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플랫폼’, 한국 게임 산업의 미래

  • 이메일
  • 트위터
  • 페이스북
  • 페이스북

국내 최대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가 지난 11월 17일 막을 내렸다. 11월 14일부터 11월 17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19는 전년 대비 3.9% 증가한 24만 4309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으며 역대 최고 성과로 막을 내렸다.

이번 지스타를 돌아보면 눈에 보이는 성과는 확실히 나쁘지 않았다. 지난 2009년 부산으로 내려간 이후 10년간 규모면에서는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이어나갔다. 관람객들의 발길이 오는 BTC 부스의 경우 지난해 보다 7.8% 늘어난 1895부스였고, BTB관 또한 2018년에 비해 8.7% 증가한 1313부스로 역대 최대였다.

하지만 지스타 2019를 둘러싸고 업계의 근심은 커져가고 있다. 지스타 조직위원회는 글로벌 히트작과 참가사별 기대 신작의 조화를 내세워 성공리에 마쳤다고 자평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구색만 맞추고 있다는 냉정한 평가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우선 이번 지스타에서는 지난 2005년 이후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참가했던 넥슨을 비롯해 국내 게임업계 대표 기업인 엔씨소프트가 불참하면서 게임 시연으로 북새통을 이뤘던 과거와는 공기 자체가 달랐다. 참가한 국내 업체 중 펄어비스와 넷마블의 참가로 그나마 게임전시회 본연의 체면을 세웠다.

펄어비스는 플랜 8(PLAN 8)’, ‘도깨비(DokeV)’, ‘붉은사막(Crimson Desert)’, ‘섀도우 아레나(Shadow Arena)’ 등 4종의 신작을 공개해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고, 넷마블은 시연 부스 중심으로 운영해 지스타의 몇 안되는 체험 공간을 만들엇다.
‘보는 지스타’로 평가받았던 이번 행사에서 가장 돋보였던 곳이 바로 펄어비스다. 자체 개발 엔진으로 검은사막을 개발한 펄어비스는 현재 PC와 콘솔, 모바일까지 모든 장르에서 ‘검은사막’을 서비스하고 있다.

펄어비스는 이번 지스타 2019에서 신작 4종을 PC 모바일 콘솔 등 모든 플랫폼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크로스 플랫폼이 가능하도록 했다. 국내 시장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하면서 앞으로 게임 시장이 가야할 방향성을 제시했다.

펄어비스의 행보는 글로벌 게임팬들도 주목했다. 유튜브와 트위치를 통해 전세계에 생중계된 ‘펄어비스 커넥트’는 무려 10만명이 넘는 인원이 동시 시청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인 게임 영상으로 제작한 신작 트레일러를 공개할 때마다 현장에서는 환호가 나왔고 “타 부스와 비교해 ‘게임쇼’라는 이름에 가장 걸맞은 모습”이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신작 트레일러의 유튜브 영상 조회 수는 총 43만을 돌파했으며 유튜브 댓글과 신작 티저 사이트의 방문 비율이 해외가 70%로 해외에서 관심이 더 높았다.

신작을 본 해외 게이머들이 유튜브와 티저 사이트를 통해 놀라움과 기대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플랜 8 (PLAN 8)의 경우 “감탄밖에 할 수 없었다. 놀라운 영상처럼 멋진 게임을 기대한다. (I just said ‘WOW.. I hope it will be perfect like this video)” 새로운 스타일의 슈팅 장르를 기대하는 해외 이용자가 많았다.

도깨비 (DokeV) 역시 극찬이 이어졌다. “와! 첫번째 트레일러부터 다양한 인종을 소화하는 커스터마이징을 보여주다니 정말 한국 MMO 맞나? (Wow diverse racial customization straight from the first trailer? Is this really a Korean?)”, “(너무 좋다 음악 스타일 앞으로도 계속 똑같길..엄청 신난다. (Love it ! Please keep the same style of music, it’s super upbeat)”등 특히 음원에 대한 평이 많았다. 펄어비스는 톡톡 튀는 게임성과 개성을 살리기 위해 음악에 공을 들였다. 도깨비 트레일러 음악은 Itzy 달라달라 작곡가 ‘별들의전쟁’이 K팝 스타일로 제작했다.

붉은사막 (Crimson Desert)의 경우 “그래픽에 놀랐다. MMO에서 이정도 그래픽을 볼 수 있다니 믿을 수 없다. (I’m astonished by those graphics, can’t believe a mmo can achieve this kind of technical quality)” 등 MMORPG를 기대하는 이용자 평이 많았다.

섀도우 아레나 (Shadow Arena)도 뜨거운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드디어 돌아왔다 (Finally shadow arena is back)”며 검은사막에서 그림자 전장을 즐겼던 해외 이용자들의 기대감을 나타냈다.

시연 존에서도 펄어비스의 전략이 통했다. 모바일 홍수라는 지스타에서 참가 게임사 중 유일하게 PC 콘솔 모바일 전 플랫폼에서 시연한 섀도우 아레나는 분명 차별한 된 게임 경험을 제공했다.

이번 지스타에서 대다수 관람객들이 서 있는 상태로 이벤트를 즐기는 것과는 색다른 모습을 확실하게 보였다.
펄어비스 정경인 대표는 신작들에 대해 “게임 개발 기술력을 바탕으로 펄어비스는 PC, 모바일뿐 아니라 한국 게임의 불모지라고 할 수 있었던 콘솔 시장에도 진출했고 이번에 공개한 신작도 모든 플랫폼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펄어비스의 이런 파격적인 시도는 회사의 대표작 ‘검은 사막’이 PC 플랫폼으로 출발했지만, 장르를 다변화해 콘솔(엑스박스, 플레이스테이션4) 뿐만 아니라 모바일에서도 성과를 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후속 신작들도 과감하게 크로스 플랫폼을 염두하게 됐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펄어비스 경광호 팀장은 “글로벌 시장이 최우선이다. 모바일 플랫폼은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가능하다”며 글로벌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자연스럽게 국내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하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펄어비스 뿐만 아니다. 지스타는 빠졌지만 엔씨소프트도 최근 차세대 게이밍 플랫폼으로 ‘퍼플’을 지난 11월 20일 공개했다. PC와 모바일의 경계를 허문다는 바람을 담고 있는 ‘퍼플’은 디바이스와 플랫폼의 제약이 없는 크로스플랫폼이다.

높은 해상도 뿐만 아니라 최적화된 조작 시스템으로 입력 지연에 따른 불편을 최소화했고, 게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를 운영해 장르에 상관없이 유저들의 결속력을 높였다. 자신의 플레이화면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스트리밍 기능까지 포함됐다.

이처럼 이제 크로스플랫폼은 최근 게임시장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는 추세다. 장르를 국한하지 않고, 다양하게 포진한 유저들을 결속시키는 효과까지 있다.

/글=고용준 기자 scrapper@osen.co.kr, 사진=김성락 기자 ksl0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