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남원의 연예산책] 공효진 김래원의 사랑이라니... 의외의 커플이 더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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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영화의 생명은 캐스팅이다. 포스터에서 남 녀 주연의 이름을 보는 순간, 가슴 한복판에 찌리릿 느낌이 와야 표를 사게 되니까. 공효진 김래원의 조합은 캐스팅 얘기를 듣는 순간부터 신선했다. 과연 ‘일인십색’ 공효진의 스크린 속 사랑 이야기는 ‘마초’ 김래원을 어떻게 바꿔놓을까.

늦가을 개봉작 ‘가장 보통의 연애’는 전 여친에 상처받은 재훈(김래원 분)과 전 남친에 뒤통수 맞은 선영(공효진 분), 이제 막 이별한 두 남녀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밀당을 그린 작품이다. 신예 김한결 감독은 진짜 ‘지질해서’ 더 실감나고, 아름답지 않아서 더 정겨운 러브 스토리를 들고 왔다.

여류감독이라서 디테일에 강한 것 아니냐고 칭찬하면 오히려 실례일까. 큰 웃음을 부르는 대사들이 거침없이 이어지지만 작품의 줄거리 기둥은 올곧게 뻗어간다. 보통 영화감독의 데뷔작이 아주 뛰어나거나 정말 형편없거나 극단으로 나뉘는 경우가 흔한데, 김 감독은 전자로 분류하고 싶다. 준비기간이 3년으로 길었다는데, 허송세월이 아니라 야무지게 준비를 했다.

[OSEN=최규한 기자] 24일 오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감독 김한결) 언론시사회가 열렸다.배우 김래원과 공효진, 김한결 감독이 참석해 포토타임하고 있다. /dreamer@osen.co.kr
감독이 뛰어나도 로맨스 영화의 힘은 결국 남 녀 주연에서 나온다. 한동안 영화 쪽에서는 이름값에 미치지 못했던 두 배우, 이번에 물만났다. 좌충우돌 30대 당찬 솔로 선영과 외강내유 소심남 재훈의 티격태격은 관객 리액션을 절로 부른다. 제작자와 감독의 의도를 그대로 연기에 녹여낸 건 이 둘의 내공이 그만큼 깊기 때문일게다.

멋지고 예쁜 모습만을 보여주려고 애쓰는 아이돌 스타들과는 완전히 달라야했다. 산전수전, 공중전, 수중전까지 다 겪은 30대 남녀들의 현실 연애가 ‘가장 보통의 연애’를 지탱하는 기둥이다. 그런데 제목 그대로 ‘가장 보통의 연애’가 어찌 이리 재밌는거지. 마치 유튜브에서 김래원과 공효진의 리얼 연애 TV를 보는 듯하다. 공효진과 김래원이라, 제작자가 고심해서 연결했을 이 로맨스 조합은 기대를 배반하지 않았다.

사실 공효진과 김래원은 신인 시절 한 드라마에 출연한 적이 있다. MBC 드라마 ‘눈사람’이란다. 당시 공효진은 형부를 사랑하는 솔직 명랑한 처제 서연욱을, 김래원은 그런 연욱을 짝사랑하는 차성준으로 출연했다. 그리고 16년이 흘렀다. 김래원은 문근영과의 달콤한 로코 ‘어린신부’로 흥행배우 대열에 올라선 후 긴 세월을 쉬지않고 대열의 앞에서 달려왔다. 최근에는 그 역시 강한 작품들에 자주 얼굴을 내밀었지만, 로맨스물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사랑 연기에 특화된 30대 남성을 연기했다.

공효진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배우다. 신데렐라처럼 짠 하고 등장하는 디즈니 식 동화와는 다르다. 차근차근 계단을 올라 정상에 선 스타일이다. 최근 3년 동안 재충전의 기회를 갖는가 했더니 다시 일 욕심을 내고 있다. KBS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으로 안방극장에 돌아오더니 첫 회부터 ‘공블리’ 매직으로 60분을 ‘순삭(순간삭제)’ 시켰다. 참 대단한 배우다.

한때는 대한민국 미남 톱스타들이 너도나도 앞다퉈 사랑 이야기를 찍었다. 그래야 청춘의 심벌 대접을 받았으니까. 이제는 다 옛날 얘기다. 요즘 남자배우들은 크고(제작 스케일) 센(장르) 작품을 선호한다. 100억 제작비로는 대작이라고 명함 내밀기도 힘든 세상에서 로맨스 영화의 입지는 좁은 게 사실이다.

최근 수 년 동안의 이같은 추세가 올 여름 970만명을 동원한 ‘엑시트’ 돌풍으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무조건 크고 세게 만드는 대작물의 뻔한 스토리에 지친 관객들이 다양한 장르의 수작들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때론 죽일 듯이 싸우면서 미워하고, 때론 구차하게 매달리고, 때론 눈물 콧물 쏙 빼면서 밑바닥을 보게 만드는 ‘가장 보통의 연애’가 올 가을에 핫한 배경이다.

/글=손남원 mcgwir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