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원동력”이라며 "정말 가족 같은 분위기다. 휴식 시간에 카페도 자주 함께 간다. 사소한 게 쌓이며 원팀이 되어 경기장서 나타나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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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원의 롤모델은 유럽 무대를 평정한 에당 아자르(첼시)와 한국 축구 레전드 박지성이다. "고등학생 때는 아자르를 진짜 좋아했다. 나와 신장도 비슷하고 내가 선호하는 스타일이다. 축구도 잘하기 때문에 더 많이 챙겨봤다. 이스코(레알 마드리드)는 볼소유 능력이 좋아 볼을 안 뺏기는 걸 배우려고 했다. 박지성은 활동량서 두각을 나타낸 선수라 배우고 싶었다. 지금은 모든 선수들을 골고루 보고 있다. 각 선수들의 장점을 흡수해 축구를 더 잘하고 싶다.”
김대원은 축구 외적인 시간엔 주로 숙소나 카페에서 휴식을 취한다. 본인을 "재미없게 산다"고 농을 던질 정도로 축구밖에 모르는 바보다. 또래들이 즐겨하는 게임에도 큰 관심이 없지만 축구게임만큼은 다르다. 인기 온라인 게임을 즐겨한다는 김대원은 “게임상 팀도 대구로 맞췄다”며 "게임서는 내가 하고 싶은 축구를 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볼 소유에 자신 있고 좋아한다. 볼을 만지는 게 재밌다”고 덧붙였다.
김대원은 대구서 확고한 주전으로 자리잡았지만 경쟁의 끈을 놓치 않고 있다. ”언제나 선발 자리가 보장되는 건 아니다. 경기를 뛰든 못 뛰든, 안주할 필요도 절망할 필요도 없다.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 자체로 팀이 성장하는 것 같다”는 그는 “상대가 전북, 울산이어도 쉽게 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신감이 많이 올라왔다. 자신감이 경기장서 나타나 좋은 결과로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김대원은 대구 호성적의 근원이 되는 홈 팬들의 성원에도 감사 메시지를 잊지 않았다. 그는 “많은 팬들이 홈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에게 힘이 돼주셨기 때문에 성적이 좋은 것 같다”며 “더 많이 찾아주시면 책임감을 갖고 항상 좋은 경기와 결과를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
청운의 꿈
김대원은 소속팀 활약을 바탕으로 올림픽 대표팀에도 승선했다. 지난 3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십 예선서 한국의 본선행에 기여했다. 김대원은 “올림픽 대표팀에 계속 뽑히려면 대구서 활약이 중요하다. 내년 1월 본선 때 소집된다면 무조건 올림픽 티켓을 딸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했다. 김대원의 경쟁자는 프로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이동준(부산) 엄원상 김정환(이상 광주) 등이다. 김대원은 “선수들 각자의 장점이 있다. 기량 차이보다는 자신감 차이가 크다. 경기장서 얼마나 제 기량을 발휘하느냐의 차이라 항상 자신감 있게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모든 축구 선수들의 꿈은 A대표팀서 태극마크를 다는 것이다. 김대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모든 축구 선수들의 꿈은 대표팀이다. 그러나 의구심이 드는 발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모두가 뽑을만 한 선수라고 인정할 때 대표팀에 들어가는 게 맞다. 계속 잘하다 보면 기회가 올 것”이라며 느리지만 한 걸음씩 전진하겠다고 했다.
유럽 무대 진출에 대한 원대한 포부도 밝혔다. “유럽에 갈 수 있다면 어디든 가는 게 맞다. 매해 최선을 다하다 보면 기회가 올 것이다. 리그는 크게 중요하지 않지만 최종적으로 스페인으로 가고 싶다. 유럽 무대 진출은 축구 선수로서 조금 더 발전할 수 있고 좋은 축구를 할 수 있는 길이라 나가고 싶다. 아직 먼 얘기다. 열심히 해야 한다.” /이균재기자 doly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