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봉오동 전투’ 류준열 “영화가 가진 힘, 와 닿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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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계기는 영화가 가진 이야기의 힘이다. 기본적으로 영화가 주는 메시지와 주제가 마음에 와 닿았다”며 “그 이외에도 원신연 감독님의 전작들을 너무 재미있게 봤다. 제가 데뷔하기 전인데, 감독님의 첫 작품부터 최근 작품까지 다 극장에서 봤다.”

원신연 감독과 제작진이 세심하게 챙겨준 덕분에 류준열은 처음 도전한 와이어 액션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6개월 동안 케어를 잘 받아서 부상 없이 촬영을 잘 마쳤다”며 “보호 장비라고 말할 순 없지만 발목을 압박 붕대로 고정해서 어떤 날에는 피가 잘 안 통하기도 했다.(웃음) 그래서 식사를 할 때는 잠시 풀어놓았다가 촬영할 땐 다시 묶었다. 발목 보호대는 사실 조금 불편했다”고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봉오동 전투’는 2018년 8월 16일 첫 촬영을 시작해 이듬해 1월 18일 크랭크업 했다.

“원신연 감독님이 정말 사람이 좋다. 촬영 전 주변에서 이런 말을 많이 들었고 실제로 느껴보니 참 좋더라”며 “힘든 작품에서는 감독님의 리더십이 좋아야 배우들과 스태프가 고생하지 않고 촬영을 잘 마칠 수 있다. 저희가 감독님에게 많은 부분을 의지하며 끝까지 갈 수 있었다.”

[OSEN=곽영래 기자]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만다리나덕 청담에서 리뉴얼 오픈 기념 포토행사가 열렸다.배우 류준열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youngrae@osen.co.kr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1920년대를 살았던 독립군에게 영감을 얻어 창조된 이장하 캐릭터는 쉬지 않고 필모그래피를 쌓아오며 어느새 30대 대표 배우로 자리매김한 류준열에 의해 완성됐다. 독립군 무리를 이끄는 이장하는 그 누구보다 뜨거운 피를 가진 그의 얼굴로 인해 시너지 효과를 냈다.

“‘국찢남’이라는 말이 너무 좋다. 사실 처음에 그 단어를 못 알아 들었다. 근데 알고 보니 너무 좋은 말이더라.(웃음) 국사책을 찢고 나왔다니. 배우로서 저는 작품 속에 마치 있던 사람 같다는 말을 듣고 싶다. 포스터만 보고 그렇게 얘기를 해주셔서 감사했고 기뻤다.”

국사책에서 인용한 사진 같은 ‘봉오동 전투’의 메인 포스터는 공교롭게도 우연히 나왔다고 한다. 촬영 중 쉬는 시간, 배우 조우진의 제안으로 배우들이 다 같이 모여서 기념사진을 남겼는데 역사 속 그날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긴 것이다.

“포스터용이라는 생각을 안하고 단체 사진을 찍었는데, (시대적 배경이) 밝은 분위기가 아니라서 그런지 다들 그런 표정이 나왔다. 감독님도 보시고 마음에 드셨던 거 같다. 의도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독립군들의 모습이 담겨서) 그걸 포스터로 쓰셨다.”

‘봉오동 전투’는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봉오동 전투에 자진 지원한 농민들과 군인들의 활약상을 담았다. 이 영화를 통해 조선의 독립을 위해 모든 것을 내걸고 싸웠던 선조들의 얼을 느낄 수 있다.

류준열은 첫 등장부터 ‘멋짐 폭발’이었다. 1920년대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군인 이장하로 변신한 그는 관객들을 만주 봉오동 골짜기로 이끌며 첫 승리의 기쁨을 함께 맛보게 해줬다.

실제 성격과 비슷하게 심지 굳은 면모가 돋보인 분대장 역할을 소화한 그이지만, 나름의 고충은 있었다고.

“군인이나 무사 같은 캐릭터는 상대적으로 딱딱하고 뻣뻣하기 때문에 연기할 때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 학교 다닐 때 교수님에게 ‘무사나 군인 캐릭터는 지양하라’고 배웠다. 배우로서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어떤 영화보다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후시 녹음을 할 때도 ‘부드럽게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지금처럼 가야 한다. 군인으로서 장하는 조금 다른 인물이어야 한다’고 하셨다. 장하는 정규 훈련을 받은 군인이기에 해철과 달리 군인답게 보이는 게 가장 중요했던 거 같다. 결국 후시 녹음에서도 지금(완성본)처럼 갔다. 선배님들이 재미있는 장면을 연기하면 부러웠다. 사실 이번 영화에서 어려운 게 많았다”며 “‘독전’의 락 캐릭터와 비슷한 점이 있는 줄 알았는데 캐릭터를 연구하면 할수록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

그러나 ‘봉오동 전투’ 속 이장하는 류준열의 매력을 적재적소에, 영리하게 펼쳐 보인다. 조선을 집어 삼키려는 일본군과 대적하는 가운데 이장하는 발빠른 행동과 함께 날렵한 액션을 선보이고 이내 소명으로 일깨워진 반듯한 눈빛을 낸다. 피와 살점이 튀어 오르는 전장 속에서도 독립군의 청초한 기운을 잃지 않았다.
“(장하의)첫 등장을 소화하는 게 배우로서 너무 좋았다. 그런 등장을 마다할 배우가 누가 있겠나.(웃음) 시나리오에 장하의 눈빛은 ‘결의에 차 있고 군인으로서 맑은 눈’이라고 적혀 있었다. 영화에서 보신 바로 그 눈빛이다.(웃음) ‘초롱초롱하게’라고 적혀 있진 않았다. 저는 총을 쏘는 자세나 각도보다 독립군의 눈빛을 표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애를 많이 썼다. 감독님도 (장하의 첫 등장에)공을 많이 들이셨다.”

정답이 없는 연기라는 길에서 끝내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가는 류준열의 필모그래피는 매번 새로운 길을 터며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글로리데이’(감독 최정열, 2016)에서 스무 살 청춘의 비애를 그린 류준열은 한재림 감독의 ‘더 킹’(2017)에서 비로소 발전 가능성을 터뜨렸다. ‘택시운전사’(감독 장훈, 2017)의 대학생 구재식, 20대에 농부가 된 ‘리틀 포레스트’(감독 임순례, 2018)의 재하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건강한 이미지를 발산했다. 실제로도 류준열이라는 ‘그릇’이 워낙 편안하고 기분 좋은 휴식 같은 느낌을 지녔기 때문이리라. ’독전’(감독 이해영, 2018)에서 마약조직의 말단 조직원 락과 의문의 이 선생을 동반 소화한 류준열은 또 다른 얼굴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올해만 해도 류준열에게는 다양한 캐릭터의 얼굴이 담겼다. 천재적인 수사 감각을 가진 ‘뺑반’(감독 한준희)의 순경 서민재, ‘돈’의 증권사 브로커 조일현, 그리고 ‘봉오동 전투’의 분대장 이장하까지. 새로운 영화를 내놓을 때마다 계단형으로 발전하는 류준열의 상승력을 ‘봉오동 전투’에서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다.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의 아우라, 열연이 만나 강렬한 시너지를 냈다.

모든 인물의 얼굴이 차곡차곡 쌓인 류준열은 이제 ‘청춘의 아이콘’으로서 30대 대표 배우 중 한 명으로 우뚝 섰다. 한국 영화계가 류준열이라는 보석을 발견한 것은 분명하다.

“요즘에 팬들이 ‘차기작이 확정된 게 없느냐?’고 물으면서 속상해하시더라. 좀 많이 속상해하셔서 제 딴에는 ‘그럼 유튜브라도 찍어야 하나?’ 싶었다.(웃음) 사진찍기, 보드게임, 여행, 운전 등 할 콘텐츠는 많다. 제가 유튜브를 하게 된다면 ‘구독’과 ‘좋아요’를 꼭 눌러 달라.(웃음) 사실 아무도 안 기다려주면 영화를 찍을 이유가 없는데 다행히도 많은 분들이 기다려주셔서 빨리 하고 싶다.”

류준열이 갖고 있지만, 아직 보여주지 않은 얼굴이 궁금하다.

/글=김보라 기자 purpli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