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후의 명곡’, ‘1박2일’ 등 굵직한 프로그램을 연출한 유일용 PD는 올해 초 8년간 몸담았던 KBS를 떠나 MBN으로 이적하는 도전을 택했다. 그리고 약 6개월 만에 세 개의 프로그램을 내놓으면서 ‘열일’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 행보 중 가장 중심에 있는 건 ‘자연스럽게’다. 전인화, 은지원, 김종민, 조병규의 시골 정착기를 담은 ‘자연스럽게’로 토요일 밤을 힐링과 웃음으로 물들이고 있는 유일용 PD를 만났다.
-‘자연스럽게’ 기획 의도와 배경이 궁금해요.
▲2000년대 후반 읽은 ‘가비오따스’라는 책이 시발점이에요. 콜롬비아의 전문가들이 실제로 황무지에 자급자족할 수 있는 마을을 구성하는 내용인데, 이 책의 내용처럼 공동체를 형성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좋겠다 싶었어요. 장기적인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보고 싶었고, MBN으로 이적하면서 그 생각을 다시 하게 됐죠. 열정이 있을 때 그 일을 시작해보고 싶어서 아이디어를 꺼냈고, 현실적인 대안을 찾다가 가구 수가 적은 동네의 빈집을 리모델링해서 입주를 시켜보자는 내용으로 커졌죠. 그게 ‘자연스럽게’의 시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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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나온 시골 등을 다룬 프로그램은 하나에 포커스만 맞춰도 이야기가 흘러가요. 하지만 ‘자연스럽게’는 삶의 이야기를 다뤄야 해서 생각보다 어려운 프로그램이에요. 정착기, 마을 주민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죠. 출연자들이 자신의 동네, 자신의 집이라고 생각하면서 마을 주민들과 유대 관계가 형성되면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흥미로울 것 같아요. 자신의 장소라고 생각하면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지고, 시너지를 발휘하게 되겠죠?
-‘자연스럽게’를 연출하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건 무엇인가요?
▲공동체. 출연자들이 시골에 잠깐 왔다 가는 건 차별성도 없고 기획 의도와 맞지 않아요. 진짜 집은 아니지만 세컨드 하우스, 또 다른 삶의 공간, 마을 주민이 되어가는 과정이에요. 그 과정을 리얼하게 담는 게 목표죠. 짧은 시간 안에 주민들과 친해지고 유대감을 형성하는 건 어려워요. 지금도 시간을 갖고 유대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단계죠. 친밀도가 높아지면 서로가 편해지면서 더 깊은 이야기,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거라고 봐요. 출연자들이 마을에 녹아들면서 새로운 이야기, 할 거리, 재미를 찾아가고 싶어요.
-전인화는 36년 만에 첫 리얼 예능 출연이어서 화제가 됐어요.
▲예능에 큰 부담을 느끼셨어요. 예능을 어느 정도 알고 계시지만 웃긴 분이 아니기 때문이죠. 하고 싶지만 잘할 수 있을까 부담감이 있으셨어요. 하지만 귀농 프로그램도 아니고, 버라이어티 같이 게임을 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고민을 내려놓으신 것 같아요. 도시에서 살았던 삶과 다른 혼자 살 수 있는 공간에서 살아보고 싶은 대로 살아보시라 했고, 어르신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 등이 출연 결심까지 이어진 것 같아요.
-‘발견’이라고 할 만큼 조병규의 활약이 돋보이는데요.
▲사실 조병규라는 배우를 잘 몰랐어요. 다른 예능에 출연한 걸 보고 나이는 어리지만 할 말은 할 줄 알고 생각이 있는 친구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마침 시골에 대한 로망이 있다고 했죠. 아직 보여준 게 많이 없어서 조병규도, 제작진도 서로 발견해나가고 있어요. 조병규가 방송을 보면서 ‘나도 저런 모습이 있었네요’라고 말할 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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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과 산 경험이 거의 없어서 어색했을 텐데 먼저 다가가고, 서울에 올라가면 할머니가 생각난다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연락한다고 해요. 그런 모습이 보는 사람 쪽에서도 흐뭇하죠. 강요한 것도 아니고, 스스로 직접 한 거니까요. 그런 관계 형성이 자연스럽지 않으면 어색한데, 자기도 모르게 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있다고 해요. 알레르기 반응이 있어 채소를 잘 먹지 못하는데 꼭 도전해보겠다고 약속도 했어요.
-은지원X김종민은 십년지기라서 큰 걱정은 없으셨을 것 같아요.
▲김종민이 깐족거리고 은지원이 참다가 화내는 모습이 아슬아슬해 보이지만 두 사람은 그게 정말 편한 상태거든요. 자연스러운 모습이죠. 은지원이 화내는 게 정말 화가 나서 리얼로 화내는 게 아니라 귀찮아서 그러는 정도예요. 두 사람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전인화, 조병규, 은지원X김종민. 웃음의 포인트가 모두 다른 것 같아요.
▲맞아요. 전인화는 당황스러운 일을 겪으면서 허당미가 나오고, 거기에서 자연스러운 웃음이 나오죠. 할머니와 함께 생활을 하는 조병규는 할머니X손자 케미의 훈훈한 웃음, 은지원X김종민에게서는 예능에서의 웃음, 개구쟁이의 웃음을 기대하고 있어요.
-1년 동안 이어질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보여주고 싶으신가요?
▲고향이 시골인 분도, 아니신 분도 있을텐데 ‘나도 저렇게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하고 싶어요. 대부분의 시골을 다룬 프로그램은 귀농 또는 모두 모이는 포맷인데 ‘자연스럽게’는 또 다른 삶의 공간이 생기고 도전하는 점에서 피상적으로 느끼실 수 있죠. 현실적으로 짚어줄 필요가 있다고 봐요. 그랬을 때 보시는 분들도 ‘나도 저렇게 살아봐야지’라는 마음이 들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시즌2 기대해봐도 될까요?
▲시즌2는 시즌1에서 확실한 방향성, 정체성을 잡지 않는 이상 아무리 시청률이 잘 나와도 어렵죠. 뼈대를 잡아두려고 해요. 대신 스핀오프는 생각하고 있어요. 제목이 ‘자연스럽게’니까 ‘~스럽게’ 시리즈를 하고 싶어요. 예를 들면 ‘사랑스럽게’ 혹은 ‘부자연스럽게’ 처럼요(웃음).
/글=장우영 기자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