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하늘의 꽃’으로 불리는 스튜어디스를 꿈꿨다. 고등학교 졸업 후 관련 학과에 진학해 한 걸음 나아갔다. 하지만 사람의 삶이 어디 계획대로 이뤄지던가. 평소 춤추는 걸 좋아했던 그는 지인의 소개로 치어리더 오디션을 보게 됐다. 무대 위에 올라 자신이 가진 끼와 열정을 마음껏 뽐냈다. 결과는 합격.
2014년 치어리더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고 어느덧 6년째가 됐다. 이만하면 ‘덕업일치’(덕질과 직업이 일치했다는 의미)의 꿈을 이룬 성공사례다. 주인공은 ‘윰프로디테’ 정유민 NC 다이노스 치어리더 팀장. 5월 창원NC파크에서 정유민 팀장과 만났다.
"팬들께서 만들어주신 애칭 ‘윰프로디테’가 가장 마음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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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민 팀장은 KBO리그 치어리더계의 대표적인 귀요미로 잘 알려져 있다. 다양한 애칭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게 무엇일까. 그는 “윰프로디테(유민+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합성어)를 가장 좋아한다. 팬들께서 만들어주셔서 더욱 애착이 간다. 가장 많이 불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애칭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최근 들어 ‘윰팀장님’이라고 부르는 분들이 늘어났다”고 웃으며 말했다.
치어리더 응원은 KBO리그의 대표적인 응원 문화. 큰 키에 늘씬한 몸매의 미녀들이 현란한 댄스를 선보이며 분위기를 이끈다. 야구 관람에 빼놓을 수 없는 묘미 가운데 하나. 이들은 팬들로부터 선수 못지 않은 인기와 관심을 받는다.
정유민 팀장이 바라보는 치어리더의 매력은 무엇일까.
“이 일을 하면 할수록 치어리더의 매력에 흠뻑 빠져드는 것 같다. 저희가 응원하는 모습에 힘을 얻고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정말 기쁘다. 그리고 ‘야구장의 꽃’이라고 불리는 것도 뿌듯하다. 하면 할수록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점점 커진다고 할까. 돌이켜 보면 이 길이 내 길이구나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처음 무대에 올랐을 때 어색하고 쑥스러운 느낌보다 호기심으로 가득 찼다”. 정유민 팀장은 무대에 처음 올랐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계속 하다 보니 이 길을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야구장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하나가 되어 응원할 때 정말 짜릿하다.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듯 내게 춤은 또 다른 소통 수단”이라고 표현했다.
“창원NC파크 처음 왔을 때 정겨운 고향에 온 느낌이었다”
일부 치어리더들은 자신의 SNS에 사진을 게재할 때마다 기사화될 만큼 이슈 메이커가 됐다. 그래서일까. 야구팬들 사이에서 전력 보강 대상은 선수에 국한되지 않는다. 인기 치어리더의 이적 또는 영입은 FA 시장 못지않게 높은 관심을 불러 모았다. 정유민 팀장도 마찬가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KT 위즈에서 NC 다이노스로 이적했다. 일부 팬들은 국가대표 출신 양의지(포수) 영입에 빗대기도 했다. 그만큼 기대가 크다는 의미다.
“처음 창원NC파크 응원단상에 올랐을 때 느낌이 묘했다. 울산이 고향이다 보니 경남 사투리가 굉장히 정겹게 들렸다. 아주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사람들과 함께 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따뜻한 정이 느껴졌다. 고향에 온 느낌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정유민 팀장은 3월 26일 KT 위즈와의 홈경기의 짜릿함을 잊지 못했다. NC는 상대 선발 이대은을 두들기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으나 추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하지만 NC의 뒷심은 강했다. 7-8로 뒤진 연장 11회 2사 후 양의지와 모창민의 백투백 홈런으로 9-8 짜릿한 재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3월 23일 삼성과의 정규시즌 개막전을 이겼을 때도 좋았지만 3월 26일 연장 승부 끝에 이겼을 때 눈물이 쏟아질 뻔 했다. 이런 게 야구의 매력 아니겠는가.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한 덕분이었다. 정말 짜릿했다”고 말했다. 아직도 감동의 여운이 가시지 않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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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어리더는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음악에 맞춰 경기 내내 움직인다. 한 경기를 치렀을 때 치어리더의 체력 소모는 선수 못지 않다. 선수 못지 않게 잘 먹고 잘 쉬어야 한다. 그래서 일까. 정유민 팀장은 밥심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치어리더 동생들에게 ‘경기 전에 무조건 밥을 먹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기 시간이 어느 만큼 걸릴지 모르니 잘 챙겨먹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쉽게 지친다. 흔히 ‘밥심’이라고 표현하듯 조금이라도 밥을 먹어야 힘을 낼 수 있다”.
또한 그는 “쉬는 날에 거의 죽은 듯이 잔다. 체력 관리를 하려면 쉬는 날에 집에서 푹 자는 게 최고”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신곡 안무를 익히기도 쉽지 않을 터. 정유민 팀장은 “이제 어느 정도 경력이 있으니 처음보다 덜 힘들다. 정답은 하나다. 노력 또 노력해야 한다. 최대한 많이 연습하고 완벽해질 때까지 하면 된다”고 말했다.
KBO리그의 대표적인 치어리더가 된 정유민 팀장은 자신의 개인 SNS를 통해 치어리더를 꿈꾸는 소녀들로부터 ‘치어리더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w지를 자주 받는다.
그는 “일단 키가 중요하고 춤에 소질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열정이 중요하다. 치어리더라는 직업이 겉보기엔 화려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연습 기간이 어마어마하다. 체력 소모가 큰 만큼 힘든 걸 감당할 수 있는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리고 팀워크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라고 조언했다.
정유민 팀장, 알고 보니 배그 유저였다
그라운드 밖의 정유민 팀장의 삶이 궁금했다. 취미를 묻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배틀 그라운드 유저”라고 대답했다. 시작한 지 1년 남짓 됐고 함께 하는 친구들을 쫓아다니는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친구들과 PC방에 가서 군것질하면서 게임을 즐기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하지만 일정이 많아 최근에는 거의 못 갔다”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정유민 팀장은 연예계에서 활동중인 친언니 유시아(본명 정유진)와의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를 운영 중이다. 그는 “티격태격 흔한 자매 이야기”라고 표현했다.
아직 미혼인 정유민 팀장에게 이상형을 물었다. 한때 영화배우 김우빈이 이상형이라고 밝혔던 그는 “NC 다이노스의 마스코트인 단디 인형처럼 듬직한 남자가 좋다”고 털어놓았다.
정유민 팀장에게 ‘언제까지 무대를 지킬 생각이냐’고 물었다. 그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치어리더를 갓 시작했을 때 언제까지 하겠다고 이야기하고 다녔는데 돌이켜 보면 경솔했던 것 같다. 언제까지 하겠다고 딱 정해놓은 건 아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 훗날 후회하지 않으려면 그래야 하지 않을까”.
정유민 팀장의 올 시즌 목표는 단 하나. NC의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치어리더 하면서 가을 야구를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다. 올해 느낌이 좋다. 흔히 말하는 설레발일 수 있겠지만 올해 정말 해봤으면 좋겠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관중과 선수단에 좋은 기운을 주고 싶다. 장기 레이스를 소화할 준비는 다 됐다”.
/글=손찬익 기자 what@osen.co.kr, 사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