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승’ 린드블럼, MVP 독주 체제…적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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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우위다. 2019 프로야구 KBO리그 MVP는 굳어진 양상이다. 두산 베어스 외국인 투수 조쉬 린드블럼이 MVP 독주 체제를 굳혔다.

린드블럼은 8월 28일 현재 25경기에 등판해 20승 1패를 기록했다. 평균 자책점은 2.04. 승률은 무려 9할5푼2리에 이르고 163이닝을 소화하며 161개의 삼진을 빼앗았다.

린드블럼은 다승을 비롯해 평균 자책점, 탈삼진 1위를 질주하며 ‘트리플 크라운’을 노리고 있다. 승률과 이닝 부문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KBO리그 부문별 시상식에서 이닝은 포함되지 않지만, 이닝 소화 능력이 뛰어난 선발 투수의 가치가 높아지는 가운데 린드블럼의 존재감은 더욱 빛난다.


그가 마운드에 오르면 역사가 된다

7월 14일 사직 롯데전서 5이닝 9피안타 2볼넷 6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시즌 15승째를 거두며 1985년 이후 34년 만에 전반기에 15승을 달성한 투수가 됐다. 1982년 박철순(OB), 1983년 장명부(삼미), 이상윤(해태), 1985년 김일융(삼성) 이후 역대 5번째 대기록이다.

8월 25일 대전 한화전 선발 투수로 나선 린드블럼은 8이닝 2피안타 1볼넷 9탈삼진 2실점으로 승리를 따내, 2016년 더스틴 니퍼트가 기록한 역대 최소 경기 20승(25경기)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한 시즌에 20승을 넘긴 투수가 나온 것은 KBO리그 역대 20번째로 2017년 KIA 타이거즈의 ‘원투 펀치’ 양현종과 헥터 노에시 이후 2년 만이다. 선발승으로 한정하면 역대 11번째다.

외국인 투수로는 2007년 두산의 다니엘 리오스(22승), 2014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의 앤디 밴헤켄(20승), 2016년 니퍼트(22승), 2017년 헥터(20승)에 이어 역대 5번째다. 두산 선수로는 4번째. 린드블럼에 앞서 OB 시절 박철순이 24승을 거뒀고 리오스, 니퍼트가 한 시즌 20승 이상을 거뒀다.

“믿을 수 없는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20승은 동료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절대 달성하지 못했다. 다시 한번 고맙다. 특히 포수 박세혁이 매 경기 너무 큰 도움을 줬다. 내 승리라기보다 좋은 팀승리였다.” 린드블럼의 20승 달성 소감이다.

두산 이적 후 언히터블 모드 왜?
린드블럼은 두산으로 이적한 뒤 언히터블 모드를 발휘 중이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두산의 홈그라운드인 잠실구장은 국내에서 가장 큰 구장이다. 뜬공 비율이 높은 린드블럼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며 장타 허용에 대한 부담을 확 줄였다.

안방 효과 뿐만 아니라 두산의 든든한 화력 지원과 탄탄한 수비는 린드블럼에게 큰 힘이 된다. 한국 땅을 처음 밟았을 때보다 구위와 제구가 향상되고, 구종이 다양해졌다. 여기에 KBO리그의 풍부한 경험까지 더해졌다.

이변이 없는 한 린드블럼의 MVP 수상 가능성은 매우 높다.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 이래 외국인 선수가 MVP에 등극한 건 4차례. 1998년 타이론 우즈(OB)가 타율 3할5리(452타수 138안타) 42홈런 103타점 77득점으로 사상 첫 외국인 선수 MVP의 주인공에 올랐다.

2007년 리오스는 22승 5패(평균자책점 2.07)를 거두며 최고의 선수가 됐고, 2015년 에릭 테임즈(NC)는 40홈런-40도루를 달성하며 MVP를 품에 안았다. 그리고 니퍼트는 2016년 22승 3패(평균자책점 2.95)를 거두며 MVP를 차지했다. 린드블럼이 MVP를 차지한다면 역대 외국인 선수 5번째이자 두산 외국인 선수 4번째 주인공이 된다.

역대 20승 투수의 MVP 등극 사례를 살펴보면 1982년 박철순(OB)을 시작으로 1984년 최동원(롯데), 1989·1990년 선동렬(해태), 2007년 리오스(두산), 2016년 니퍼트(두산), 2017년 양현종(KIA) 등 7차례 있었다.

린드블럼의 수상이 유력하나 굳이 MVP 경쟁 후보를 꼽는다면 홈런(26개), 타점(104개), 장타율(.581) 등 3개 부문 선두를 달리는 제리 샌즈(키움)를 비롯해 11년 만에 15승 고지를 밟으며 토종 선발의 자존심을 지키는 김광현과 데뷔 첫해 30세이브를 돌파하며 구원 부문 단독 1위를 달리는 하재훈(이상 SK), 타격 1위(.346)를 질주중인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두산) 정도다.

성적과 선행 모두 MVP 린드블럼

성적뿐만 아니라 선행도 단연 으뜸이다. 린드블럼은 2011년 10월 조쉬 린드블럼 파운데이션을 설립해 자선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2016년 롯데 시절 탈삼진 1개를 기록할 때마다 자신의 등 번호와 같은 43달러를 비영리 단체에 기부했고 병마와 싸우는 이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기 위해 심장병 환우와 가족, 치료사 등을 야구장에 초청하기도. 또한 가정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는 팬들에게 받는 사랑을 되돌려주는 게 프로야구 선수의 의무라고 여긴다.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는 린드블럼. MVP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글=손찬익 기자 what@osen.co.kr, 사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