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를 위해 최선을”… ‘페이커’ 이상혁의 멈추지 않는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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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차 프로게이머지만 그의 위치는 여전히 최정상이다. 대한민국 최정상이 아니다. 세계를 호령하는 최고봉이다. 세계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몇 안 되는 이름 중 하나인 그는 정신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 또 다른 목표를 움켜잡기 위해 더욱 더 치열한 자신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LCK에서 뛰고 있는 프로게이머들 중 최초로 통산 여덟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린 그다. 그 후 누린 짧은 휴식을 뒤로하고 복귀한 그는 정말 1분 단위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사전 약속은 했지만 고양시 일산 SK텔레콤 연습실에서 성사된 인터뷰는 그야말로 행운이었다. 인터뷰 뒤에는 곧바로 팬들과 약속인 방송을 하기 위해 “3분만 시간을 빼주세요”라고 부탁할 정도로 그에게는 시간이 황금이었다.

이렇게 바쁜 사람이 누구일까? 바로 ‘페이커’ 이상혁이다. 세계 최고의 선수, 글로벌 최고의 스타, ‘최고’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그였지만, 그는 여전히 ‘우승’이라는 두 글자를 갈망하고, 도전을 멈추치 않았다. 통산 세 번의 우승과 한 번의 준우승을 거둔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 다섯 번째 꿈의 무대 ‘롤드컵’ 출전을 준비하고 있는 ‘페이커’ 이상혁을 만나 각오를 들어봤다.


만족 모르는 ‘페이커’의 승부욕

“얼마전에 추석을 맞아 휴가를 다녀왔어요. 이번 시즌 우여곡절이 많았잖아요. 와일드카드부터 시작하면서 일정이 정말 빡빡했죠. 그래서 휴일이 별로 없었어요. 푹 쉬다 왔습니다.”

가볍게 미소와 함께 이상혁은 고된 일정으로 지칠 대로 지쳤던 몸과 마음을 휴가로 풀고 왔다고 최근 근황을 전하면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번 휴가에서 그는 짬을 내 친구들을 자주 만났고, 부족했던 수면을 취하면서 방전됐던 에너지를 끌어 올렸다고.

평소 입버릇처럼 최고의 라이벌은 “나 자신”이라 말하던 그의 말처럼 2013년 데뷔한 그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자신과 싸움의 연속’이었다고 할 수 있다. 최고의 축제인 롤드컵에서 무려 세 번의 우승을 차지했고, 아쉽게 3년 연속 우승을 놓쳤지만 네 번이나 무대에 올라섰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의 꾸준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상혁에게 지난 시간들에 대해 묻자 “어느덧 벌써 7년차 프로게이머가 됐어요. 열심히 하는 것이 기본이죠. 누가 지켜보거나,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열심히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또 다른 중요한 점은 동기부여예요. 계속 목표를 정해 동기부여를 스스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발전한다고 생각해요”라며 자신의 프로게이머 철학을 들려줬다.

“발전에 대해 고민하는 건 정말 중요한 문제죠. 그래서 지난 번 우승이 더 기뻤습니다. 중요한 기로에서 우승할 수도 있고, 우승하지 못할 수 있는 상황이었죠. 올해 두 번의 대회서 우승을 했기 때문에 더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새로운 동기 부여와 함께 다시 목표를 세웠어요”라며 다가올 최고의 잔치 ‘롤드컵’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우리 나이로 스물 넷이 된 이상혁은 선수로 뛰고 있는 자신의 위치를 설명하면서 현재 첫 번째로 추구하는 가치를 들려줬다. 다른 곳이 아닌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경기 외적인 사회생활 면에서는 동료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소환사 협곡’ 안에서 자신을 자극할 수 있는 대상은 자신뿐이라는 점을 잊지 않고 있었다.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첫 번째 가치요? 제 직업은 프로게이머예요. ‘프로’라는 이름에 걸맞은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정말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야죠. 프로 생활을 하는 동안에 최대한 많은 우승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를 자극할 수 있는 사람은 ‘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3년만에 다시 서는 유럽 무대, ‘좌절은 없다’
지난 2017년 롤드컵 당시 삼성에 0-3으로 패하면서 준우승에 머물렀을 때 눈물을 흘린 장면은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그 동안 어떤 상황에서도 감정 기복없이 선수생활을 했던 ‘페이커’ 이상혁이 얼굴을 파묻고 눈물을 흘렸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놀랐고, 그의 감정 변화를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그는 절망하지 않았다. ‘부진은 있지만 몰락은 없다’는 김정균 감독의 말처럼 이상혁 또한 또다른 성장을 기대하고 있었다. 3년 전 독일 베를린에서 들어올렸던 소환사의 컵을 이번 대회에서 다시 한 번 들어올리고 싶은 열망과 팀원들에 대한 강한 믿음도 보였다.

“3년만에 다시 가는 유럽이라서 살짝 기대하고 있어요. 3년전 우승을 했기 때문인지 이번에도 기대가 되더라고요. 중국에서 열린 2017 롤드컵 결승전 패배나, 지난 5월 MSI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을 때도 저는 좌절하지 않았어요. 패배를 했다고 해서 좌절하거나 절망하기 보다는 부족한 점을 깨닫게 되죠. 승패에 대한 결과를 이야기하기 전에 저 자신이 최선을 다해서 스스로 만족해야 해요. 제 생각에 올해 같이 하고 있는 동료들이 가장 강하다고 믿고 있어요. 다른 팀들의 경기를 많이 보지 않았지만, 우리 실력을 믿고 있습니다. 2019시즌 SK텔레콤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MSI 우승 직후 LEC 서머시즌도 우승하면서 이번 롤드컵 가장 강력한 팀으로 꼽히고 있는 G2에 대해 그는 전혀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5월 MSI 당시 큰 아픔을 주었던 ‘패왕’ G2 e스포츠에 설욕을 거듭 다짐했다.

“G2는 플레이 스타일이 독특한 팀이죠. MSI에서 패했지만, 다시 만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팀입니다. 저는 외부의 평가 보다는 제 개인적인 생각을 더 믿는 편입니다. 어렵거나 두려워할 이유는 없어요. 올해를 돌아보면 제 자신에게 기대했던 바를 다 해내지 못했는데, 그 부족했던 점을 이번 롤드컵서 채워서 팬 여러분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어요.”


취미는 독서…여행을 동경하지만, 그의 생각은 오직 LOL

정신없이 바쁜 일상에서 그의 몇 가지 안되는 즐거움 중 하나가 독서다. 팬들에게 받는 책 선물중 읽을 거리를 찾아 얻는 소득은 그의 큰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역시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세상을 알아가고 싶지만, 그는 자신의 현재 위치를 잊지 않았다.

“데뷔 첫 해부터 좋은 성과를 냈지만 만족도는 생각하고 있지 않아요.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이 이니까요. 다만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어요. 그래도 틈틈이 책을 봐요. 최근에는 ‘신경끄기의 기술’이라는 책을 봤는데, 쉬는 시간마다 읽는 재미가 있더군요. 사실 이번 휴가에서는 책을 많지 보지 못했지만, 시간이 될 때마다 책을 보고 있어요. 주로 읽는 책들은 철학이나 사회학 관련 책들이 많아요.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쓴 월든이었어요. 하지만 제 직업이 프로게이머라는 걸 잊지 않고 있어요.”

데뷔 첫 해인 2013년 롤드컵이 열린 미국 LA를 시작해서 그는 전 세계 주요 도시를 대회로 인해 다녔지만 그는 선수 생활이 끝난 이후에는 여행을 다니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지만, 아직 현재 진행형인 자신의 꿈을 다시 강조하면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비행기를 타고 20시간 넘게 이동해야 했던 플로리다는 잊기 힘들더라고요. 많이 더운 곳이었는데, 특별하게 가리는 음식도, 장소를 꺼리지도 않아요. 여행을 가고 싶을 때도 있지만 프로 생활이 끝나고 여유가 있을 때 가도 늦지 않다고 생각해요. 아직 국내서 가보지 못한 곳도 많아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국내 가보지 않은 곳이나 북유럽쪽에 여행을 가고 싶어요. 정말 이번 롤드컵은 설레는 대회예요. 스스로 기대를 많이 하고 있어요.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 더 노력하겠습니다.”

/글=고용준 기자 scrapper@osen.co.kr, 사진=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