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LG 트윈스의 마지막 신인왕은 1997년 이병규(현 LG 코치)다. 지금으로부터 22년 전 일이다. 1999년 생인 LG 신인 투수 정우영(20)이 태어나기도 전이다. 정우영은 올해 KBO리그를 데뷔한 신인들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선수. 자신의 나이보다 더 오래된 LG의 신인왕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베이징 키즈…야구에 빠져들다
초등학교 시절에 2008 베이징올림픽,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한국 야구의 중흥기를 보면서 성장, 야구에 입문해서 프로에 뛰는 선수들을 ‘베이징 키즈’라고 부른다. 정우영이 바로 그 세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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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 한동안 부상으로 쉬어야 했다. 중2때 무릎이 안 좋아서 6개월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서 쉬었다고 한다. 그는 “집에서 밥 먹고 자고, 심심하면 컴퓨터 오락 게임을 하고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잠시 야구공을 놓고 빈둥빈둥 놀았지만 전화위복이 된 측면도 있다. 중2때 키가 172cm였는데 부상으로 쉬는 동안 키가 확 컸다고 한다. 그는 “1년에 15cm 큰 거 같다”고 했다. 현재 정우영의 키는 193cm다.
파란만장했던 서울고 시절…해피엔딩
서울고 시절에는 부상으로 우여곡절이 많았다. 정우영의 말이다. “고1 때 연습경기에서 많이 등판해, 잘 던졌다. 보스턴 스카우트도 ‘공 괜찮다’고 하고, 프로 스카우트들도 ‘지켜볼 만 하다’고 관심을 가졌다. 그런데 몸이 아파서 주말리그 등 고교 대회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감독님이 2학년이 되기 전 겨울 훈련 때 사이드암에서 오버핸드로 올려서 던져보자고 했다. 팔을 갑자기 오버핸드로 바꾸니 어깨가 아팠다. 그때는 ‘야구 그만둘까’ 고민도 했다. “
다시 팔을 사이드암으로 내리고 밸런스를 찾고 하니까 공 스피드가 140km까지 나왔다. 2학년 때 청룡기대회에 선발로 준비하는데 팔꿈치가 조금 안 좋았다. 다시 계속 쉬었다. 고2 야구 시즌이 다 끝나고 다시 팀에 합류했다. 고교 1~2학년 기록은 거의 없다.
“고3 스프링캠프 때 구속이 144km까지 나오고 하니, 감독님께서 ‘너는 짧게 던지는 것이 낫겠다’고 말씀하시며 대회를 준비했다”고 정우영은 말했다.
그런데 막상 대회 성적은 별로 좋지 못했다. 황금사자기 대회에서는 신일고 상대로 5타자 연속 몸에 맞는 볼을 던지기도 했다. 서울고는 1회전 탈락, 정우영은 자신감을 잃고 멘탈 붕괴를 겪었다고 했다. 청룡기 대회에서는 선발 투수로 나가 1차전은 승리했으나, 16강전에서 탈락했다. 그렇게 전국대회는 줄줄이 탈락했다.
마지막 협회장기 대회에서 정우영은 드디어 빛을 발했다. 선발로 대회를 준비했고, 1차전 선발 5이닝 1실점 승리. 3번째 경기에 다시 선발로 등판해 5회까지 퍼펙트를 하며 6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경남고와 결승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18이닝 2실점으로 대회 MVP까지 차지하며 마지막 고교 대회를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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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엘린이’가 이제 LG 유니폼을 입고 있다. 정우영은 “행복하다. 신인 지명을 앞두고 이런저런 말이 많았다. KT가 찍는다, 사이드암 투수가 별로 없는 한화, NC가 찍는다더라 등 이런저런 소문을 들었다. 그런데 LG가 지명해줘서 너무 좋았다”고 환한 표정으로 말했다.
신인 드래프트 때가 마침 고3 협회장기 대회 기간이었다고 한다. “16강전 경기 날이었다. 우리 팀에서 내가 유일하게 참석 초청을 받았다. 감독님께 ‘드래프트 현장에 가도 될까요’ 물었더니 ‘우승까지 한번 가보자’고 만류하셨다. 경기 중간에 후배들이 ‘LG가 지명했다’고 알려줬는데 정말 기분이 좋았다”고 “생각보다 빠른 순서로 지명 받은 것 같다. 2라운드면 좋은 지명 순번이다”고 여전히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신인왕…“제일 유리할 것 같아요”
프로 첫 시즌이 2달이 지났다. 스프링캠프에서 코칭스태프의 좋은 평가를 받았고, 개막 엔트리에 당당하게 포함됐다. 그렇지만 이 정도로 잘 하리라는 기대 이상이다.
5월 27일 현재 시즌 성적이 25경기에서 2승 3패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1.95이다. 5월 중순 3경기 연속 실점하면서 0점대 평균자책점에서 많이 올라갔다.
“이렇게 잘 할 줄 몰랐다. 개막 엔트리도 예상 못했고, 캠프에서 가능성이 조금 보이는 구나 정도로 생각했다. 개막전부터 출장하고, 필승조까지 온 것 같은데, 앞으로 꾸준히 더 잘 해야 한다.” 정우영의 말이다.
시즌 144경기 장기레이스를 처음 치르는 신인에게 가장 큰 적은 체력 소모다. 정우영은 “생활 패턴은 고교 때보다 조금 편한 것 같기도 하다. 고교 때는 아침 일찍 수업 듣고, 점심 먹고 오후, 야간 훈련까지 운동을 한다. 고교 때 잠이 많이 부족했다”며 “물론 프로는 월요일 빼고 계속 경기가 이어져 적응하는 데 조금 힘든 점은 있다. 최대한 잠을 많이 자려고 한다. 먹고 자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따로 체력 보호를 위해 챙겨 먹는 것이 있을까. “어릴 때부터 보약을 챙겨줘도 잘 안 먹었다. 형들이 프로틴을 물에 타먹고, 이것저것 보충제를 챙겨 먹는 습관을 들이라고 많이 조언해 주시더라. 체력적인 관리를 팀에서도 신경을 많이 써준다. 던지기 전에도 마사지, 던진 후에도 마사지를 받고, 김현욱 트레이닝 코치님과 일대일 훈련을 매일 하면서 몸 상태를 체크한다. 어깨 각도, 팔꿈치 각도를 측정해 이전 데이터와 비교하면서 체크한다.”
신인상, 얼마나 자신 있는지 물었다. “의식이 되긴 된다. 그래도 제일 자신은 있다. 지금 페이스만 유지한다면 가능성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는 내가 제일 유리할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글=한용섭 기자 orange@osen.co.kr, 사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