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 중 하나는 라이엇게임즈가 개발한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 이하 LOL)’로 한국에서도 그 인기는 정말 대단하다. 지난 6월 29일에는 신규 모드로 ‘롤토체스’라 불리는 ‘전략적 팀 전투(Teamfight Tactics, TFT)’를 공개하면서 더욱 더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벌써 8년 전인 2011년 12월 12일 서비스를 한국에서 시작한 이래 오랜 기간 동안 정상을 지키고 있는 LOL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라이엇게임즈는 게임업계를 꿈꾸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동경의 직장이 됐다.
박준규 라이엇게임즈 코리아 대표 역시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영문학을 전공해 게임업계와는 전혀 동떨어진 곳에서 묵묵히 인생을 걸었던 그가 올해 1월 제 3대 라이엇게임즈 코리아 대표로 취임했다. 개발자나 기획자 출신이 아니지만 게임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가득한 그를 라이엇게임즈 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나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와 LOL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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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된 이후에도 틈이 날 때 마다 플레이스테이션1, 닌텐도 64 등 콘솔게임기를 다루면서 게임을 즐겼다. 학업을 마치고 2000년 한국에 돌아온 이후에도 게임은 그의 가까운 친구나 다름없었다. 당시 유행했던 스타크래프트나 인기 FPS 게임을 꾸준하게 가까이 했다. 주변 지인들과 게임 이야기를 할 때의 즐거움을 인터뷰에서 숨김없이 말했다.
당연히 LOL도 그의 눈에 들어올 수 밖에 없었다. 시즌2 북미 서버 때 LOL에 입문한 박 대표는 모르가나 초가스 등 챔피언을 다루는 재미에 푹 빠지면서 LOL을 즐겼고, 자연스럽게 개발사인 라이엇게임즈를 가슴 한켠에 생각하게 됐다. 기막힌 우연도 따라왔다. 업무 협의로 맺어진 인연을 계기로 더 마음을 키웠던 그는 입사 공고가 나오자 망설임 없이 지원서를 들이밀었다.
“어린 시절부터 게임을 정말 좋아해서 다양하게 즐긴 편이었요.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던 시절에도 콘솔을 즐겨했죠. 한국과 미국을 오가면서 웬만한 장르는다 즐긴 것 같아요. LOL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시즌2 북미 서버부터 시작했는데, 직장인이라 많이 즐기지는 못했죠.“
“CJ E&M시절 글로벌 경영업을 맡으면서 넷마블 관련 업무를 한 것이 전부였는데, 우연하게 OGN(당시 온게임넷) 업무로 미팅에 참여하면서 라이엇게임즈 분들을 뵙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라이엇게임즈에 지원할 기회가 왔죠. 제가 좋아하고 즐겨하던 방향으로 회사 이직이 된거죠.”
라이엇게임즈 코리아는 그가 동경했던 정말 원하는 직장이었다. 박 대표는 회사 분위기를 묻자 “단연 최고입니다”라는 말을 첫 마디로 꺼내면서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피력했고, 막힘없이 회사 분위기를 전달했다.
“게임 개발과 퍼블리싱 사이에는 차이가 당연히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 사무실의 경우, 한국 지역에서 LOL을 즐기는 분들의 위한 서비스를 하는 곳이죠. 철학이 탄탄하다는 이야기가 진정으로 일하는 방식이에요. 이것이 정말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단순히 외부에 보여주기 위한 철학이 아니죠. 대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조직원들이 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대표의 역할이라 생각해요. 플레이어 접점에 있는 이들, 즉 실무자들이 플레이어가 원하는 방향을 더 잘 알기 마련이거든요. 우리 라이엇은 위에서 아래로 명령을 하달하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플레이어 중심 철학과 이를 기반한 실제 실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항상 라이어터들이 경험을 바탕으로 고민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조직도 수평적으로 운영해 모두가 의사표현을 확실히 할 수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진정 사람 위주로 돌아가는 회사, 좋은 인재가 많은 회사라고 이야기 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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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수장 변화에 대한 계획을 사전에 공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라이엇게임즈 코리아는 한번의기업 성장과 도약을 목표하기 위한 결정이고 이를 투명하게 사전에 밝히기로 했다며 3대 대표의 인선 과정을 밝혔다.
퍼블리싱 본부장이었던 박 대표의 취임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혼밥’을 즐기는 ‘혼밥러’라는 재미있는 소문도 퍼질 정도였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사실 점심을 잘 안 먹는 편이라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 같아요”라며 쑥스러워했다.
지난 1월 1일 취임 이후 한국 시장에서의 원활한 LOL 서비스 뿐만 아니라 ‘롤 파크(LoL PARK)’의 건립으로 직접 중계에 나선 LOL e스포츠, ‘한국 문화유산 보호 및 지원’을 테마로 한 사회공헌 사업까지 그의 하루는 24시간이 부족할 지경이었다.
즐기차게 바쁜 나날을 보냈다는 박준규 대표는 취임 이후 달라진 점을 묻자 “본부장이었을 때보다 직접적으로 업무를 가까이서 보고 담당하던 것이 조금은 멀어지면서 다름이 느껴지고 본부장들이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각각의 조직을 책임지고, 역량을 총 동원해 업무를 이끌고 있죠. 대표가 되고 나서 뼈저리게 느낀 점은 회사는 진정 사람 위주로 돌아간다는 사실입니다. 주요 사안을 대표가 직접 스스로 해결하려는 것이 답이 아니거든요. 사람이 ‘정말 이렇게 중요하구나’라는 생각을 거듭하게 됩니다.”
올해부터 정규시즌 자체 제작에 돌입한 라이엇게임즈 코리아는 대형 스폰서인 우리은행과 스프링 시즌 계약을 맺었고, 현재는 이동 통신 3사를 통해 e스포츠 시장 발전에 앞장서고 있다. 박 대표는 방송 첫 날의 일화부터 지금까지 일을 돌아보면서 e스포츠의 미래를 그렸다.
“대표가 되고 나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가 LCK 자체 제작을 처음 시작한 날이에요. 첫 날 실수도 있었고, 부족한 점도 있었지만, 해당 담당자들이 열정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을 잊을 수 없어요. 오랜 준비 끝에 시작했지만, 준비와 다르게 불완전함에 의기소침 하지 않고 발전하고 있죠. 물론 타리그에 비해 부족한 점이 많다는, 팬들의 고언은 알고 있어요. 더 나아져야 할 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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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그는 4대 메이저 지역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LCK 프랜차이즈 계획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리그의 규모를 키우고, 한국 e스포츠의 생태계를 안정적으로 뿌리내리게 하는 목적과 성장에 대한 고민을 언급하면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현재 다른 지역들이 이미 프랜차이즈가 진행됐지만 한국은 아직이죠. 한국에서도 언젠가는 프랜차이즈를 진행하겠지만, 섣불리 시점을 미리 이야기 드리기는 어려워요. 그렇지만 리그의 파이와 생태계를 생각하면서 진행할 계획입니다. 시기를 고민하고 있고요. 충분히 준비해서 팀들과 오랜 시간 프랜차이즈에 대한 계획을 논의할 생각입니다. 도입하게 된다면 최소한 1년 전에는 팀들에게 알려드려야죠.”
/글=고용준 기자 scrapper@osen.co.kr
/사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