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원이 코미디 배우로 돌아온다. 오는 9월 11일 개봉하는 ‘힘을 내요, 미스터 리’에서다. 오랜만에 그에게 딱 맞는 옷을 입었다. 웃길 것 같지않은 인물이 웃길 때, 관객은 배꼽을 더 세게 잡는다. ‘극한직업’ 류승룡과 ‘범죄도시’ 마동석이 그랬다. 두 영화 모두 흥행에서 대박을 기록했다.
요즘 영화계에서 차승원은 코미디물 흥행 1순위 배우로 손꼽힌다. 코미디 영화로만 모두 1400만 관객을 모았다.’신라의 달밤’(2001)에서 시작해 ‘라이터를 켜라’(2002) ‘광복절 특사’(2002) 선생 김봉두(2003) ‘귀신이 산다’(2004) ‘혈의 누’(2005) ‘박수칠 때 떠나라’(2005)까지 무려 7연속 흥행 가도를 달렸던 차승원이다. 사극 스릴러 ‘혈의 누’만 빼면 다 코미디 장르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는 옛말이 있다. 코미디를 멀리한 최근 수 년 동안 그의 스크린 흥행 성적은 낙제점이다. 차승원 만큼 연기와 인물이 동시에 받쳐주는 배우가 코미디 이외의 장르에선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실이 희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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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 넘치는 모델 출신 배우가 타닥타닥 능숙한 칼질로 조몰락조몰락 맛깔진 음식을 듬뿍듬뿍 차려낸다. 김치 깍두기 겉절이 담그기는 기본이고 장어구이, 해물짬뽕같은 고난도 요리 솜씨도 전문 셰프 뺨치는 솜씨다. TV 보던 아줌마들, 이런 차승원에 침 흘리다가 옆에 누운 서방 “밥 차려” 소리에 한숨만 푹푹 내쉴 밖에.
예능에서의 활약과 달리, 배우로서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던 그에게 이번 추석 대목 영화는 제목도 맞춤형이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에서 성만 차씨로 바꾸면 실화나 마찬가지랄까.
차승원은 최근 한 방송 출연에서 “2000년대 초반, 코미디 영화들에 자주 출연했을 당시에는 (관객들에게)다른 장르의 연기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요즘은 (저의)과거를 그리워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며 ‘미스터 리’ 복귀의 이유를 밝혔다.
그는 또 “세월에 따라 (보는 시각이) 다르니까 기대에 못 미치면 어쩌나 하는 막연한 걱정도 된다. 오랜만에 코미디 영화를 선보이는 만큼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 500만 관객을 넘으면 ‘섹션TV’에 다시 출연하겠다”는 깜짝 공약을 걸기도 했다.
차승원은 패션 모델 출신답게 신체조건이 아주 우월한 배우로 손꼽힌다. 뛰어난 하드웨어라도 연기력이라는 소프트웨어가 없다면 텅 빈 깡통일 뿐이지만 차승원은 달랐다. 조각 같은 인물과 늘씬한 몸매 만큼이나 연기력도 뛰어난 덕분에 영화계에서 승승장구했다. 그 기세로 예능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여러 장르 넘보지 않고 자신이 잘하는 코미디에 집중했던 결과다. 그런 그가 자신의 본업으로 돌아온 이번 명절, 극장에서 배꼽잡고 웃을 일이 기대된다. /글=손남원 mcgwir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