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보다 사람” ‘비디오스타’ 3주년, 이유정 PD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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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에브리원 간판 예능 ‘비디오스타(이하 비스)’가 올해로 방송 3주년을 맞았다. 정규 편성 4년 차, MBC 예능 ‘라디오스타(이하 라스)’의 스핀오프로 시작한 ‘비스’는 ‘라스’를 뛰어넘는 구성과 화제성을 자랑하며 순항 중이다. 성우 서유리, 그룹 베이비복스 출신 간미연 등 다양한 스타들이 ‘비스’를 통해 결혼을 발표하거나 배우 서하준처럼 오랜만에 방송에 복귀하는 근황을 밝혀 유독 ‘복귀’, ‘근황’, ‘고백’과 같은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비스’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제작 중심에 있는 이유정 PD를 만나봤다.

-‘비스’ 3주년이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이유정 PD(이하 생략): ‘라스’에서 착안한 부분들 중에 가장 꼭 따오고 싶었던 부분이 MC들이 엔딩 멘트로 하는 “다음 주에 꼭 만나요. 제발”이었다. 그만큼 매주, 한 회 한 회가 간절했다. 그런데 벌써 3주년이라니 정말 시간이 빨리 지났다.


-3주년 동안 ‘비스’가 정말 많이 성장했다. 상승세를 유지한 제작 과정을 밝혀준다면?

▲맨 처음 시작은 ‘섭외’다. 시청자 분들이 궁금해할 만한 게스트들을 어떤 분들을 모실지 저희끼리 회의한다. 요 근래 이슈가 있는 분들도 저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저희끼리 어떤 재미있는 주제를 만들어서 주제에 어울리는 분들을 모신다. 일단 녹화 일정에 맞는 분들은 섭외하고 안 되면 직접 만나서 설득하기도 한다. 요즘은 자리를 잡아서 격주로 매주 목요일, 하루에 두 개 분량을 녹화한다. 섭외 후에는 주제에 맞춰 사전 인터뷰를 진행한다. 그 얘기를 토대로 구성 회의를 하고, 다시 자료도 찾아보고 3번 정도의 대본 회의를 거친다. 최종 대본 회의 다음 날이 녹화인데 한 편당 준비 2~3시간, 녹화만 4~5시간 정도다. 정말 타이트하게 진행해도 새벽에 끝나는데 녹화 후에는 저희끼리 전체 회의를 한다. 녹화 중 어떤 걸 살릴지 기억이 생생할 때 바로 회의해야 한다. 스태프들이 저를 만나 정말 고생이 많다.

-‘복귀’, ‘고백’ 등으로 유독 화제를 모은 ‘비스’다. 섭외 비결이 뭘까?

▲녹화 현장에 게스트 분들이 오시면 대기실에 저희 전 스태프가 가서 인사하고 저부터 ‘연출을 맡은 이유정 PD입니다’ 이런 식으로 모두가 소속과 맡은 바, 이름을 정확히 밝힌다. 그리고 맨 처음에 드리는 말씀이 있다. “방송이라 생각하지 마시고 편한 친구랑 얘기한다 생각하시고 편하게 다 하시라. 그 다음엔 저희가 가족의 마음으로 편집하겠다”고. 그 마음을 봐주셔서 다른 프로그램에서 하는 것보다 생각지 않게 얘기를 많이 해 주시는 것 같다. 사전에 저희끼리 얘기할 때는 밝히기 싫다고 하셨던 것들도 녹화하면서 갑자기 얘기해 주시고 ‘그냥 알아서 정리해 달라’고 말해주시는 분들이 많다.

-일회성 게스트 출연임에도 불구하고 게스트와 제작진 사이가 ‘비스’처럼 끈끈해지기 쉽지 않을 텐데?

▲녹화 직전까지 준비를 정말 많이 한다. 스태프들이 피곤할 수도 있는데 본인들이 게스트들에 대해 애정을 갖고 너무 열심히 준비한다. 게스트들이 ‘저걸 어디서 찾았냐’는 말을 정말 많이 한다(웃음). ‘비스’에서 제일 보람 있는 건 한 번의 녹화라는 생각에 열정적으로 준비했는데 끝나고 난 뒤 다른 프로그램에서 메인 MC와 호흡한 정도로 친분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브라운아이드걸스도 멤버 각각 프로그램을 하면서 좋은 인연이 됐다. 다들 올 때마다 “컴백하면 ‘비스’ 나오겠다”고 했는데 지켜주는 것들이 고맙다.

-게스트들에 대한 자료 조사를 유독 열심히 하는 이유가 있나?

▲저희 모토가 ‘사심으로 방송하자’다. 나쁜 뜻이 아니라. 게스트에게 얼마나 애정과 관심을 갖느냐에 따라 보는 시각과 콘텐츠가 달라진다. 방송도 결국은 ‘사람과 사람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정성이 게스트들을 타고 전해진다. 그만큼 저희도 한번 인연을 저희도 소중하게 생각한다. 또 기존에 출연해준 게스트들이 ‘비스’ 홍보대사처럼 열심히 홍보해주시기도 한다. ‘엄유민법’ 특집 같은 경우도 배우 유준상 씨를 너무 섭외하고 싶었는데 후배 사랑이 지극한 분이라 남우현 씨가 나왔을 때 전화 연결로 출연을 약속해 준 장면을 확보해뒀다. 그 뒤로 열심히 찾아뵈었더니 흔쾌히 출연을 약속해주셨다. 직접 ‘엄유민법’ 멤버들까지 다 섭외를 약속해주셨다. 심지어 녹화 당일 정말 바빴는데 드라마, 영화, 뮤지컬까지 다 스케줄 찍고 밤 10시 반에 녹화를 시작했다. 새벽까지 촬영하는데 노래까지 다 해주셔서 감동이었다.

-섭외에 어려움은 없었나.

▲매주 섭외가 힘들다. 연말까지 방송이 차 있는데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갑자기 상황이 바뀔 때도 있다. 주제가 틀어지면 때우는 식의 방송을 하기보다는 미루더라도 내실을 갖춰 완벽하게 하자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그런지 섭외는 매주 전쟁이다.


-특별히 섭외에 긴 시간을 쏟았던 분들이 있다면?

▲배우 김수미 선생님을 섭외할 때 시간이 조금 걸렸다. 그때 지금 출연하시는 ‘수미네 반찬’, ‘최고의 한방’ 같은 예능을 하시기 전이라 더 그랬다. 여성 연예인 중에 멘토로 멋진 분을 모셔서 에너지 넘치는 저희 4MC(박소현, 김숙, 박나래, 산다라 박)들이 잡혀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런데 만나 뵙는 것까지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저희를 만나주실 때도 거절하시려던 거였는데 “거절하시더라도 한 번은 뵙고 싶다”고 했더니 카페가 아닌 집으로 초대해 주셔서 꽃과 키우시는 반려견 푸들 케이크를 만들어갔다. 그 날 대화를 길게 나누시더니 “할 테니까 한 번 준비해 봐”라고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방송도 너무 시원시원하게 해 주셨다. 제작진에게도 MC들에게도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래퍼 빈지노 섭외가 힘들었다. 그때는 프로그램 초창기였고, 소속사를 통해 섭외를 시도하는데 너무 바쁜 사람이고 예능도 안 하는 사람이라 더 힘들었던 것 같다. 결국 “안 하더라도 우리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생각해서 그분이 좋아하는 긴 과자를 이용해 우리 MC 네 명의 등신대와 쌀 화환에 ‘모시고 싶다’는 문구를 적어 공연장에 보냈다. 거기서 그 날 출연하는 래퍼들이 다 인증샷을 찍었더라.

그거 말고도 직접 모시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손편지까지 쓴 적이 있다. 생일에 시로 이름을 써서 드린 분도 있었다. 그런 걸 보고 별거 아니지만 감동해주는 분들이 많았다. 고맙게도 스태프들도 이렇게 마음을 전하는 걸 동의해줬다.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여전히 기다리는 게스트가 있을까?

▲배우 조인성 씨다. 처음 시작은 박경림 씨 편에서 전화 연결을 한 거였는데 ‘비스’를 알고 계신 것만으로도 기뻤다. 그때 한번 나와 달라고 했는데 “영화 홍보할 일이 있으면 나가겠다”고 해주셔서 영상으로 확보해놨다. 다음 작품 때 꼭 나와주시겠다고 했고, 박경림 씨 토크 콘서트에서도 꼭 나오실 거라는 말씀을 들었다. 만약 나오신다면 지금까지와 다른 모습을 ‘비스’에서 선물해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웃음).

-가장 큰 보람을 느끼게 해 준 게스트도 있을까?

▲배우 서하준에게서 최근에 전화가 왔다. ‘비스’에 출연하고 나서 지금까지 한번도 빼놓지 않고 생일, 명절마다 잊지 않고 인사를 보내주는 친구다. 얼마 전에 SBS 새 아침드라마로 복귀하게 됐다고 전화가 왔더라. 본인이 잘해서 출연하게 된 건데 저희 제작진에게 고맙다고 해 주니 말이라도 너무 고마웠다.

-이렇게 다양한 스타들을 만나고, 만날 예정인 ‘비스’ 만의 섭외 기준이 있다면?

▲“지금 사람들이 제일 궁금해하는 얘기가 뭘까?”라고 항상 회의한다. 좋은 뉴스, 논란이 되는 뉴스도 있지만 방송의 힘은 항상 제작진의 의도와 다르게 흘러갈 수도 있다. 그래서 법적으로 유죄, 무죄가 확실히 나온 사건들이나 누군가 피해자가 분명하게 발생한 사건은 피하고자 한다. 아무리 무죄이거나 아름답게 얘기해도 피해자가 힘들 수 있다면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다만, 살다보면 사람은 누구나 의도치 않은 실수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수에 대한 충분한 반성이 있었다면 그 사람의 얘기를 들어줄 공간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첫 번째 사례가 ‘비스’에서 서하준이었다. 본인 잘못이 아니고 피해자였던 사건이 오해를 사고 있더라. MC들 반응도 너무 좋았고 김숙 씨가 “전 재산을 줄게”라고 말할 정도였다. 역시나 시청자 반응도 좋았다. 그 만큼 시청자 눈높이도 전과 달라졌다고 본다.

지금도 본인의 잘못이 아닌데 힘들게 지내는 분들, 이혼처럼 본인이 아픈 일이 잘못인 것처럼 소개된 분들에게 위로가 되고 싶다.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가십처럼 다루는 게 결코 아니다. 자극적으로 한 회 방송 뽑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중요한 건 사람이다.

-앞으로 ‘비스’의 3년은 어떨까?

▲저희 장점은 복잡하지 않다는 거다. 저희가 추구하는 건 ‘집에 왔을 때 피곤하지 않게 쉽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살다 보면 힘든 일도 있고 좋은 일도 있지 않나. 그런 이야기를 진솔하게 듣고, 들려드리고 그 과정에서 소소한 웃음도 드리고 싶다. 그게 가능한 게 저희 MC들 덕분이다. 독한 질문을 던져도 독하지가 않고, 무조건 편을 들지도 않는다. 그 원동력은 여전히 남은 ‘간절함’이다. 사람들이 자기 얘기할 공간이 너무 없다. 그 얘기를 들어주고 왜곡하지 않고 전달하는 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함이 있다. 어떻게든 저희가 오래 살아남아 그 장을 만들어가고 싶다. 그리고 그 원동력은 역시 시청자 분들의 사랑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걸 좋아하시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겠다.

/글=연휘선 기자 monami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