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구 최초 외국인 사령탑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 ‘도쿄올림픽 출전 티켓’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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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말, 한국 배구계는 새로운 시도의 첫 발을 내디뎠다. 그동안 국내 지도자만 거쳐 갔던 자리에 한국 배구 대표팀 사령탑 자리에 역사상 첫 외국인 감독으로 이탈리아 스테파노 라바리니(40) 감독을 임명했다.

변화를 위한 선택이었다. 배구협회 관계자는 “2019년은 올림픽 출적권 확보라는 커다란 과업이 있다. 또한 국내에서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대회가 개최되는 만큼, 여자 대표팀 감독의 역할이 중요했다”라며 “분위기 쇄신이 필요한 시점에서 세계 배구의 흐름을 읽고, 새롭게 나아가기 위해서는 라바리니 감독이 적임자라고 생각했다”라고 선임 배경을 말했다.

라바리니는 누구인가


라바리니 감독은 1979년 생으로 지도자 중 젊은 축에 속하지만, 경력은 베테랑 감독 못지 않게 화려하다. 16세였던 1995년부터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이탈리아 클럽팀 및 청소년 여자대표팀, 독일여자대표팀 등을 이끌었다.

특히 이탈리아 청소년대표팀 코치로 활약하며 2003년, 2007년 유럽청소년선수권대회 금메달 획득에 힘을 보탰고, 2005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4위를 기록했다.

2017년부터는 브라질 벨로호리존테의 미나스테니스 클럽에서 감독으로 활약했다. 미나스테니스는 지난해 12월 열린 ‘2018 국제배구연맹(FIVB) 세계클럽선수권 대회’에서 김연경이 속한 엑자시바시를 준결승에서 꺾고 2위에 올랐고, 리그 우승도 달성했다.

5월 7일 한국에 들어온 라바리니 감독은 8일 대표팀에 합류해 5월 21일 시작하는 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준비로 본격적인 대표팀 감독 일정을 소화했다.

VNL은 8월 열리는 도쿄올림픽 대륙 간 예선을 앞두고 치러지는 일종의 모의고사와 같다. 라바리니 감독에게는 선수단 기량을 점검할 수 있는 무대다. 그러나 전력 구성에 처음부터 난항을 겪었다.

VNL 데뷔전…차포마상 빠진 대표팀

이번 VNL 대표팀에는 ‘2018-2019시즌 정규리그 및 챔피언결정전 MVP 이재영(흥국생명)과 ‘블로킹 1위’ 양효진(현대건설)을 비롯해 박정아(한국도로공사), 이소영(GS칼텍스) 등 각 팀을 대표했던 에이스가 각종 부상 및 재활로 합류하지 못했다. 여기에 ‘배구여제’ 김연경(터키 엑자시바시)은 국내 선수보다 일정이 늦게 끝나 휴식을 취한 뒤 미국에서 열리는 VNL 3주차 일정부터 합류할 수 있다. 첫 시험대부터 그야말로 ‘차포’에 ‘마상’까지 떼고 시작하게 됐다.

전력 파악에 어려움이 있지만, 라바리니 감독은 “시즌 동안은 한국에 있지 않아서 선수들의 부상 상태 등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했다. 현재 있는 선수들에 집중해 최상의 결과를 내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이야기했다.

2주차까지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김연경은 라바리니 감독에게 다양한 정보를 주며 ‘후방 지원’을 했다. 라바라니 감독은 김연경이 귀국할 당시 직접 공항으로 나갔다. 식사를 함께 하면서 오랜 시간 김연경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라바리니 감독은 “김연경은 해외리그서 뛰고 있어 세계 배구 흐름을 잘 알고 있고, 한국 배구의 현실도 많이 알고 있다. 대내외적인 부분을 알려줘 전략적으로 많이 도움이 됐다”라며 “한국에 온 지 얼마 안되는 상황에서 해외와 국내의 문화 차이를 알고 있는 김연경의 조언은 큰 힘이 됐다. 또 선수들에게 세계 배구 흐름을 알려줄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라바리니 감독의 스타일 ‘힘 있는 스피드 배구’
라바라니 감독이 추구 하는 배구는 어떨까. 강성형 수석코치를 비롯해 선수들은 최대한 많은 선수가 공격에 가담하는 이른바, ’스피드 배구’를 추구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힘’까지 더해졌다.

강성형 대표팀 수석코치는 “색깔이 확실한 지도자다. 전반적으로 시스템적인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무작정 연습을 하는 것이 아닌 실전처럼 6명씩 나눠서 각종 상황을 가정해 연습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강 수석코치는 “남자배구와 같이 힘 있고, 공격적인 배구를 많이 강조한다. 리시브 상황에서 4명이라는 공격 가능한 선수를 만들어 놓고, 2단이 좋지 않았을 때에도 실수를 하더라도 과감하게 치기를 바란 다. 또한 센터 대부분이 페인팅 시도를 자주하는데, 라바리니 감독은 그런 공격보다는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서 때리라는 주문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김연경의 합류까지 ‘임시 주장’을 맡은 김수지도 “공격적이 배구를 강조한다. 서브, 공격, 수비, 연결 등 모든 부분에서 과감하게 하기를 바란다. 공격 이외의 플레이도 적극적으로 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라며 “본인이 원하는 플레이가 나오지 않을 경우 멈췄다가 이해를 시키고 다시 훈련을 진행한다”고 이야기했다.

스피드배구에서는 세터의 능력도 중요하다. 라바라니 감독은 “빠르고 높은 토스”를 세터들에게 강조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훈련 중 수시로 이다영을 불러 다양한 주문을 했다. 이다영은 “공격적인 배구를 많이 말씀하신다”고 운을 떼며 “국내에서는 특정 선수를 활용한 플레이를 강조했다면, 라바리니 감독님은 조금 더 양 사이드를 활용한 과감한 토스, 많은 선수가 공격에 가담할 수 있는 플레이를 많이 이야기한다. 더 많은 선수가 공격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고 밝혔다.

자신의 색깔을 확실하게 보여준 라바리니 감독은 대표팀을 직접 지도한 첫 인상에 대해 “시간차 공격이나 방향을 트는 등 개인 공격 기술은 우수하다”고 칭찬했다.

발전해야될 부분도 이야기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더 강한 팀, 체격이 좋은 선수를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지 봐야 한다”라며 “수비는 지금도 나쁘지 않지만 더 발전해야 한다. 수비 뿐 아니라 선수들이 블로킹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많은 과제를 안고 점검의 성격이 강한 VNL이 끝나면 대표팀은 8월 ‘진짜 무대’인 도쿄올림픽 대륙 간 예선을 치른다. VNL에서 밑그림을 마친 라바라니 감독의 본격적인 색깔이 드러나는 시기가 될 예정이다.

/글=이종서 기자 bellstop@osen.co.kr, 사진=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