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대형 SUV, 본성을 건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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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 자동차 애호가들이 헤어날 수 없는 매력이다. 크고 강인한데, 디자인까지 멋지다. 여건이 된다면 위풍당당한 큰 차를 소유하고 싶은 건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통하는 보편적 진리다.

‘SUV 강세’라는 세계적인 트렌드 속에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에도 드디어 ‘로망의 경쟁’에 불길이 붙었다. 그 동안 대형 SUV에는 일부 비현실성이 있었다. 가격이 너무 비싸거나 연비가 턱없이 낮아 유지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장벽이다.

하지만 대형 SUV를 구매하려는 층이 늘어나 시장이 형성되고, 엔진 관련 기술들이 발전되면서 이 같은 장벽은 자연스럽게 무너졌다. 물론 가격이 소형, 중형에 비해서는 비싸지만 엄두도 못낼 정도는 아니다. 연비도 운전습관만 느긋하게 갖는다면 감내할 정도가 됐다.


물론 가장 큰 흥행 요소는 시장의 형성이다. 사려는 사람이 없으면 제조사는 제품을 만들어 내지 않는다. 충분히 때가 됐다고 판단한 자동차 제조사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시장에서 대형 SUV 경쟁에 불을 당긴 것은 현대차의 팰리세이드다. 팰리세이드는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3만 7,466대가 팔렸다. 현대차 SUV 라인업 중에서는 싼타페(5만 8,339대) 다음으로 많이 팔렸다. 투싼(2만 5,848대)과 코나(2만 7,147대)보다 팰리세이드가 더 팔렸다. 지금도 영업장에 가면 팰리세이드를 받기 위해서는 몇 달씩 대기해야 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작년 12월 출시된 팰리세이드는 미디어 시승 행사장에서부터 탄성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종래 경험하지 못했던 성격에 자동차 기자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국내 미디어 단체에서 시상하는 ‘올해의 차’는 팰리세이드가 모조리 휩쓸었다.

8인승 팰리세이드는 2.2 디젤, 3.8 가솔린의 두 모델로 출시됐는데 2.2 디젤이 202마력(최대토크 45.0kgf·m)을 3.8 가솔린이 295마력(최대토크 36.2kgf·m)을 발휘한다. 가격은 디젤 모델은 3,622만 원부터, 가솔린 모델이 3,475만 원부터이다. 이것저것 좋은 옵션을 붙이고 나면 가격은 5,000만 원에 육박한다.
팰리세이드의 대성공은 포드 익스플로러, 혼다 파일럿, 닛산 패스파인더가 근근이 끌고 가고 있던 우리나라 대형 SUV 시장에 무한경쟁이라는 큰 횃불을 들어올렸다.

먼저 자동차 천국 미국에서 수없이 많은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는 쉐보레가 고심 끝에 ‘트래버스(Traverse)’ 수입을 결정했다. 쉐보레는 트래버스에 ‘정통 아메리칸 슈퍼 SUV’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사실상 RV에 가깝지만 세계적인 SUV 열풍을 버리기 아까워 ‘슈퍼 SUV’라는 명칭을 만들어냈다.

전장은 동급 최장이다. 5,200mm나 된다. 기아 카니발이 5,115mm다. 근소하기는 하지만 카니발보다 긴데 ‘SUV’가 되고 싶어한다.

‘대형 SUV’에 분류되는 차들은 대부분 5미터 안팎의 전장을 갖고 있다. 현대 팰리세이드(4,980mm)가 비교적 짧고, 포드 익스플로러(5,049mm)와 혼다 파일럿(5,005mm), 닛산 패스파인더(5,041mm)가 5미터를 살짝 넘는다.

그런데 겉보기에는 트래버스가 카니발보다 전장이 길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카니발 디자인이 늘씬함을 강조하다보니 시각적으로는 더 길어 보인다. 실내 공간은 배치 방식의 차이가 있다. 3열 시트 공간이 카니발이 훨씬 여유롭다. 대신 트래버스는 트렁크 공간을 크게 뽑았다. 사람을 많이 태울 것이냐, 짐을 많을 실을 것이냐에 따라 선호도가 갈릴 수 있다.
엔진은 가솔린 단일 모델이다. 디젤 게이트 이전 같았으면 트래버스도 디젤 모델을 먼저 들여왔겠지만 미세먼지 이슈가 불거진 이후인지라 디젤 모델 도입은 아직 고심 중이다. 파워트레인은 고성능 3.6리터 6기통 직분사 가솔린 엔진과 하이드라매틱 9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려 최고출력 314마력 최대토크 36.8kgf·m의 파워를 발휘한다. 각종 안전장치들도 잘 갖추고 있지만, 크루즈 컨트돌이 ‘어댑티브’가 아닌 것은 약점이다. ’어댑티브’는 정해진 속도로 달리다가 전방에 저속주행 차량이 나타나면 알아서 속도를 줄여주는 기능이다.

가격은 트림에 따라 4,520만 원부터 5,522만 원까지 형성돼 있다. 엔트리 트림의 가격은 비교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 대형 SUV 세그먼트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기아차 모하비도 새로운 모델을 내놓았다. 모하비는 2008년 처음 선보인 후륜구동 기반의 프레임 보디 SUV다. 위에 언급된 경쟁차종들이 모두 모노코크 방식의 보디이지만 모하비는 정통 SUV를 표방하며 프레임 보디를 고집하고 있다.
기아차는 미국 공장에서 생산 판매 중인 대형 SUV 텔루라이드의 국내 도입을 포기하고, 대신 모하비에 집중하기로 했다. 2020년형 모하비는 ‘모하비 더 마스터’다. 2008년에 첫 모델이 출시된 것을 감안하면 2세대 모델을 내놓아도 되는 시점이지만 기아차는 모하비의 2번째 페이스리프트로 ‘모하비 더 마스터’를 분류했다.

모하비 더 마스터는 전장이 팰리세이드 보다 살짝 짧은 4,930mm다. 그러나 이전 모델 대비 전폭은 길어지고, 전고는 낮아졌다. 전체적인 스탠스가 훨씬 안정감 있게 변신했다.

승차인원도 종래는 5인승과 7인승만 있었지만, 2열 좌석을 좀더 고급스럽게 한 6인승도 추가됐다. 디자인은 풀체인지라 해도 시비 걸 사람이 없을 정도로 크게 바뀌었고, 파워트레인은 V6 3.0 디젤 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를 매칭했다. 최고출력 260PS, 최대토크 57.1kgf·m의 퍼포먼스를 발휘하는데, 후륜기반의 전자식 4WD를 지원하고 있다. 언덕길을 치고 올라가는 맛이 일품이다. 복합연비 9.4 km/ℓ(18인치 타이어 기준)로 경제성은 다소 떨어진다.

첨단 안전장치와 반자율주행을 가능하게 하는 편의장치들은 ‘모하비 더 마스터’의 큰 강점이다. 고속도로에서는 반자율주행 모드에 놓고 느긋하게 음악을 즐기면서 주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가격은 플래티넘 트림이 4,700만 원, 마스터즈 트림이 5,160만 원부터이다. 옵션에 따라 가격은 더 올라간다.

아직 국내 시장에 출시된 상태는 아니지만 6세대 익스플로러도 주목할만하다. 포드를 대표하는 7인승 대형 SUV인 익스플로러는 우리나라에서 1996년 첫 소개된 이후 올해까지 3만 3,000여 대가 팔렸다.
6세대 익스플로러는 파워는 더 강력해지고, 공간은 더 넓어져 돌아온다. 2.3L 에코부스트 엔진은 전 세대 대비 향상된 275(5,500rpm)마력, 42.9kgf·m(3,500rpm)토크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지능형 4WD를 지원한다. 10단 변속기를 달아 연비도 개선됐다.

11월 초 국내 시장에 상륙할 예정인 ‘올 뉴 익스플로러’는 2.3L리미티드 모델 기준 5,990만 원(VAT 포함)이다.

/글=강희수 기자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