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살’ 이승우, “적응” 못한다는 벨기에 리그, 뛸 기회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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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의 답답한 사정이 이어지고 있다. 2020년에는 분명 변화가 필요하다.

지난해 8월 이승우는 세리에 A 헬라스 베로나를 떠나 벨기에 주필러리그 신트트라위던으로 깜작 이적했다. 구단 사상 2번째로 높은 이적료를 받고 벨기에이 입성한 이승우는 출전 시간이 늘어날 것으로 보였다. 베로나를 떠난 이유가 출전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시즌 반환점인 상황에서도 이승우는 출전하지 못했다. 이승우에게 전혀 기회를 주지 않았던 마크 브라이스 감독이 경질된 이후 니키 하이옌 감독 대행 체제에선 출전 명단에는 포함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그라운드를 밟지 못하고 있다. 선수에게 특별한 부상이 없음에도 이상하리만큼 이승우를 홀대하는 배경을 두고 국내에서도 여러 가지 의혹이 분분한 실정이다.


신트트라위던 현지에서 만난 이승우는 출전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훈련에도 꾸준히 참가하고 감독 및 코칭 스태프가 원하는 훈련을 제대로 해냈다. 측면 공격수 혹은 2선 공격수로 활약하는 이승우는 감독의 지시에 따라 수비형 미드필더 훈련도 받았다. 물론 측면 수비수 역할도 맡았다. 벨기에 현지에서 3차례의 훈련을 지켜본 결과 큰 문제 없이 마무리 했다.

그런데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경력만 놓고 본다면 현재 신트트라위던에서 이승우 보다 뛰어난 선수는 거의 없다. 세리에 A와 세리에 B를 통해 이탈리아 무대에서 꾸준히 활약했다. 주전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단순히 마케팅을 위해 포함 시키는 선수는 아니다.

따라서 세리에 B 보다 낮은 수준인 벨기에리그서 이승우가 자리를 잡지 못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게다가 팀 사정도 이해하기 힘들 정도다.


이미 브라이스 감독과 하이옌 감독대행은 이승우가 출전하지 못하는 이유로 ‘적응’을 꼽았다. 특히 하이옌 감독대행은 “아시아 무대에서 뛴 이승우는 적응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승우는 아시아에서 뛴 경험이 없다. 국가대표로 뛴 것이 아시아에서 뛴 것의 전부. 오히려 국가대표로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등에 뛴 선수는 이승우가 유일하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승우가 엔트리에도 제대로 포함되지 않는 동안 몸이 아프다며 훈련장 뿐만 아니라 경기 당일 경기장에도 오지 않은 선수는 이름을 올린다는 점이다. 그 주인공인 이토 타츠야. 이토는 특별한 이유 없이 몸이 아프다는 변명으로 훈련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런데 경기 엔트리에 포함됐다. 물론 하이옌 감독대행은 경기 당일에 그가 경기장에 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단순히 출전 기회를 많이 부여 받기 위해 벨기에 리그로 이적한 이승우에게는 암담한 현실이다. 이승우도 “특별한 이유를 알 수 없다. 감독님과 코칭 스태프가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기에 출전하지 못해 답답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 주는 사람이 없다. 그저 답답할 뿐이다. 경기를 뛰면서 실력이 부족하다면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된다. 그런데 지금은 그 실력조차 보여줄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이승우에 대한 질문이 늘면서 하이옌 감독 대행은 수비를 하지 못해 문제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이승우를 대신해 수비를 위해 투입한 선수들은 실수가 많다. 경기 종료직전 투입한 수비수는 페널티킥을 내주며 다잡았던 경기를 망쳤다. 그리고 셀링리그로 완전히 변한 주필러리그는 전체적으로 수비에 집중하지 않는다. 리그 전체적인 분위기가 공격축구를 펼치며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곳이다.

우여곡절 끝에 이승우는 지난해 12월 27일 베버런과 경기에 교체로 출전했다. 3달 넘게 쉰 이승우는 제 기량을 선보였다. 완벽한 모습은 아니지만 분명 이승우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월등한 모습을 선보였다.

2020년 새해부터 신트트라위던은 코칭 스태프의 변화가 예상된다. 이승우의 입지에 변화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신트트라위던은 워낙 이해하기 힘든 집단으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글=신트트라위던(벨기에), 우충원 기자 10bird@osen.co.kr, 사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