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같은 그녀가 세상을 떠났다. 설리. 걸그룹 f(x) 출신으로 ‘복숭아’처럼 예뻤던 그녀. 예명보다 더 예쁜 본명으로도 많이 불렸던, 최진리.
공개 연애와 떠들썩한 SNS, ‘노브라’로 대표되는 파격 행보로 주목받던 설리는 내게 ‘‘츄~’를 날리던 그 귀여운 소녀가 저렇게 성장하는구나’란 신기함 정도인 스타였다.
그런 내가 설리에게 조금은 다른 생각을 갖기 시작한 건 영화 ‘리얼’을 본 이후부터였다. 그 전에 영화 ‘해적’ 등에 나온 설리를 보며 ‘걸그룹 출신 배우 중 한 명’ 이상의 감흥은 없었던 내게 ‘리얼’은 충격이었다. 상당히 조롱당한 작품이지만 사실 설리의 연기는 ‘훅’ 들어오는 면이 있었다. 노이즈마케팅 얘기가 나올 정도였던 노출과 베드신은 예상보다 수위가 셌지만 이것이 다가 아니었다. 설리는 이 영화에서 분명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고요하고 미스터리한 여인으로 분한 설리의 표정이 내게는 연기에 대한 진지함으로 받아들여졌다. 분명 설리의 재발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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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쪽에서 설리를 많이 찾아요. 자기 이미지 메이킹을 영리하게 잘 한다고도 하고요. 그런데 그게 정말 아닌데 말이죠. 그냥 보이는 게 그대로인 솔직한 애에요. 계산 같은 건 없어요” 설리의 비보를 접하고 예전 누군가 했던 말이 문득 생각났다. 이런 설리가 배우로서 인생작을 만났으면 어땠을까. 측근에 따르면 설리는 연기에 대한 열정이 상당히 컸단다. 특히 비극적인 운명을 지닌 여성 캐릭터에 깊은 관심이 있었다고. 생전 영화 ‘페르소나2’를 극비리에 찍고 있었던 설리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까.
결국 그냥 아쉬워서다. 열정을, 재능을 더 뽐내지 못하고 꺼져버린 한 어여쁜 생명이.
/글=최나영 기자 ny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