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좀비’ 정찬성, 이제 챔피언 타이틀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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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좀비’ 정찬성(32, 코리안좀비MMA)에게 필요한 시간은 단 3분 18초였다.

정찬성은 지난 12월 21일 오후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UFC FIght Night BUSAN’ 페더급 매치에서 프랭키 에드가(미국)를 1라운드 3분 18초 만에 TKO로 제압했다. 이로써 정찬성은 페더급 타이틀전에 도전할 수 있는 기초를 닦았다.

정찬성은 에드가와의 대결에서 승리한 직후 데이나 화이트 UFC 사장에게 직접 타이틀 매치를 요구했다. 그가 지목한 상대는 지난달 페더급 챔피언에 오른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다. 정찬성은 에드가와의 경기가 ‘Fight of the Night’로 선정되며 5만 달러의 보너스까지 받게 됐다.


벼락같은 승리

경기는 초반부터 빠르게 전개됐다. 정찬성과 에드가는 옥타곤 중앙에서 잽을 날리며 상대와의 거리를 가늠했다. 짧은 탐색전을 끝낸 정찬성은 1분도 안된 시점에 왼손 잽으로 에드가를 넘어뜨리고 파운딩을 퍼부었다. 에드가는 이때 이미 정찬성을 상대할 의욕을 잃은 상황.

에드가는 끈기있게 정찬성의 공격을 버텨냈다. 다시 몸을 일으켜 세워 스탠딩으로 맞붙었지만 기울어진 경기 분위기를 뒤집지는 못했다. 정찬성은 간결하지만 강력한 양손 펀치로 에드가를 무력화시켰고, 경기는 그의 승리로 끝났다. 경기 시작 3분 18초만이다.

경기 종료 후 정찬성은 케이지 인터뷰를 통해 “그 동안 내게 운이 따랐다는 말을 해왔지만 그것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했다”라며 완벽한 승리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페더급 챔피언을 향한 야망을 드러냈다. 그는 “다음 나의 상대는 페더급 챔피언 볼카노프스키”라며 “화이트 사장도 경기를 봤을 것”이라며 전세계 팬들 앞에서 당당하게 타이틀 매치를 요구했다.

정찬성이 다음 상대로 직접 지명한 볼카노프스키는 호주 출신 파이터로 지난 12월 1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서 열린 UFC 245에서 맥스 할러웨이를 꺾고 페더급 챔피언에 등극했다. 볼카노프스키와 맞대결이 성사되면 정찬성은 커리어 사상 두 번째 타이틀전을 치르게 된다.

스마트좀비로 진화한 정찬성

정찬성의 별명은 익히 유명한 ‘코리안 좀비’다. 치열한 난타전을 벌이며 맞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는 플레이가 좀비와 닮아있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계산된 공격보다 본능적인 감각에 더 의존하는 플레이다.

에드가와 경기에선 달랐다. 오히려 상대의 공격을 미리 예측하고 차단한 후 정확한 펀치로 상대를 무력화시켰다. 그 덕분에 에드가를 상대한 정찬성은 예상과 달리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TKO승을 거뒀다. 정찬성이 에드가에 유효타 횟수에서도 79-9로 압도적 앞섰다.

당초 정찬성의 상대는 UFC 페더급 2위 브라이언 오르테가였다. 하지만 그는 대회 2주 전 무릎 부상으로 경기 출전 자체가 무산됐다. 대회가 열리기 몇 주 전 에드가로 상대가 바뀌었다. 기존의 오르테가는 주짓수를 베이스로한 격투기를 구사하는 반면 에드가는 레슬링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다.

대회 직전 대결 상대가 바뀐 것은 물론이고 맞서야하는 격투 스타일까지 달라진 것이다. 오르테가 맞춤으로 대회를 준비하다 에드가를 상대하는 변수가 발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에드가가 랭킹에서 오르테가보다 낮은 4위이지만 정찬성에겐 더욱 까다로울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모든 걱정은 기우였다. 에디 차 타격 코치와 에릭 알라바신 레슬링 코치의 디테일한 맞춤 훈련 덕에 까다로운 상대를 단숨에 제압했다. 엄청난 체력과 레슬링 기술을 갖춘 에드가를 눕히는 데에 3분 18초면 충분했다.

상대에게 경의를 이끌어낸 정찬성
정찬성은 에드가에게 1라운드 TKO 승리를 거뒀다. 에드가 또한 경기 초반 의욕적인 펀치와 킥으로 정찬성을 공략했지만 1분 만에 승기를 내줬고, 3분 18초 만에 경기 불능 상태가 됐다.

경기 후 선수 건강을 위해 강제로 경기 출전을 제한하는 기간을 설정하는 메디컬 서스펜션을 진행한 결과 에드가는 180일 동안 옥타곤 위에 설 수 없다. 반면 정찬성은 7일의 휴식만 필요할 뿐이다.

UFC 라이트급 챔피언에 올랐고, 페더급 1위까지 기록했던 에드가 입장에서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결과다.

하지만 에드가는 정찬성에 경의를 보내며 승리를 축하했다. 에드가는 자신의 SNS를 통해 “내가 계획한 것처럼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남자로서 이기고, 남자로서 졌다”라며 “코리안 좀비의 엄청난 경기에 찬사를 보낸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정찬성도 에드가에 고마움을 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오르테가의 부상으로 경기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지만 에드가가 자진해서 한국행을 결정했다. 이에 정찬성은 SNS에 “에드가 프랭키의 결정 덕분에 부산 시합이 열릴 수 있었다”라며 “2주 만에 부산까지 와서 싸우겠다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프랭키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라고 남겼다.

목표는 챔피언

정찬성의 다음 목표는 페더급 챔피언이다. 에드가에 승리를 거둔 후 정찬성은 케이지 인터뷰를 통해 “다음 나의 상대는 페더급 챔피언 볼카노프스키”라며 챔피언 타이틀 매치에 대한 의욕을 드러냈다.

미국 종합격투기 전문 매체 ‘MMA 파이팅’은 지난 22일 칼럼을 통해 정찬성이 페더급 챔피언 매치에 도전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최근 10년 동안 정찬성보다 더 재밌고 환상적으로 싸웠던 파이터가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코리안 좀비는 이길 때나 질 때나 늘 기억에 남는 스토리를 만든 선수”라고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당장 볼카노프스키와 맞대결 성사는 쉽지 않아보인다. 볼카노프스키에 챔피언 자리를 내준 맥스 할로웨이의 설욕 의지가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UFC 또한 할러웨이에게 재대결 기회를 줄 것이 유력하다.

정찬성 또한 잠시 쉬어갈 타이밍이다. 정찬성의 눈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그는 경기 후 “사람이 2명으로 보인다”라며 시력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밝혔다. 그럼에도 에드가를 상대로 완승을 거뒀지만 향후 선수 생활을 위해 수술은 불가피하다. 수술을 받게 된다면 5월 이후에나 복귀가 가능하다.

당장 챔피언 타이틀에 도전할 수는 없지만 정찬성은 이미 그 자격을 갖췄다. 랭킹 2위 오르테가와 리턴 매치 가능성도 열려있어 타이틀 도전에 더욱 탄탄한 명분을 쌓을 수 있다. 과연 정찬성이 한국인 최초로 UFC 챔피언 타이틀을 따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이승우 기자 aul1649@osen.co.kr, 이인환 기자 mcadoo@osen.co.kr 사진=박준형 기자 soul100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