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백두산 같아!”… 하정우가 가진 흥행 폭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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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궂은 농담을 던지지만 어느 순간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을 보내는 남자. 캐릭터의 치열한 생존기를 현실감 있게 표현하는 남자. 데뷔 후 16년 동안 배우 하정우가 관객들에게 보여준 모습이다. 임신한 아내를 놓고 다시 군 부대로 복귀하는 ‘백두산’(감독 이해준·김병서,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덱스터 픽처스, 제작 덱스터 픽처스·퍼펙트스톰필름·CJ엔터테인먼트)의 조인창조차 그렇다.

하정우가 영화 ‘PMC: 더 벙커’(감독 김병우, 2018) 이후 1년 만에 ‘백두산’으로 멋지게 돌아왔다.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는 위기의 상황 속에서도 장난기가 가득한데,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달리는 인창의 눈빛은 하정우가 갖고 있는 단단한 느낌 그 자체다. 특전사 조인창에게는 하정우만이 만들 수 있는 따뜻한 정서와 유머가 담겨 있다. 화려한 카체이싱과 총기 액션, 사연 있는 몸싸움까지 어느새 40대 초반에 서 있는 이 배우는 과연 어떻게 자신만의 감성을 다져가고 있는 걸까.

[OSEN=이대선 기자]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 아트리움에서 영화 '백두산' 레드카펫 쇼케이스가 열렸다.배우 하정우가 팬들의 요청에 하트를 보내고 있다. /sunday@osen.co.kr
‘백두산’은 특전사 EOD 대위 조인창(하정우 분)과 북한 소속 비밀요원 리준평(이병헌 분)이 백두산의 마지막 4차 폭발을 막기 위해 힘을 모으는 과정을 그린 버디 무비이자, 재난 액션 영화이다. 백두산의 1차 화산 폭발의 여파가 남한까지 미쳐 서울 한복판이 순식간에 파괴되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강남역과 그 주변 건물들이 붕괴돼 오프닝부터 높은 몰입도를 자랑한다.

2차, 3차, 그리고 마지막 4차 폭발을 앞둔 백두산에 먼저 도착해 강봉래(마동석 분) 교수가 이론에 근거해 제안한 해결책을 쓰려는 두 사람. ‘백두산’은 극 초반부터 재난이 발생한 한반도를 웅장하고 화려하게 보여주지만, 극이 전개될수록 조인창과 리준평이 가까워지는 과정에 집중한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김병서 감독과 이해준 감독이 조인창 역할에 하정우를 떠올린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재난 액션 장르에 능한 하정우가 조인창의 성격을 담은 말투와 눈빛, 행동까지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 덕분이다. 오랜만에 흥미진진한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관객들의 갈증을 해소시켜 줄 만큼 ‘백두산’에서 하정우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자유롭게 뛰놀았다.

조인창은 자신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리준평을 만나면서 조금씩 달라진다. 이에 하정우는 “조인창이라는 역할이 딱 맞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특수부대 조인창은 전역까지 미루고 대원들과 함께 북한 무력부 소속 일급 자원 리준평을 만난다. 수염이 덥수룩해 공포감을 안긴 준평은 알 수 없는 말과 행동으로 인창을 자극해 극심한 갈등을 겪지만, 화살 폭발을 막자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달려 나간다. 결국 ‘백두산’은 리준평과 조인창의 뜨거운 우정이 주를 이룬다. 한국 영화계에서 한가락씩 하는 두 사람의 첫 만남이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은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병헌 형의 작품을 봐왔고 형 역시 제 작품을 봤을 것이기 때문에 서로 익숙했어요. 또 사석에서 많이 만나기도 했고요. 촬영장 분위기라고 해도 별것 없었어요. 형은 정적인 느낌으로 에너지를 비축한다면 저는 동적인 느낌으로 에너지를 채웠죠.

재난액션 ‘백두산’은 하정우도 제작자로서 열정을 갖고 참여한 작품이다. 그의 친동생인 김영훈 대표가 경영하는 제작사 퍼펙트스톰필름에서 영화 ‘싱글라이더’(2017), ‘PMC: 더 벙커’(2018), ‘클로젯’(2020)에 이어 만든 작품. 이해준 감독과 김병서 감독이 지난 2014년 시놉시스를 쓰기 시작해 올 2월 크랭크인 하기까지 세상에 내놓는 데 5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촬영이 5개월 밖에 걸리지 않은 것은 사전 작업과정이 그만큼 탄탄했다는 방증이다.

[OSEN=이대선 기자]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백두산’ 언론시사회가 열렸다.배우 이병헌이 하정우의 말에 미소를 짓고 있다. /sunday@osen.co.kr
“‘PMC’를 준비하며 동시에 ‘백두산’도 준비하고 있었죠. 리준평 역할로 모두가 이병헌을 원했고요. 저는 ‘싱글라이더’를 하면서 형을 알고 있었기에 시나리오를 드렸는데요. 형이 ‘미스터 션샤인’을 찍고 있을 때였는데 제가 전화를 해서 대본을 어떻게 봤느냐고 물었죠. 주말동안 읽고 답을 해주겠다 했는데 바로 답변을 해줘서 같이 하게 됐어요.”
“병헌 형과 같이 해 보니 너무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릴 때부터 우주 슈퍼대스타였는데 이 작품을 통해 만나 보니 인간적인 느낌을 받았고요. 털털하고 따뜻한 인간미를 지닌 분이에요. 병헌 형이 테이크를 갈 때마다 열정적인 느낌을 강하게 받았어요. 2030의 열정이 느껴졌다고 할까요. 악마 같이 완벽해서 ‘혹시 이 열정까지 계획된 건가?’ 싶었죠.(웃음) 사실 악마라는 별명을 지어주려고 했는데 본인이 알랭 들롱을 밀어서 제가 ‘그럼 알랭 들롱 하세요’라고 했어요 하하.”

이병헌, 하정우와 더불어 ‘충무로 대체 불가’ 마동석이 지질학 교수 강봉래를, 가수 겸 배우 배수지가 조인창의 아내 최지영을 맡아 케미스트리를 빚어냈다. 영화 ‘더 테러 라이브’(2013)에서 한 차례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는 배우 전혜진이 청와대 민정수석 전유경으로 출연해 완성도를 높였다.

“여러 배우들이 있었는데 제가 수지를 추천했어요. 황보라가 수지와 드라마 ‘배가본드’를 찍으면서 친해져서 저도 몇 번 봤거든요. 두 감독님에게 물어보니 ‘수지가 너무 새롭다’고 해서 하게 됐죠. 털털하고 거리낌이 없는 배우더라고요. 되게 넓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최지영 역에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어요. 처음에 시나리오를 보내면서 ‘과연 수지가 임산부 설정까지 받아들일까?’ 싶었는데 그것까지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부부 역할을 맡은 저희의)겉모습만 보면 나이차가 보이겠지만 촬영장에서 수지가 연기하는 걸 보면 그런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답니다.”

배수지와 하정우의 집안 애정신(scene)은 ‘백두산’의 웃음 포인트다.

“사실 전 ‘큐티쁘띠’라는 단어를 싫어했어요. 감독님들이 귀여운 단어를 써달라고 해서 ‘코코낸내’라는 말도 안 되는 것들도 너무 많았는데 이걸로 합의를 봤죠. (수지와) 로맨스 장면을 찍을 때 저도 오글거려서 미쳐 버리는 줄 알았답니다. 너무 민망했거든요 하하. 시나리오 지문에 ‘볼을 잡는다’가 있었는데 제가 민망하면 원래 귀부터 빨개지는 스타일이라 그 장면은 영화의 막바지 단계에 찍었는데도 민망했하더라고요. 맨날 남자 배우들과 찍다 보니……”

‘백두산’은 리얼리티를 살린 재난 묘사 속에 가족과 우정이라는 서사의 정서적 호소를 동원해 작품의 비극과 주제를 선명하게 새긴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 놓인 사람들의 절박하고 혼란스러운 상태를 드러내는 장면이 눈물샘을 자극한다.

“주연배우로서 항상 책임감을 느껴요. 그렇기 때문에 저를 주연배우로 고용을 해준 게 아닐까 싶고요. (단편영화나 독립영화가 아닌 이상) 상업 영화의 목적은 흥행을 해야 하는 거잖아요. 영화를 내놓으면서 무덤덤하기보다 항상 새롭게 느껴진답니다.”

/글= 김보라 기자 watc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