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보다 더 뜨겁다! SBS 화제작 ‘스토브리그’ 인기 비결 A to 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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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 조금 더 보태 체감상 반응은 1995년 방송된 SBS ‘모래시계’ 급이다. 2019년 12월 13일부터 시작해 해가 바뀌어도 여전히 ‘핫’한 SBS ‘스토브리그’가 그렇다. ‘스토브리그’는 프로 야구 꼴찌팀에 새로 부임한 단장 백승수(남궁민 분)가 남다른 시즌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오피스 드라마다. 프로 야구 프런트라는 새로운 소재를 내세웠는데 매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우며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제 프로 야구 비시즌인데도 ‘스토브리그’는 왜 이렇게 뜨거울까?

남궁민의, 남궁민에 의한, 남궁민을 위한

남궁민이 남궁민했다. 그동안 고르는 작품마다 시청률과 작품성을 놓치지 않았던 남궁민의 촉은 이번에도 통했다. 감정을 숨긴 차가운 얼굴인데 어떤 순간에서도 거침없이 할 말 다 하는 백승수로 완벽하게 분한 것. 드림즈를 팀 다운 팀으로 만들기 위해 빅피처를 그리며 적폐를 청산해가는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은 짜릿한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다. MBC ‘나혼자 산다’를 통해 그가 촬영에 얼마나 집중하는지 살짝 엿볼 수 있었는데 어떤 순간에서도 대본을 달달 외우는 모습은 프로 그 자체였다. 표정은 절제하는 대신 말투나 어투로 백승수의 감정을 미묘하게 표현하는 남궁민은 연기 천재가 아닐까? 벌써부터 팬들은 ‘스토브리그’가 상반기 드라마라는 이유로 연말 S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찬밥 신세가 된다면 가만 있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OSEN=지형준 기자] 13일 오후 서울 목동 SBS에서 새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 제작발표회가 열렸다.'스토브리그'는 팬들의 눈물마저 마른 꼴찌팀에 새로 부임한 단장이 남다른 시즌을 준비하는 '돌직구 오피스 드라마'다. 그라운드 뒤에서 묵묵히 일하며 선수보다 더 치열하고 격동적인 일상을 보내는 프런트들의 고군분투기를 담은 신감각 오피스 드라마로 안방극장에 신선함을 안길 전망이다.배우 박은빈, 남궁민이 포토타임을 하고 있다. /jpnews@osen.co.kr
박은빈과 조병규의 티키타카 ‘꿀잼’

박은빈은 ‘스토브리그’에서 국내 여성 최초, 최연소 프로 야구 운영팀장 이세영을 맡았다. 극 전체를 백승수가 이끌지만 그의 에너지에 밀리지 않는 이세영 캐릭터가 중요한데 박은빈이 제 옷을 입은 듯 안성맞춤 연기를 펼치고 있다. 드림즈 운영팀 사원 한재희 역의 조병규도 ‘스토브리그’에서 빼놓을 수 없다. 낙하산으로 드림즈 입사에 합격했다가 이세영 때문에 1년 재수해서 당당하게 운영팀으로 입사한 매력만점 캐릭터다. 상사와 부하 직원이지만 박은빈과 조병규가 함께 그리는 ‘티키타카’ 호흡은 ‘스토브리그’의 꿀잼 포인트다.

노러브라인≠노잼

무엇보다 러브라인이 없다는 점이 ‘스토브리그’의 가장 큰 강점이자 무기다. 백승수, 이세영, 한재희만 놓고 보면 삼각관계로 빠질 수 있는 구도지만 ‘스토브리그’에는 이러한 조짐이 1도 없다. 분명 매력적인 여주인공이지만 말이다. 극 초반부터 시청자들이 간절하게 바란 덕분일까? 사랑타령 없이 야구 얘기만 하는데도 이렇게 재밌다니, ’러브라인 없는 드라마는 안 된다'라는 편견을 ‘스토브리그’가 보기 좋게 깨버린 셈이다.

진짜 야구 선수들이 연기하는 줄

‘스토브리그’에서 야구 선수 역을 맡은 배우들 모두 실제 프로 선수들 못지않은 피지컬과 야구 실력으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길창주 역의 이용우, 장진우 역의 홍기준은 야구를 처음 하는 데도 실제 투수들 같은 공을 뿌리고 있다. 서영주 역의 차엽은 실제 KBO에서 데려온 포수가 아닐까 싶을 정도의 포스를 뿜어낸다. 강두기 역의 하도권 역시 대역을 쓰기 보다는 스스로 투구하는 신을 소화할 정도다. 이들의 공통점은 연습 또 연습이다. 일주일에 5번, 하루에 2~3시간 이상 연습에 매진한 덕분이다. 이 때문에 실제 선수들처럼 배우들 역시 온 몸 구석구석 안 아픈 곳이 없다고. 응급실 투혼까지 벌이고 있지만 시청자들의 넘치는 사랑을 진통제 삼아 즐기고 있는 배우들이다.

우리 팀 이야기인가?

야구를 모르는 ‘야알못’들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스토브리그’지만 역시나 야구 팬들은 빠짐없이 본방 사수를 부르짖고 있다. ‘스토브리그’를 보는 내내 자신이 응원하는 팀을 대입하며 폭풍 공감하고 있다. 극중 서영주가 했던 “투수는 귀족, 외야수는 상인, 내야수는 노비, 포수는 거지” 발언은 NC 다이노스 김태군 포수의 발언을 대사화 한 것이고, 선수 이름을 딴 메뉴도 이재학, 박민우, 한동민 선수의 실례를 인용했다. 한화 이글스의 유명한 보살 팬은 드림즈 팬으로 깜짝 패러디 돼 웃음을 안겼다. 백승수에게 반발해 그의 차를 깨부순 임동규(조한선 분)의 에피소드는 2군 강등에 분노해 감독 차를 부쉈던 전 야구 선수 정수근의 일화를 절로 떠올리게 한다.

야알못도 재밌어요

‘스토브리그’는 프로 야구 프런트를 소재로 하지만 스포츠 드라마가 아닌 오피스 드라마라는 타이틀을 내걸었다. 극중 배경이 야구 구단이고 등장인물이 구단 관계자들과 선수일 뿐, 스포츠 경기의 승패가 주된 스토리 골자가 아니다. 한 전문가는 “’스토브리그’는 야구라는 껍질을 얘기하지만 사회에서 우리가 쉽게 겪는 갈등, 위기, 협상이 다 스토리에 섞여 있다. 당당하게 할 말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백승수를 보며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이유”라고 분석한 바 있다. 분명 야구 용어가 매회 쏟아지지만 스포츠 드라마가 아닌 우리 사는 현실을 다루고 있는 ‘스토브리그’다.

/글=박소영 기자 comet568@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