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없는 전쟁’ 스토브리그, LCK 스토브리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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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의 한 시즌이 끝나고 다음 시즌이 시작하기 전까지의 기간을 ‘스토브리그’라 부른다. 겨울에 스토브(난로)를 둘러싸고 팬들이 응원하는 팀의 선수 계약이나 다음 시즌 운영에 대해 평판을 한다는 데서 생긴 말이다. 스토브리그와 비슷한 의미로 축구에서는 ‘프리시즌’, 동계 스포츠인 농구와 배구에서는 ‘에어콘 리그’라고 한다.

‘스토브리그’는 최근 프로야구 비시즌 기간을 다룬 드라마 ‘스토브리그’가 장안의 화제가 되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4년 연속 최하위 팀 ‘드림즈’에 부임한 백승수(남궁민 분) 신임단장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스토브리그’는 스카우트와 전력분석팀, 운영팀 등을 중심으로 ‘만년 꼴찌팀’ 드림즈가 새로운 팀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규모는 다르지만 e스포츠 역시 프로야구 처럼 스토브리그가 엄연히 존재한다. 한국의 대표적 e스포츠 리그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는 비시즌을 스토브리그라고 부른다. 한국 e스포츠 관계자들 역시 드라마 ‘스토브리그’에 감정이입이 되면서 공감할 정도다.


LCK의 2019 스토브리그는 가히 파급력이 역대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2년 연속 LPL이 롤드컵을 가져오면서 그 어느 때보다 변화가 필요했고, 지각변동이라 칭해도 좋을 정도로 역대급 이적 시장이 열렸다.

S급 선수들이 대거 팀을 옮겼고, 이 과정에서 ‘비디디’ 곽보성, ‘클리드’ 김태민, ‘라스칼’ 김광희 영입에 성공한 젠지의 경우 팬들은 ‘반지 원정대’의 탄생이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e스포츠의 비시즌 기간은 어떨까?

이번 OSEN+에서는 LCK의 스토브리그에 대해 다뤄보려 한다. 지난 2014년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종료 후 엑소더스라 불리는 선수들의 해외 리그 진출 이후 억대 연봉시대가 열렸지만 사실 LCK는 리그 수준을 생각해보면 일부 특급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타 지역에 비해 선수들의 몸값이 높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스토브리그는 확실하게 달라졌다.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페이커’ 이상혁 뿐만 두 자리 연봉을 가진 선수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다른 특급 선수들도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고액 연봉자 대열에 합류해 또 한 번 한국 LOL 리그의 현 주소가 달라졌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다른 한 쪽에서는 팀들의 고민도 커졌다. 리그의 위상을 높여야 하고, 좋은 선수를 잡기 위한 팀에서는 그만큼 스토브리그에 총력전을 펼쳐야 했다. 팀 마다 차이는 있지만, LCK의 스 토브리그는 2019시즌 롤드컵 진출 여부에 따라 출발점이 다르다.

롤드컵 한국 대표 선발전에 탈락하면서 차기 년도를 준비해야 하는 팀들은 빠르면 9월부터 스토브리그에 돌입한다고 할 수 있다. 롤드컵 진출 팀들은 대회 종료부터 스토브리그에 나서게 된다.

대다수의 팀들이 스토브리그의 첫 번째로 선택하는 과정이 팀의 방향성 정립에 있다. 전력이 탄탄해 롤드컵에 진출했던 팀들의 경우는 장기계약자가 아닌 선수들의 잔류에 최선을 다하게 되고, 아닌 팀들은 팀의 장기 계획을 수립해 차기 시즌 준비에 나서게 된다. 팀의 목표가 중장기적이라면 비전을 정립한 이후 본격적으로 스토브리그에 돌입한다.

그 다음 과정이 지도자 영입이다. 팀이 그리는 방향성에 따라 팀과 부합하는 감독을 선임하거나 코칭스태프를 구성하게 된다. 팀의 목표와 맞는 지도자의 지도력과 색깔을 통해 차기 시즌을 노리게 된다. 지도자의 변화가 없는 경우 영입 대상 선수들을 추려내서 영입전쟁에 뛰어든다.

드라마 ‘스토브리그’에 다른 점은 선수들의 재계약에 주도권은 팀 보다는 선수쪽에 있다. 장기 계약자 이외의 선수들이 모두 FA로 풀리는 리그 특성을 감안할 때 선수들의 몸값은 결코 녹록치 않은 것이 이제는 현실이 됐다. LCK 뿐만 타 지역의 러브콜도 이에 한 몫을 더하고 있다.

이런 문제로 인해 일부 팀들은 육성에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 시작점은 2015시즌을 앞두고 일어난 엑소더스였지만 갈수록 선수 육성에 대한 필요성은 높아지면서 육성군을 부르는 호칭까지 달라졌다. 2015년과 2016년 연습생으로 불리던 육성군은 2017년과 2018년에는 각 팀별로 인원을 늘려갔다. 지난 2019년부터는 팀별로 아카데미나 육성군을 본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일부 팀들은 2군과 3군까지 두면서 팀 단위 육성에 나서고 있다.

사실 이번 LCK 스토브리그에 대해 평가는 아직 시기 상조일 수 있다. 지난해 주전이 남아있는 샌드박스와 담원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로스터들이 바뀐 팀들이 많다. 과연 2020년에는 마지막에 어떤 팀이 웃게 될지 기대를 해본다.

/글=고용준 기자 scrapper@osen.co.kr, 사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