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가량 폭풍처럼 휘몰아 친 남자 프로농구(KBL) FA 시장이 사실상 마무리 됐다. ‘역대급 규모’라고 불렸던 올해 FA 시장이었고, 전례가 없던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그리고 역대 최고액 계약이 경신이 되면서 KBL 역사의 한 획을 긋는 FA 시장이 됐다.
지난 4월 23일 KBL은 올 시즌 FA가 될 수 있는 계약 만료 선수 총 65명을 발표했다. 이 중 최종 FA 대상자가 되기 위해선 최소 출전경기(27경기)를 충족해야 한다. 이 기준에 미달된 9명의 선수를 제외하고 2017년 FA 미체결 선수였던 최지훈(현대모비스)가 포함돼 4월 30일, 57명의 선수가 최종 FA 자격을 얻었다.
‘영원한 000맨’ 프랜차이즈 스타들의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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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종이 계약기간 3년 보수총액 4억 원(연봉 3억2000만 원, 인센티브 8000만 원)에 재계약을 맺으며 영원한 ‘KGC맨’으로 남는 것을 선택했다.
현대모비스 왕조의 주축인 양동근과 함지훈에게도 이적은 다른 세계의 말이었다. 각각 1년 보수총액 4억 원(연봉 3억 원, 인센티브 1억 원), 2년 보수총액 5억5000만 원(연봉 4억 원, 인센티브 1억5000만 원)에 합의했다.
시장에서 평가를 받을 듯 했던 LG 김시래 역시 LG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되는 것을 선택했다. 김시래는 LG와 5년 보수총액 6억 원(연봉 4억8000만 원 인센티브 1억2000만 원)에 계약을 맺었다.
농구 팬들 곁을 떠난 선수들도 있었다. 원 소속구단 KCC로부터 재계약 통보를 받지 못한 ‘최장신’ 하승진과 현역 최고령 선수였던 현대모비스 문태종도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논란 거듭한 ‘FA 김종규 리그’…판도 변화 파급력
올해 FA 시장의 최대 화두는 높이와 스피드를 모두 겸비한 ‘국가대표 센터’ 김종규의 행선지였다. FA 시장 개장 전부터 역대 최고 연봉인 ‘10억’설이 나올말큼 시장 가치는 절정에 달했다. 원 소속 팀 LG는 협상 마지막 날, 김종규에 최종적으로 12억 원을 제시했지만 양 측은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LG는 타 구단과의 사전 접촉 의혹을 제기하며 김종규의 FA 공시를 막았다. KBL에 재정위원회 개최를 요구했다. KBL은 김종규의 사전접촉 의혹을 증거 불충분으로 결론 내렸다. LG는 여기서 김종규와의 통화 녹취록을 사전 동의 없이 증거로 제출하는 등 감정싸움을 야기할 만한 빌미를 제공했다.
논란과 파장의 연속이었던 김종규는 FA로 최종 공시됐고, 계약기간 5년 보수총액 12억7900만 원(연봉 10억2320만 원, 인센티브 2억5580만 원)의 계약으로 둥지를 원주 DB로 옮겼다. 이정현이 2017년 KCC로 이적하면서 받은 보수총액 9억2000만 원을 뛰어넘는 FA 사상 역대 최고액 계약이자 첫 10억대 계약의 문을 열었다.
여러 논란들이 있었지만 김종규의 이적은 리그 판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중대 이슈다. 리빌딩 모드에 집중했던 DB는 김주성의 은퇴 이후 골밑을 사수할 젊은 자원 수혈에 성공했다. 김종규를 잡는데 다음 시즌 샐러리캡의 절반이 넘는 금액을 투자하며 팀의 재건에 사활을 걸었다. 영건 두경민, 허웅, 베테랑 윤호영 등의 조화로 다시 한 번 대권에 도전한다는 DB의 플랜이다.
김종규 외의 깜짝 이적은 전자랜드와 협상이 결렬된 김상규의 현대모비스 이적이다. 내외곽이 능한 장신 포워드 김상규는 현대모비스와 계약기간 5년 보수총액 4억 원(연봉 3억2000만 원, 인센티브 8000만 원)에 계약을 맺었다. 지난 시즌 우승 전력들이 건재한 가운데 전준범의 전역, 이종현의 부상 복귀 등과 함께 전력 극대화 요소를 하나 더 만들었다. 문태종의 은퇴 공백까지 채우는 효과 역시 기대하고 있다.
또한 KCC에서 재계약 제의를 받지 못한 ‘베테랑 가드’ 전태풍은 SK와 1년 보수총액 7500만 원에 계약을 맺으며 현역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조형래 기자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