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도쿄올림픽 티켓에 대한 열망은 남·녀 배구대표팀 모두 필사적이었다. 여자 대표팀은 2012년 런던 대회부터 이어온 3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통해 자존심 지키기에 나섰다. 남자 대표팀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후 20년 만에 올림픽 진출을 위한 칼을 갈았다. 동반 진출을 꿈꿨지만, 희비는 엇갈렸다.
라바리니표 토털배구, 김연경 무게를 덜었다
여자 대표팀에서는 그동안 김연경(32·터키 엑자시바시)이 짊어진 짐이 무거웠다. ‘월드클래스’답게 상대에게 집중 견제에도 해결사 역할을 완벽하게 해왔다. 그런데 대륙별 예선전에서 김연경의 모습은 많이 보이지 않았다. 복근에 통증이 생겼고, 결국 예선전 대부분 경기는 물론 준결승전에서도 김연경은 벤치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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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들의 활약에 김연경도 투지를 발휘했다.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올림픽 진출에 대한 강한 열망을 보였다. 마지막 관문인 ‘난적’ 태국과의 결승전을 앞두고 진통제에 이어 마취제까지 맞으며 출전을 강행하는 투혼을 보였다. 김연경은 22득점으로 최다 점수를 올리며 올림픽 본선 진출 티켓을 확보에 앞장섰다.
라바리니 감독은 “내 인생 최고의 날이다. 40년을 이 순간을 위해 기다린 것 같다”라며 “선수들은 오직 우리의 목표에만 집중하면서 단 한 순간도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부상자가 많아서 모든 선수가 잘 뛸 수는 없는 상황이었는데, 훌륭한 팀”이라며 박수를 보냈다. 아울러 마지막 순간 투혼을 발휘한 김연경에게는 “배구 뿐 아니라 훌륭한 리더이자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올림픽 확정, 마지막 토스는 ‘에이스’에게
태국과의 결승전, 세트스코어 2-0으로 앞선 3세트. 한국은 24-20으로 앞서나가며 도쿄행을 눈 앞에 뒀다. 올림픽 확정포가 될 수 있는 마지막 한 방. 이다영은 김연경에게 마지막 장식을 맡겼다. 상대의 수비에 막혔지만, 이다영의 선택은 끝까지 김연경. 결국 김연경의 스파이크가 태국 블로킹에 맞고 아웃이 되면서 한국의 승리가 확정됐다.
마지막 순간 김연경을 고집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다영은 “(김)연경 언니까 당연히”라며 에이스에 대한 믿음과 예우를 보였다.
‘세대 교체 부탁해’ 형들의 부탁, 실패로 명확해진 과제
남자 대표팀 올림픽 진출의 꿈은 여자 대표팀보다 더욱 간절했다. 2000년 시드니 대회 이후 밟지 못했던 올림픽 무대였다.
예선전 첫 경기. FIVB 랭킹 24위인 한국은 호주(15위)에게 풀세트 끝에 패배를 하며 불안한 출발을 했지만, 인도(131위), 카타르(33위)를 차례로 제압하며 준결승전 진출에 성공했다.
준결승전 상대는 아시아 최강 이란(8위). 14명의 엔트리 중 2m 이상의 장신이 6명이나 포진한 이란을 상대로 한국은 5세트까지 끌고가는 저력을 발휘했다.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해 결국 올림픽 진출은 좌절됐지만 ‘졌지만 잘 싸웠다’는 이야기를 듣기에는 충분했다.
5회 연속 올림픽 좌절에서 남자 대표팀은 분명한 과제를 봤다. 30대 이상의 베테랑 선수가 주축이 된 만큼, 다음을 볼 수 있는 세대교체가 필요했다. 김연경의 부재에도 이재영, 강소휘 등 젊은 피의 활약으로 티켓을 따냈던 여자 대표팀의 모습은 남자 대표팀에 방향을 제시했다.
임도헌 감독은 “다음 올림픽을 봐야하기에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며 “대학생 등 젊은 선수 위주로 (대표팀을) 선발해 2024년, 2028년을 보겠다. 1진과 2진을 나누는 것도 구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선수들 역시 이구동성 세대 교체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맏형’ 박철우는 “올림픽에 못나가는 것에 대한 부담을 후배들에게 넘겨준 것 같아서 너무 미안하다”라며 “목표가 있고 꿈이 있기 때문에 한국 배구를 위해 다음 세대들이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주장 신영석은 “앞으로의 대표팀이 중요할 것 같은데 좀 어렵더라도 많은 분들이 대표팀을 위해서 많이 도와주셨으면 좋겠다”라며 “거의 대부분의 나라가 세대 교체가 이뤄지고 있는데 유소년 육성 등을 신경써 한국도 늦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글=이종서 기자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