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나영의 포인트어뷰] “여러분 ‘착각의 늪’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 이메일
  • 트위터
  • 페이스북
  • 페이스북

MBC ‘놀면 뭐하니?’ 김태호 PD가 ‘급할 것이 없는’ 유재석에게 짐을 안겼다고도 말했다. 트로트계의 이무기 유산슬로 제10의 전성기를 맞이한 유재석이 때 아닌 관심의 중심에 서게 됐다.

앞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 측은 성폭행 의혹에 휩싸인 가수 김건모 사건을 연일 폭로하며 그 연장선상에서 다른 연예인의 성추문 의혹도 제기했다. 김건모와 함께 유흥업소에 있던 익명의 인물을 두고 MBC ‘무한도전’에서 바른이미지로 출연한 사람’이라고 특정했다.

물론 그들이 유재석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건 아니지만 ‘무한도전’과 ‘바른 이미지’라는 표현 때문에 많은 이들은 유재석을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그러던 와중 지난 2019년 12월 19일, 유재석 아니 유산슬의 ‘1집 굿바이 콘서트’ 기념 대규모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OSEN=김성락 기자]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KBS 별관에서 KBS 2TV ‘해피투게더 시즌4’녹화가 있었다. 방송인 유재석이 포토타임을 하고 있다./ksl0919@osen.co.kr
이 자리에서 유재석은 '가세연'의 폭로와 관련, "사실 오늘 '무한도전'부터 제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고 있어서 더 당황하고 놀랐다. 저는 아니지만 선량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고 직접 해명했다.

이를 두고 같은 날 오후 ‘가세연'은 ‘[충격] 유재석 첫 단독 기자회견 이유’라는 제목의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하라는 김건모는 기자회견을 안 하고, 엉뚱한 분이 기자회견을 했다. 저희가 언제 유재석 얘기를 했나”라며 김태호 PD가 ‘가세연’ 출연자들의 방송으로 불거질 의혹을 덮기 위해 급히 유산슬의 기자회견을 준비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행사는 MBC ‘놀면 뭐하니?’ 측이 ‘가세연’의 폭로가 있기 전에 미리 준비했다는 게 ‘팩트’다. 제작진은 일찌감치 취재진에 공문을 보냈고 ‘유산슬이 알지 못한 채’ 여는 것이기에 사전에 엠바고도 갖췄다. 그래서 유재석은 기자간담회에 들어서면서부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이내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성실하고 유쾌하게 기자회견을 이끌었다.

심지어 ‘유산슬’이 누군지도 잘 몰랐던 ‘가세연’이다. 결국 김건모 폭로 등으로 세간의 관심을 한몸에 받던 ‘가세연’은 팩트 무체크를 넘어 무지에 가까운 발언으로 인해 역풍을 맞았다. 신뢰감을 잃은 것은 당연지사. 이는 유튜브 방송을 못하게 막아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으로까지 이어진 상황이다.

그러자 ‘가세연’은 방송을 통해 또 “국민 MC(유재석)는 건드리면 안되느냐”라며 항변했다. 하지만 이 역시 어불성설이다. 대중은 ‘유느님’을 건드려서 화가 난 게 아니라 사실이 아닌 일을 사실처럼 말해 애먼 피해자를 만든 것에 분노한 것이기 때문이다.

‘가세연’이 현 미디어 환경에서 오히려 반면교사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삼 느낀다. 착각의 늪이 이렇게 무섭다는 걸.

/글=최나영 기자 ny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