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히스토리 메이커’ 손흥민, 아시아 축구 선수의 신화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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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팬들은 지금 역사를 보고 있다. 손흥민(토트넘)이 새로운 신화를 쓰고 있다.

토트넘은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8강서 ‘최강’ 맨체스터 시티를 꺾고 사상 첫 4강에 진출했다. 1차전(1-0 승), 2차전(3-4 패)으로 합계 4-4로 동률을 이룬 토트넘은 원정 다득점 우선 원칙에 의해 각본 없는 4강행 드라마를 완성했다.

토트넘의 4강 진출 드라마의 중심에는 ‘히스토리 메이커’ 손흥민이 있었다. 지난 4월 10일 홈에서 열린 1차전 손흥민은 0-0으로 팽팽하던 후반 33분 굳게 닫혀있던 맨시티 골문을 열었다. 터치가 다소 길어 골라인 아웃 위기를 맞았지만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끝까지 볼을 살려낸 뒤 파비안 델프를 제치고 강력한 왼발슛으로 맨시티를 무너트렸다.

3월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 아와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선제골을 성공한 후 기뻐하고 있다.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자연스럽게 원정 2차전 맨시티의 요주의 대상으로 손흥민이 떠올랐다. 특히 ‘주포’ 해리 케인이 부상으로 쓰러진 상황이다 보니 그를 향한 집중 견제가 이어졌다. 하지만 ‘최강’ 맨시티라고 해도 기세를 탄 손흥민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는 0-1로 뒤진 전반 7분 날카로운 슈팅을 날린 것이 골키퍼 다리를 맞고 골망을 갈랐다.

기세를 탄 손흥민은 전반 9분 역습 상황에서 에릭센의 패스를 받아 멈추지 않고 그대로 강력한 정교한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역전골을 기록했다. 멀티골을 기록한 손흥민은 UCL 원정 경기서 전반 10분 만에 2골을 넣은 역대 2번째 선수도 됐다. 1994년 11월 하이모 파이펜버거(당시 잘츠부르크 소속)가 AEK 아테네와 원정 경기서 전반 9분 만에 2골을 뽑아낸 뒤 24년 6개월여 만의 일이다.

맨시티 역시 만만치 않았다. 1-2로 뒤진 상황에서 전반 11분 베르나르도 실바의 동점골과 전반 21분 라힘 스털링의 재역전골로 경기를 뒤집었다. 이후 맨시티는 후반 14분 터진 세르히오 아구에로의 쐐기골로 종합 스코어에서도 경기를 뒤집었다. 하지만 행운의 여신과 비디오 판독(VAR)은 토트넘 편이었다.

토트넘은 후반 28분 페르난도 요렌테의 만회골로 3-4로 스코어를 좁혔다. 종합스코어는 동률이나 원정 다득점에 앞서며 토트넘이 4강에 올라서는 상황. 맨시티는 후반 추가 시간 스털링의 슈팅이 골문을 흔들었으나 VAR 끝에 취소되면서 웃지 못할 4-3 승리를 거뒀다. 전투에서는 이겼으나 전쟁에서 패했다.

이번 UCL 4강 진출은 토트넘 구단 역사상 1961-1962시즌 UCL 전신인 유로피언컵 이후 57년 만에 있는 일이다. 현행 UCL 체제에서는 처음이다. 말 그대로 새 역사를 쓴 것이다.

3월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의 경기를 마치고 손흥민이 그라운드 를 돌며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그리고 그 역사의 주역은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1,2차전에서만 내리 3골을 넣으며 최고의 활약을 뽐냈다. 경기 후 손흥민은 1,2차전 모두 UEFA가 뽑은 공식 MVP로 선정됐다. 2차전이 끝난 직후 손흥민을 향한 찬사가 이어졌다. 토트넘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도 “뛰어난 경기력이었다. 멀티골로 그의 재능을 제대로 보여줬다. 손흥민과 함께해서 만족한다. 너무 행복하다.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고 칭찬했다.

8강에서만 3골을 더한 손흥민은 UCL 12골로 역대 아시아인 UCL 최다 득점자가 됐다. 종전 기록은 막심 샤츠키흐(우즈베키스탄)가 세운 11골이었다. ‘선배’ 박지성은 UCL에서 통산 5골을 기록했다. 손흥민의 나이를 고려한다면 전무후무한 기록이 예상된다. 아직 다른 아시아 선수 중에 손흥민의 기록에 도전할 사람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손흥민은 개인 시즌 최다골 기록도 눈앞에 두고 있다. 그의 과거 시즌 최다골 기록은 2016-2017 시즌에 세운 21골이다.

맨시티와 UCL 2차전까지 손흥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12골, 카라바오컵에서 3골, FA컵에서 1골, UCL에서 4골을 넣으며 시즌 20골을 기록했다. 손흥민은 경고 누적으로 아약스와 4강 1차전 홈경기에 나서지 못하지만 리그 4경기, UCL 4강 2차전 등 최소 6경기를 앞두고 있다. 결승에 진출한다면 최대 6경기 출전이 예상된다.

남은 경기 수를 생각한다면 손흥민은 자신의 시즌 개인 최다골 기록 역시 넘어설 확률이 높아 보인다. 말 그대로 역사적인 시즌이 되는 것이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초 월드컵과 아시안컵 차출로 인해 부진을 겪었다. 11월이 되어서야 첫 골을 기록했지만, 물오른 경기력으로 개인 기록 경신을 앞두고 있다.

단순한 기록을 넘어 세계 축구계에서 손흥민만큼이나 주목받는 아시아 선수는 없었다. 박지성을 비롯해 가가와 신지, 혼다 케이스케도 세계 축구계에 알려진 스타였지만 손흥민 정도의 위상에는 오르지 못했다. 실제로 한국 언론이 아니라 영국 언론들이 앞장서서 시즌 내내 손흥민의 병역 문제와 ‘EPL 올해의 선수상’ 가능성에 대해 보도하기도 했다.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내내 영국 언론들은 한국 축구 대표팀의 경기 결과를 보도하며 손흥민의 입대 가능성에 대해 논하기도 했다. 아시안게임을 끝내고 토트넘으로 돌아온 손흥민이 최고의 활약을 펼치자 버질 반 다이크(리버풀), 세르히오 아구에로(맨시티) 등 쟁쟁한 선수들과 함께 올해의 선수상을 두고 경쟁한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단순한 실력을 넘어 손흥민이라는 선수 자체에 대한 인기도 지속해서 올라가고 있다. 영국 ‘BBC’는 손흥민에 대해 조명하며 ‘반짝이는 미소’야말로 그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손흥민의 자동차부터 아이스크림 CF까지 일거수일투족에 전 세계 축구팬들이 시선이 쏠리고 있다. 슈퍼스타만이 누릴 수 있는 영광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 여러 스타들과 함께 페라리를 선호하는 선수로 뽑힌 손흥민은 한국에서 찍은 아이스크림 CF로 소셜미디어를 뒤흔들기도 했다. 미국 ‘CNN’은 손흥민에 대한 특집 기사를 보도하며 소셜미디어 팔로워 수를 바탕으로 아시아서 가장 인기 있는 선수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손흥민(198만 명)은 가가와 신지(175만 명)-제레미 린(170만 명)등 쟁쟁한 스타들보다 더 많은 팔로워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스포츠 스타로 성장했다. 우리는 지금 손흥민이 쓰는 역사의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한국을 넘어 세계를 호령하는 스타로 성장한 그의 행보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3월 22일 울산 문수축구장에서 열린 볼리비아와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새로운 도전’과 ‘꿈을 위한 행보’
손흥민과 함께 유럽에서 고군분투 하는 선수들 이른바 ‘유럽파’들은 각 리그에 널리 퍼져있다. FC 바르셀로나 후베닐(유소년팀) 출신의 이승우와 백승호는 각각 새로운 도전을 펼치고 있다.

이승우가 활약하고 있는 세리에B는 이탈리아 2부리그다. 현재 이승우가 활약하고 있는 헬라스 베로나는 승격과는 거리가 먼 상태. 따라서 이승우는 여러 가지 길을 놓고 고민중이다. 유럽에서의 평가는 높다.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에 참가했고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의 주역이 됐다. 빠른 스피드와 영민한 플레이를 때문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자로나의 백승호는 꿈에 그리던 성인 무대 데뷔전을 펼쳤다. 비록 그 후 1군과는 거리가 멀어진 상태지만 여전히 도전을 펼치고 있다. 백승호는 지난 1월 10일 지로나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상대한 코파 델 레이(스페인 국왕컵) 16강 1차전 홈 경기에 선발 출전하며 1군 데뷔전을 치렀다. 이어 그는 1월 25일 레알 마드리드와의 8강 원정 경기에 교체 출전한 데 이어 1월 18일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라 리가 데뷔전을 치렀다.

그리고 독일 분데스리가에는 노장과 젊은피들이 공존하고 있다.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선수생활을 하고 있는 구자철과 지동원은 주전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분데스리가 명문 바이에른 뮌헨에는 정우영이 자라고 있다.

또 ‘축구왕 슛돌이’라는 TV 프로그램 출신으로 스페인 무대서 1군에 데뷔한 이강인은 ‘제 2의 손흥민’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록 손흥민과 포지션은 다르지만 이강인은 현재 레알 마드리드를 비롯한 유럽 명문구단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우충원 10bird@osen.co.kr·이인환 기자 mcado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