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 SK 치어리더 이다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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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선수처럼 SK 치어리더팀의 에이스가 되고 싶습니다!”

지난해 SK로 오자마자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내달린 승리요정, 치어리더 이다연.
언제나 큰 목소리로 팬들과 흥겹게 응원하고 경기장 밖에서도 팬들과 활발히 소통하는 소통왕이다.

지난해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한동민의 끝내기 홈런이 나왔을 때는 그대로 주저앉아 눈물을 쏟아냈을 정도로 팀에 대한 애정이 깊다.


이다연과 SK의 러브스토리는 어떤 로맨스 소설보다도 흥미진진했다.

▲ ‘야알못에서 SK 치어리더로’
이다연은 어린 시절 배우를 꿈꿨다. 하지만 배우의 길은 마음처럼 잘 되지 않았고 부모님이 강원도로 이사가면서 수도권을 떠나야 했다. 배우의 꿈을 접은 이다연은 친구의 권유로 치어리더에 도전했다. 2016년 활동을 시작한 이다연은 어느덧 4년차 치어리더가 됐다.
“사실 치어리더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야구는 전혀 몰랐어요. 처음 시작했을 때는 공이 담장을 넘어가면 홈런이라고 해서 파울도 홈런인줄 알았을 정도에요.”
이다연은 넥센과 LG를 거쳐 지난해 SK에 자리를 잡았다. SK는 이다연이 팀에 합류하자마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제가 좋은 기운을 가지고 온 것 같아요”라고 웃은 이다연은 “LG에 있을 때도 제가 응원하는 날에는 팀이 정말 잘했어요. SK에 와서도 곧바로 우승하니까 자부심 같은 것이 생겼어요. 그런데 제가 연차가 쌓이고 경기를 많이 나가다보니까 지는 경기도 많아지더라구요. 이제는 기운이 다했나 싶기도 해요”라며 말 끝을 장난스럽게 흐렸다.


▲ “몸이 허락하는 한 영원히 SK 치어리더”
선수들이 종종 소속팀을 옮기는 것처럼 치어리더들도 유니폼이 바뀔 때가 있다. 오프시즌 선수들의 이적만큼이나 팬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 치어리더들의 이적이다. 이다연도 두 차례 팀을 옮겼다.

하지만 이다연은 “이제는 다른 팀에 가지 않을거에요. SK가 제 치어리더 인생의 마지막 팀입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제가 한 번 제 꺼라고 생각하면 정말 모든 마음을 다 줘버려요. SK에서 2년 동안 뛰면서 애정이 정말 깊어졌어요. 예전에는 나만 생각하고 제 일만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이제는 팀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SK에서 2년차 시즌을 보내고 있는 이다연은 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지난해 짜릿했던 가을야구를 돌아봤다. “플레이오프 5차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경기는 정말 재밌었지만 춥고 힘들기도 했어요. 마지막에는 제발 홈런 하나만 쳐달라고 기도했는데 한동민 선수가 끝내기 홈런을 친 순간 바로 주저 앉아서 펑펑 울었어요.”

치어리더는 직업 생명이 길지 않다. 하지만 SK에는 올해로 17년차 시즌을 보낸 치어리더계의 전설 배수현이 있다. “몸이 허락하는 한 치어리더를 계속 하고 싶어요”라고 말한 이다연은 “(배)수현 언니를 옆에서 보고 있으면 정말 대단해요. 존경 그 자체입니다. 보디빌더 대회를 준비하실 때는 경기내내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으시더라구요. ‘저렇게 철저히 관리하니까 오랫동안 뛸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어요”라며 대선배에게 존경을 표했다.

이다연도 몸 상태를 최고로 관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경기가 끝나고 파스를 붙이는거세요. 집에는 공기압 마사지기가 있어요. 몸이 조금 좋지 않을 때면 바로 병원에 가서 침도 맞고 마사지도 받아요. 정말 롱런하는 치어리더가 되고 싶어요”라고 건강 관리 비결을 밝혔다.

▲ ‘소통왕 이다연’
이다연은 인터넷 방송과 SNS를 통해 팬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교감하고 있다. 개인 방송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는 것에 대해 “예전에는 팬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창구가 한정적이었어요. 개인 방송을 시작하고 나서는 제 생각을 명확하게 팬분들께 전해드릴 수 있어서 좋아요. 글로 팬들과 대화하면 뉘앙스가 전달되지 않잖아요”라고 좋은 점을 설명했다.

물론 방송을 하면서 조심하는 점도 있다. 이다연은 “방송을 할 때는 늘 조심히 생각하면서 말해요. 그래서 방송에서 야구 이야기는 가급적 하지 않으려고 해요. 제 말실수에 다른 팀 팬분들이 기분 나빠할 수도 있고 팀이나 동료들에게 피해가 가면 안되니까요.”라고 말했다.

▲ “저에게 관심을 가져주세요!”
치어리더와 개인 방송 모두 팬들의 사랑을 받아야 하는 일이다. 이다연은 “팬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것이 너무 좋아요. 저를 생각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일하는게 제 적성에 맞는 것 같아요”라며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포털사이트에 ‘이다연’이라는 이름을 검색하면 프로골퍼 이다연이 가장 먼저 노출된다. 이다연 프로는 KLPGA에서 네 차례 우승을 차지한 실력파 골퍼다. 이다연은 “예전에는 제가 먼저 노출됐는데 골프를 너무 잘하시더라구요. 제가 완전히 밀렸어요. 그분은 저를 알지 궁금해요”라며 웃었다.


▲ “SK 치어리더팀의 김광현이 되겠습니다!”
김광현은 SK를 상징하는 에이스다. 또 이다연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이기도 하다. “저는 김광현 선수가 가장 좋아요. SK를 대표하는 에이스잖아요. 저도 언젠가는 김광현 선수처럼 SK를 상징하는 치어리더가 되고 싶어요”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광현에게 타자를 압도하는 강력한 직구가 있다면 이다연에게는 팬들에게 기운을 불어넣는 우렁찬 목소리가 있다. 경기가 SK의 패배로 기울어지면 아무래도 분위기가 가라앉기 마련이다. 이다연은 “그럴 때면 마이크를 잡고 ‘일어나세요!’라고 외쳐요. 적어도 제 앞에 계신 분들 만큼은 끝까지 격려해서 재밌게 응원하려고 해요. 제 우렁찬 목소리는 어릴 때 좋아하던 아이돌 그룹을 응원하면서 생긴 것 같아요.(웃음)”라고 자신만의 응원 방식을 공개했다.

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린 날 이다연은 “오늘은 꼭 우리 팀이 이겼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아쉽게도 SK는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며 짧은 가을을 마쳤다. 하지만 겨울이 지나고 다음 시즌이 오면 이다연은 씩씩한 목소리로 팬들을 반길 것이다.

/글= 길준영 기자 fpdlsl72556@osen.co.kr
/사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TIP

최애 캐릭터는 피카츄, 요즘에는 펭수가 매력만점!

“피카츄 정말 좋아해요!” 피카츄 이야기를 하는 이다연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SK는 몇 년전 포켓몬코리아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피카츄 유니폼 등을 선보였다. “그때는 제가 팀에 없었지만 그래도 피카츄 유니폼은 갖고 있어요.” 요즘 이다연의 눈길을 사로잡은 캐릭터는 EBS 인기 캐릭터 펭수다. “같이 응원하자고 SNS로 메세지를 보냈는데 답장을 받았어요. 저는 성덕(성공한 팬)입니다”라고 말한 이다연은 인터뷰가 끝나기 전 이렇게 당부했다. “이 말은 꼭 써주세요. 이번에는 SK와 펭수가 콜라보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