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도록 차가웠던 겨울이 지나고 K리그에도 따스한 봄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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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1부리그) 관중수는 지난해까지 감소 추세였다. 2016년 평균 7872명서 2017년 6502명으로 떨어진 뒤 유료 관중만으로 처음 집계한 지난해 5458명으로 더 줄어들었다. 기나긴 겨울 끝에 비로소 K리그도 부흥의 시대를 맞았다. 2019시즌 K리그1 7라운드(42경기)를 치른 4월 19일 현재 평균 관중은 8708명으로 지난해 동시점 대비 41.8%나 증가했다. 전체 평균관중도 전년도 대비 59.5%나 올랐다. K리그2(2부리그)도 올 시즌 6라운드까지 평균 2613명이 찾아 전년도 동시점 대비 39.7%, 전체 평균관중 대비 49.1% 증가했다.
K리그1의 경우 전북 현대(1만 4217명, 1위), FC서울(1만 3343명, 2위), 수원 삼성(1만 577명, 4위) 등 전통적으로 팬층이 두터운 구단이 시즌 초반 힘을 냈다. 예년과 다르게 도시민구단의 약진도 눈에 띈다. 돌풍의 팀 대구FC(1만 1687명, 3위)를 위시해 인천 유나이티드(9540명, 5위), 성남FC(7709명, 8위), 경남FC(4207명, 11위) 등 소위 인기가 없었던 구단들이 적잖은 팬을 불러모았다.

한국 축구에 대한 기대감이 K리그로


K리그의 인기 비결로는 월드컵-아시안게임으로 이어진 한국 축구-K리그에 대한 기대감, 대구-경남 등 도시민구단의 약진, 절대 1강이 없는 춘추전국시대, 박진감 있는 내용 등이 꼽힌다. 2018년은 인기 부활의 초석을 다진 해였다. 한국은 러시아 월드컵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였던 독일을 2-0으로 잡는 파란을 일으켰다. 러시아서 피어오른 작은 불씨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으로 번졌다. 영원한 숙적 일본을 결승서 2-1로 꺾고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손흥민(토트넘), 황의조(감바 오사카), 조현우(대구) 등 한국 축구의 현재와 황희찬(함부르크), 이승우(헬라스 베로나), 김민재(베이징 궈안), 황인범(밴쿠버 화이트 캡스), 김문환(부산) 등 미래가 합작해 낸 걸작품에 국민들의 환호가 이어졌다.

신임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의 선전도 기폭제가 됐다. 신태용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아 지난해 8월부터 지휘봉을 잡은 그는 코스타리카, 우루과이 등 강호를 연파하고 남미 챔피언 칠레와 비기며 기대감을 안겼다. 올해 1월 아시안컵 8강서 카타르에 패하기 전까지 A매치 11경기 무패를 달렸다. 지난달 볼리비아, 콜롬비아와 평가전도 2연승으로 마무리하며 기대감을 부풀렸다. 한국 축구에 대한 기대감은 고스란히 K리그의 관중 동원으로 이어졌다. 남녀 노소 불문하고 구름 관중이 축구장을 찾았다. 소위 오빠 부대가 형성됐다.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서 태극마크를 달고 활약했던 스타들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는 즐거운 상상은 자연스레 축구장으로 발걸음을 옮겨가게 했다.

도시민구단의 약진

대구는 K리그의 부활을 이끈 일등공신이다. 야심작인 DGB대구은행파크는 지난달 9일 개장 이래 4경기 연속 매진사례를 이뤘다. 대구는 골수 팬이 많은 수원과 포항 스틸러스(9410명, 6위)를 제치고 관중수 3위(7라운드 기준)에 오르며 달라진 위상을 입증했다. 알루미눔 소재 바닥에 발을 굴러 쿵쿵 소리를 나게 하는 응원전은 대구만의 이색 응원전으로 자리잡았다. ‘6초 만에 슈팅’이라는 확실한 컨셉도 한 몫을 했다. 활기 넘치는 압박에 볼 맛 나는 역습으로 야구도시 대구에 축구바람을 일으켰다. 역동적인 공격 삼각편대 세징야-에드가-김대원은 엉덩이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월드컵 스타 골키퍼 조현우는 탄성을 자아내는 선방 퍼레이드로 기대감을 충족시켰다. 인천과 성남도 K리그 봄바람에 몸을 실었다. 인천은 지난달 2일 홈 개막전서 2012년 인천축구전용경기장 개장 이래 역대 최다인 1만 8541명의 구름관중이 운집했다. 성남도 10년 만에 청운의 꿈을 안고 돌아온 성남종합운동장서 1만여 명에 가까운 홈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었다.

춘추전국시대

절대 1강이 없다는 점도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요소다. 최근 몇 년간 전북 현대(3위)가 군림했지만 올 시즌 판도는 다르다. 개막 전 약체로 꼽혔던 서울(2위)과 상주 상무(4위)가 초반 돌풍을 주도하고 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며 호성적을 거두고 있는 울산(1위), 대구(5위), 경남(6위)의 선전도 관중 증가의 원동력이었다. 양질의 외국인 선수들이 합류한 것도 K리그 부활에 기름을 부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서 김보경(울산), 이청용(보훔)과 한솥밥을 먹었던 조던 머치(경남)와 세르비아리그 득점왕 출신 페시치, 우즈베키스탄 신성 알리바예프(이상 서울), 독일-네덜란드 무대를 경험한 불투이스(울산), 베트남 스타 공격수 응우옌 콩푸엉(인천) 등 다채로운 자원들이 K리그를 수놓았다. 눈을 뗄 수 없는 경기력과 환상적인 골은 눈을 즐겁게 했다. 이창민(제주)의 무회전 중거리포, 세징야의 장거리 대포알 프리킥, 김진혁(대구)의 바이시클킥과 시공간을 가리지 않고 상영되는 극장 드라마는 K리그 붐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

프로축구연맹도 K리그에 모처럼 만에 찾아온 봄을 오랫동안 만끽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7라운드부터 경기 지연 행위를 방지하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위해 ‘5분 더 캠페인’을 진행했다. 실제 경기시간(APT)을 5분 더 늘리고 팬들과 5분 더 만나기 위해 2011년 이후 8년 만에 제도를 부활시켰다. 연맹은 파격적인 시도로 팬들의 관심을 끌어올렸다. K리그1 인천을 배경으로 웹드라마 ‘투하츠’를 제작했다. 유튜브와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드라마는 누적 조회수가 수십만 건에 달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조연상 연맹 사무국장은 “이번에 웹드라마를 만들었으니 다음엔 다른 장르의 영상을 제작할 기획을 하고 있다”며 “구단도 팬을 위해 공격적이고 재미있는 축구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독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K리그는 지난 2012년부터 실제 관중수 집계를 시작했다. 지난해부터는 유료 관중만을 대상으로 집계를 시작해 총 124만 1518명(승강 플레이오프 제외)이 경기장을 찾아 2017시즌(123만 3668명)에 비해 7850명이 늘어났다. K리그 인기가 부활한 올 시즌엔 이를 훨씬 웃도는 팬이 그라운드를 찾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강필주 기자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