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타석부터 홈런’ ‘스토브리그’ 제작사 수장 박민엽 대표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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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는 스포츠 소재 드라마의 한계를 뚫고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잡았다. 단순히 시청률 보증수표 남궁민의 존재만으로 ‘스토브리그’의 성공을 설명할 수는 없다. 본방 사수라는 말이 사라진 시대에 설 연휴 결방으로 시청자들의 분노를 이끌어 낼 정도니까. 길 픽처스의 박민엽 대표는 배우와 대본과 연출까지 3박자를 완벽하게 엮어내며 첫 제작 드라마로 홈런을 날렸다. 누구보다 뜨거운 스토브리그를 보내고 있는 박민엽 대표를 만났다.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는 스포츠 소재 드라마의 한계를 뚫고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잡았다. 단순히 시청률 보증수표 남궁민의 존재만으로 ‘스토브리그’의 성공을 설명할 수는 없다. 본방 사수라는 말이 사라진 시대에 설 연휴 결방으로 시청자들의 분노를 이끌어 낼 정도니까. 길 픽처스의 박민엽 대표는 배우와 대본과 연출까지 3박자를 완벽하게 엮어내며 첫 제작 드라마로 홈런을 날렸다. 누구보다 뜨거운 스토브리그를 보내고 있는 박민엽 대표를 만났다.

-‘스토브리그’가 예상외에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있다.

[OSEN=지형준 기자] 13일 오후 서울 목동 SBS에서 새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 제작발표회가 열렸다.'스토브리그'는 팬들의 눈물마저 마른 꼴찌팀에 새로 부임한 단장이 남다른 시즌을 준비하는 '돌직구 오피스 드라마'다. 그라운드 뒤에서 묵묵히 일하며 선수보다 더 치열하고 격동적인 일상을 보내는 프런트들의 고군분투기를 담은 신감각 오피스 드라마로 안방극장에 신선함을 안길 전망이다.배우 오정세, 남궁민, 박은빈, 조병규가 포토타임을 하고 있다. /jpnews@osen.co.kr
▲박민엽 대표(이하 생략): 야구 드라마라는 소재적인 외피를 입고 있지만 사람 사는 이야기 를 한다는 것에 많은 시청자분들이 공감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성별 구분, 세대 구분 없이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감사한 마음이다.

-야구 프런트라는 독특한 소재의 드라마를 기획할 때, 어떤 포인트에 집중했는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야구 선수가 아닌 그림자로 존재하는 프런트의 세계를 다룬다는 점이 너무나도 신선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스토브리그 기간 동안 일어나는 프런트의 직업 세계가 생소하기 때문에 쉬운 이야기로 풀어내고자 노력했다. 그 결과 감독님이 피부에 와 닿도록 더할 나위 없는 연출을 더해줬다.

-야구 팬들 사이에서는 드라마와 KBO(한국 프로야구 리그)와 꼭 닮았다는 평이 많다.

▲취재와 고증에 있어 이신화 작가와 기획PD가 노력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픽션을 리얼리티로 믿게 되면 곤란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드라마 속 리그인 KPB와 KBO는 룰부터 다르다. 팬들이 KPB와 KBO의 차이를 분석하고 있다고 들었다. 팬들이 눈에 힘을 꽉주고 보지 않았으면 한다.

-반환점을 돈 시점에서 어떤 전개가 펼쳐질지 쉽게 예상되지 않는데.

▲이신화 작가가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대한민국에서 야구는 가혹한 스포츠다. 꼴찌팀은 그들이 꼴찌라는 것을 전국민이 알 수 있고, 그 팀의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팀을 응원한다는 이유만으로 어깨가 처지고 말수가 줄어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꼴찌인 드림즈를 응원하는 수많은 시청자들과 꼴찌들이 기죽지 않았으면 좋겠다. 살기 팍팍한 시대에 이 드라마를 통해 따뜻한 희망을 보셨으면 한다.

-야구를 몰라도 재미있는 드라마라는 평가가 흥행에 크게 작용하고 있다.

▲제작자인 저조차도 소위 야구를 알지 못하는 ‘야.알.못’ 이다. 그래서 제가 봤을 때 이해가 되고 재밌으면 야구를 모르는 일반 시청자들도 재미있게 봐줄 거라 생각했다. 기본 눈높이를 저한테 맞췄다. 야구를 잘 아는 사람과 야구를 모르는 사람 사이에서 줄타기 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 이 균형을 잡기 위해서 작가님과 감독님이 고생을 많이 했다. 작가님이 야구를 모르더라도 흥미롭게 내용을 따라 올 수 있도록 서사구조를 구축했고, 감독님이 야 구 전문 용어를 쉽게 알 수 있도록 세심하게 자막작업을 하고 있다.

-백승수 역의 남궁민과 이세영 역의 박은빈. 곁에서 본 두 배우는?

▲남궁민은 이 드라마가 방송될 수 있도록 해준 고마운 존재다. 그가 이 작품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쉽게 제작될 수 없었을 거다. 제작사도 신생회사이고 신인 작가의 작품이라 어려운 선택이었을 텐데, 흔쾌히 출연을 결정해줬다. 박은빈은 최연소 여성 운영팀장이라는 설정을 가능하게 만든 배우다. 7부에서 이세영이 서영주(차엽 분)에게 ‘선은 네가 넘었어!’라고 외치는 장면은 저뿐만 아니라 많은 여성 시청자들에게 환호를 이끌어내기 충분했다. 이세영이라는 역할이 백승수에게 밀리지 않는 에너지를 뿜어내야 하는데, 박은빈이 대본 이상으로 잘 표현해주고 있다.

-캐릭터가 다 살아 있는 ‘스토브리그’에서 끝까지 보면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등장인물 캐릭터 하나하나가 매력적이라 한 분을 꼽기가 너무 힘들다. 백승수, 이세영, 한재희(조병규 분), 권경민(오정세 분) 외에 나머지 조, 단역 캐릭터까지 관심을 받고 사랑 받는 이 상황이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 시청자들 역시 드라마가 끝날 때쯤 각자의 최애 캐릭터를 만나게 되지 않을까?

-수많은 명장면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이나 대사가 있나?

▲4부에서 고세혁(이준혁 분) 팀장의 스카우트 비리를 밝혀내기 위해 이창권(김강민 분) 선수를 설득할 때다. 백승수가 ‘네 고쳐야죠. 소 한번 잃었는데 왜 안 고칩니까? 그거 안 고치는 놈은 다시는 소 못 키웁니다’라고 한다. 더 나은 사람, 더 나은 세상이 된다는 건 이런 것이다. 잘못을 인정하고 두 번 다시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때 희망찬 내일이 있다. 정글 같은 경쟁 사회 속에서 공정함에 대해 뼈를 때리는 대사다.

-쏟아지는 칭찬 속에서 드라마를 마쳤을 때, 어떤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고 싶나?

▲‘스토브리그’가 ‘본방 사수를 하게 만든 드라마’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너무 기분이 좋았다.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힘이 되는 말이다. 본방 사수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재방, 삼방까지 다시 보고 또 봐도 재미있는 드라마로 남기를 바란다.

-많은 사람들의 협업을 이끌어 내야 한다. 어떤 점이 가장 보람차고 어려운지?

▲드라마는 기획안과 대본이라는 글자로 시작하는 일이다. 하지만 작품의 성패는 시청률이라는 숫자로 평가 받는다. 이 부분이 참 어렵다. 시청자들이 어떤 이야기에 공감하고 재밌어 할지 예측할 수 없다. 드라마를 열심히 만든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스토브리그’는 우리 회사의 창립작이기도 하고, 제 드라마 인생에서 큰 보람이 된 작품이다.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보면서 팍팍한 현실 속의 고단함을 잠시나마 내려놓고 만족을 느낀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 더욱 사명감을 갖고 드라마를 제작하고 싶다.

-앞으로 한국 드라마가 발전하기 위해서 어떤 점이 개선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스토브리그’의 초기 기획 당시, 제작비 충당이 되겠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한국 드라마는 내수시장 만으로는 수익을 창출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해외판매나 플랫폼 판매 등 부가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작품 퀄리티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제작비적인 측면에서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스타 배우, 스타 작가, 스타 감독이 참여하는 대형 킬러 콘텐츠에만 투자 쏠림 현상이 일어나는데 인지도는 없어도 좋은 콘텐츠에 투자 지원이 된다면 지금보다 더 양질의 다양한 한국 드라마들이 생산될 것이다.

/글=박판석 기자 pps2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