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SUV 열전, 시즌2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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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SUV’ 전성시대다. 소비 측면에서도, 공급 측면에서도 2019년 대한민국의 자동차 시장은 ‘소형 SUV’가 주도하고 있다.

소비 시장에서는 판매수치로 ‘소형 SUV’ 전성시대를 보여주고 있다. 2014년 3만 2,000대 규모이던 국내 ‘소형 SUV’ 시장은 2016년 10만대, 2018년 15만 3,000대 시장으로 급성장했다. 수직상승에 가까울 정도로 그래프가 가파르다.

공급 시장에서도 난리가 났다. 국내 자동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올해 구성한 신차 라인업은 ‘소형 SUV’에 집중되고 있다. 현대차의 ‘베뉴’, 기아차의 ‘셀토스’가 전에 없던 세그먼트로 소형 SUV 시장에 뛰어들었다.


국내 소형 SUV 시장의 팽창은 2015년 출시된 쌍용차 ‘티볼리’를 기점으로 삼는다. 티볼리가 세상에 선보일 때만 하더라도 소형 SUV로 분류할 수 있는 국내 차종은 쉐보레 ‘트렉스’, 르노삼성 ‘QM3’ 정도밖에 없었다. 그런데 티볼리가 시장에서 예상 외로 선전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기아자동차가 하이브리드차 ‘니로’를 소형 SUV로 분류해 경쟁에 뛰어들었고, 시차를 두고 현대차 ‘코나’, 기아차 ‘스토닉’이 가세하면서 소형 SUV 시장이 뜨거워졌다.

이 지점까지가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에 소형 SUV를 각인시키는 시기였다면, 2019년은 한 차원 다른 소형 SUV 경쟁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쌍용자동차가 히트작 티볼리의 개선 모델인 ‘베리 뉴 티볼리’를 출시했고, 완전 신차인 베뉴와 셀토스가 뛰어들며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소형 SUV 시장의 성장은 마치 열대성 저기압이 태풍으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과 비슷하다. 운전이 편하고, 실용성이 높으며 가격도 저렴하다는 장점에서 출발한 소형 SUV 인기가 이제는 소형 세단 시장까지 잡아먹으며 위력을 키우고 있다. 소형 SUV의 출현으로 ‘생애 첫 차’로 오랜 세월 사랑받아온 ‘소형차(세단)’는 이제 ‘존속’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위축돼 있다.

SUV의 실용성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덩치 부담은 싹 줄여 놨으니 종래의 소형차(세단)는 애초에 체급이 다른 싸움에 내몰린 지경이다.

어쨌거나 새로운 경쟁은 시작됐고, ‘시즌 2’에 나선 소형 SUV들은 어떤 경쟁력을 갖고 나왔는지 살펴볼 때다.

쌍용자동차는 지난 6월 4일 ‘베리 뉴 티볼리’라는 이름으로 티볼리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내놓았다. 아직 풀체인지 모델은 아니다. 하지만 사실상 풀체인지라고 볼만한 요소도 있었다. 차의 인상을 결정짓는 전후면부 디자인을 새롭게 하고, 1.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쌍용차 최초로 도입했기 때문이다. 디자인과 파워트레인을 다 바꾸는 게 바로 풀체인지다.

쌍용차는 그 동안 SUV 명가를 자처하면서 디젤 엔진 위주의 SUV 라인업을 구성했다. 물론 기존 티볼리에도 1.6 가솔린 모델이 있기는 했지만 출력이 126마력이라 SUV 범주를 온전히 소화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베리 뉴 티볼리’의 1.5 가솔린 터보는 이 같은 아쉬움을 해소하기 위해 투입된 전략 모델이다. 디젤 엔진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도 해소하면서, 종전 가솔린 모델의 체질을 개선하고자 했다.

신규 개발한 1.5ℓ 터보 가솔린 엔진은 쌍용차 최초로 티볼리에 장착됐다. 최고출력 163ps(5,500rpm), 최대토크 26.5kg·m(1,500~4,000rpm)의 성능을 발휘한다. 전장 4,225mm의 티볼리에 실린 163마력의 직분사 가솔린 터보엔진은 비로소 티볼리를 SUV답게 만들었다. 미디어 시승행사에서도 많은 시승자들이 공감한 대목이다.

티볼리의 ‘파워풀’ 변신은 비단 가솔린 모델에 머무르지 않았다. 1.6ℓ 디젤엔진의 성능도 최고출력 136ps(4,000rpm), 최대토크 33.0kg·m(1,500~2,500rpm)로 크게 향상됐다. 종전 1.6 디젤의 최고출력은 115마력이었다. 두 엔진 모두 신뢰도 높은 아이신(AISIN AW)사의 GENⅢ(3세대) 6단 자동변속기와 짝을 이뤘다. 앞뒤 램프에는 LED 소재를 사용해 기능성과 고급스러움이 향상됐고, 디자인도 훨씬 안정적이고 세련 되게 손질됐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안전 사양이다. 물론 안전 강화는 ‘시즌 2’에 등장하는 소형 SUV들의 공통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논리는 이렇다. “운전 경험이 많지 않은 사회 초년생들이 많이 타는 차이기 때문에 각종 안전 보조 기능들이 더욱 절실할 것 아니냐”는 거다.
옳은 말이다. 베리 뉴 티볼리는 앞차 출발 알림(FVSA), 부주의 운전경보(DAA), 안전거리 경보(SDA), 사각지대 감지(BSD), 차선변경 경보(LCA), 후측방접근경고(RCTA)를 포함한 13가지 안전 기술을 탑재했다. 후측방에서 다가오는 물체와 충돌 위험이 있을 경우 긴급 제동하는 후측방 접근 충돌 방지 보조(RCTAi), 하차 시 청각경고로 사고 위험을 알려주는 탑승객하차보조(EAF: Exit Assist Function)까지 있지만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없다는 건 아쉬움이다.

9인치 HD 스크린을 통해 애플 카플레이(Apple CarPlay), 안드로이드 오토(Android Auto) 미러링이 가능하게 한 것은 스마트 세대의 니즈를 반영한 사양이다. 베리 뉴 티볼리의 판매가격은 가솔린 모델이 V1(M/T) 1,678만원, V1(A/T) 1,838만원, V3 2,050만원, V5 2,193만원, V7 2,355만원이다. 디젤 모델은 V1 2,055만원, V3 2,240만원, V5 2,378만원, V7 2,535만원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7월 11일 소형 SUV ‘베뉴((VENUE)’를 출시했다. ‘베뉴(VENUE)’는 영어로 특별한 일이나 활동을 위한 ‘장소’를 의미한다. 이 차를 몰고 도달할 ‘지점’을 지칭할 수도 있고, 이 차를 타는 사람들이 머무르는 ‘공간’을 상징하기도 한다. 한 달 먼저 티볼리 페이스리프트를 출시한 쌍용차는 ‘베리 뉴’ 티볼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베뉴’로 축약될 수 있는 게 묘할 뿐이지 둘의 연관성은 없다.

현대차 베뉴는 전장이 4,040mm에 불과하다. 티볼리에 비해 20cm가까이 짧다. 기아차의 스토닉(4,140mm) 보다 더 작다. 대신 이 차는 최신 라이프 트렌드를 담고 있다. 경쟁차종에 비해 체구가 작은 단점을 ‘싱글 라이프’라는 신개념으로 보완했다.

혼자만의 시간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라이프 스타일에 딱 맞춘 ‘혼라이프 SUV’라는 개념을 이 차에 심었다. 출시 행사장에서의 분위기는 거의 ‘세뇌작업’ 수준이었다. 상품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한 팀들은 자동차 고유의 상품성 보다 ‘베뉴’가 탄생하게 된 배경 설명에 더 열심이었다.

결국 이 차는 옆 자리에 친구조차도 태우는 걸 추천하지 않는다. 오로지 운전자인 ‘나’만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라는 메시지를 준다. 뒷 좌석은 사람이 아닌, 반려 동물을 위해 확보된 공간이었다.

자신을 사랑하는 1인 라이프 스타일은 규모는 작지만 구성물은 절대 허술하지 않다. 작은 공간에 꼭 필요한 요소들을 알차게 채운다. 베뉴도 외형은 작지만 355ℓ의 수납공간을 곳곳에 챙겨 놓았다. 트렁크 공간도 위 아래로 분리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파워트레인은 스마트스트림 G1.6 엔진에 변속 충격 없는 스마트스트림 IVT(무단변속기)를 결합해 구성했다. 동력성능은 최고출력 123마력(PS), 최대토크 15.7(kgf·m)다. 역동적인 주행을 하기에는 부족한 여건이다. 그런데 어차피 혼자 타는 조건이라면? 그렇게 부족할 것도 없다. 혼자 사는 사람이 6인용, 10인용 밥솥으로 밥을 지으면 식은밥을 오래도록 먹어야 한다.

대신 연료 효율을 얻어간다. 가솔린 엔진을 쓰는 베뉴의 공인 복합연비는 13.7km/ℓ(15인치 타이어, IVT 기준)다. 아주 알차다. 디젤 모델은 아예 만들지도 않았다.

탑승자의 안전 보조 장치는 베뉴에서도 핵심 경쟁력 품목이다. 전방 충돌 방지 보조(FCA, Forward Collision-Avoidance Assist), 차로 이탈 방지 보조(LKA, Lane Keeping Assist), 운전자 주의 경고(DAW, Driver Attention Warning), 하이빔 보조(HBA, High Beam Assist) 등 첨단 지능형 주행 안전 기술이 트림과 관계없이 기본 장착돼 있다. ‘나는 소중하니까’이다. 다만 이 차에도 앞차와의 거리를 자동 조절하며 주행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없다.

8인치 멀티미디어 시스템에는 전화, 길안내, 팟캐스트 등의 스마트폰 기능을 구현할 수 있게 했다. 물론 안드로이드 오토(Android Auto)와 애플 카플레이(Apple CarPlay)를 모두 지원한다.
전용 커스터마이징 상품(Customizing∙고객 맞춤형)으로 ‘내 차 가꾸기’를 할 수 있는데 주요 튜익스(TUIX) 선택품목으로는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적외선 무릎 워머(Warmer), 스마트폰 IoT(사물인터넷) 패키지, 프리미엄 스피커, 17인치 블랙 알로이 휠 & 스피닝 휠 캡, 컨비니언스 패키지(스마트폰 무선충전기 등), 프로텍션 매트 패키지, 반려동물 패키지, 오토캠핑용 공기주입식 에어 카텐트 등이 있다.

판매가격도 혼자 사는 이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했다. 스마트 트림 1,473 만원(M/T, 수동변속기), 1,620만원(IVT, 무단변속기), 모던 트림 1,799만원, 플럭스(FLUX)트림 2,111만원이다. (※ 개별소비세 3.5% 기준)

베뉴가 철저히 ‘1인 라이프’에 초점을 맞췄다면 기아자동차의 ‘셀토스(SELTOS)’는 말 그대로 ‘하이클래스’다. 소형 SUV 차급이지만 여차하면 한 차급 높은 준중형까지 상대할 수 있는 확장성을 지닌 차다.

기아자동차는 이런 특성을 표현하기 위해 많은 수식어를 동원했다. ‘하이클래스’ ‘글로벌’ ‘압도적인’ 등이다. 예를 들면 ‘글로벌 소형 SUV의 판도를 바꿀 하이클래스 소형 SUV의 탄생’ 같은 투다.

일단 체구부터가 ‘압도적’이다. 셀토스의 전장은 4,375mm다. 상위 모델인 스포티지(4,485mm)를 세그먼트가 허용하는 지근거리까지 쫓고 있다. 실내 러기지 공간은 498ℓ다. 이 정도 사이즈면 골프백 3개+보스턴백 3개 또는 디럭스 유모차가 적재 가능하다. 소형 SUV이지만 소형을 거부하는, 그냥 SUV로 쳐 달라는 호소다.

파워트레인도 정통 SUV의 구성을 따랐다. 1.6리터 터보 GDi 가솔린 또는 스마트스트림 1.6 디젤 엔진에 7단 DCT 변속기를 조합했다. 1.6 가솔린 터보는 최고출력 177마력, 최대토크 27.0kg.m을 내고, 1.6 디젤은 최고출력 136마력, 최대토크 32.6kg.m을 낸다. 디젤 엔진을 내놓긴 했지만 셀토스의 주력도 역시 가솔린 모델이다.

연료효율은 1.6 가솔린 터보가 복합연비 12.7km/ℓ(16인치 2WD 기준), 1.6 디젤이 복합연비 17.6 km/ℓ(16인치 2WD 기준)를 낸다.

가격대는 상대적으로 센 편이다. 1.6 터보 가솔린은 트렌디 트림이 1,929만원, 프레스티지 트림이 2,238만원, 노블레스 트림이 2,444만원이다. 1.6 디젤은 트렌디 2,120만원, 프레스티지 2,430만원, 노블레스 2,636만원이다. 선택하는 사양에 따라서는 가격이 상위 세그먼트를 위협할 수도 있다.

그 만큼 완성도는 높다. 1.6 터보 가솔린엔진 기준으로 엔트리 트림인 ‘트렌디’부터 능동 안전 사양인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 Forward Collision-Avoidance Assist), 차로 유지 보조(Lane Following Assist), 차선 이탈방지 보조(LKA, Lane Keeping Assist), 운전자 주의 경고(DAW, Driver Attention Warning), 하이빔 보조(HBA, High Beam Assist) 등이 기본 장착돼 있다.

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RCCA, Rear Cross-traffic Collision-avoidance Assist),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정차&재출발 기능 포함, SCC, Smart Cruise Control), 고속도로 주행보조, 안전하차보조(경고음, SEA, Safe Exit Assist) 등은 선택 사양에서 추가할 수 있다.

차량 밖 원격 시동이 가능한 스마트키 원격시동, 심리스(Seamless) 디자인의 10.25인치 내비게이션과 공조 컨트롤러, 기아차 최초 Bose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기존 대비 충전 성능을 30% 향상한 스마트폰 고속 무선 충전시스템은 차급을 뛰어넘고 있다.

소형 SUV 전쟁의 시즌2는 기술은 더욱 첨단화 되고, 개성은 첨예해졌다. 소비자들은 공급자들이 구분한 것보다 더욱 세심하게 ‘나에게 딱 맞는 선택’을 따져볼 수 있게 됐다.
/글=강희수 기자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