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자 인터뷰] OCN ‘구해줘2’ 이권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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神도 울고갈 대한민국 웰메이드 사이비 스릴러를 완성하다.

지난 6월 말 종영한 OCN ‘구해줘2’는 헛된 믿음에 빠진 월추리 마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한 안티 히어로 김민철(엄태구 분)의 이야기를 담아 안방을 사로잡았다. 잘 만든 사이비 스릴러 한 편은 시청자들에게 열 영화 부럽지 않았다. 게다가 2017년 전파를 탄 ‘구해줘’ 시즌1에 대한 만족감이 시즌2에서는 배가 돼 웰메이드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영화판에서 활약하던 이권 감독이 브라운관으로 놀이터를 옮겨 영화 못지않은 ‘구해줘2’를 만든 덕분이다. OSEN이 이권 감독과 인터뷰를 통해 ‘구해줘2’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봤다.

-‘구해줘’ 시즌1이 잘됐으니 시즌2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는지요.
▲ 개인적으로 단순하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연상호 감독의 원작 ‘사이비’를 보고 ‘구해줘2’ 대본을 읽고 나서는 시즌1에 대해 큰 부담을 갖지는 않았죠. 다만 시즌1에서는 젊은 팬덤이 있는 배우들이 출연했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아 장르물을 즐겨보는 젊은 시청층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 아닌 걱정을 하긴 했답니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어요. 비결이 뭐였을까요?
▲ 무엇보다 배우들의 열연이죠. 그리고 대본의 구성과 장르물로서의 연출 등을 잘 어우러지게 하려고 노력했는데 그 점을 시청자분들이 좋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수몰된 월추리와 헛된 믿음에 빠졌던 마을 사람들의 안타까운 엔딩은 작가님과 얘기했을 때 더 현실적인 결말이다 싶었죠. 사회 속 이슈들에 문제를 제기하는 드라마가 종종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경우가 있는데, ‘구해줘2’는 현실에 있을 법한 주제와 소재를 다루고 대리만족하는 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경우는 피하고 싶었거든요.

-어떤 메시지를 담고 싶었나요.
▲ ‘무서운 건 종교가 아니라 항상 사람이다’라는 메시지를 담으려고 했어요. 공포영화에서도 귀신이 아니라 항상 사람이 무서운 존재잖아요. 그 메시지가 안방에 닿았다면 절반의 성공 절반의 만족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드라마 시스템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니 모든 현장에 있을 수 없고, 전체 대본을 다 읽고 시작하는 게 아니라 디테일을 놓치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점은 아쉽네요.

-연출적으로 힘준 부분이 있다면요?
▲ 후반부로 갈수록 점진적인 과정과 캐릭터간의 치닫는 갈등에 집중했어요. 드라마 초반, 중반, 후반을 보면 색의 차이가 많이 나죠. 노멀에서 점점 인물의 콘트라스트가 세지고 극단적으로 변할수록 세트의 인테리어도 조금씩 변화했는데 보셨나요? 장르적으로 변화해가는 느낌이랑 같이 변화하려고 노력했고, 캐릭터의 심리나 외적 변화에 촬영 미술 조명을 맞춰 변화하고자 했죠. 이런 부분에 많은 호평을 보내주신 것 같네요.

-배우들의 연기가 엄청났잖아요!
▲ 주조연할 것 없이 모든 배우들이 제가 100을 생각하면 120 이상을 끌어내주셨어요. 감독으로서 정말 고마운 일이죠. 현장에서 주고 받으면서 변하는 연기를 볼 때도 너무 좋았고요. 마을 사람으로 등장해 주신 베테랑 배우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신예 손보승 배우의 눈빛이 너무 좋았고, 조재윤 배우와 장원영 배우가 너무 잘해줬어요. 모든 배우들의 열연이 촬영 시간을 단축해 준 것 같아요.

-미친 꼴통 엄태구 배우를 빼놓을 수 없죠.
▲ 예전부터 호감 있는 배우였고 한 번 같이 작업해 보고 싶은 배우였어요. 촬영 기간이 겨우 4개월이라 엄태구 배우에 대해 다 알지 못하지만 일단 착한 사람이란 건 확실해요. 김민철처럼 무서운 사람이 아니라는 거죠 하하. ‘민철이 촬영하면 늘 예상하지 못한 재미있는 일이 생기겠지’라는 기대감이 있었고요. 생각과 전혀 다르거나 그 이상을 보여주는 배우였죠.

-사기꾼 최경석 역의 천호진 배우를 캐스팅한 건 쇼킹했어요.
▲ 천호진 배우의 연기에서 악인의 캐릭터를 잘 보여줄 듯한 확신을 느꼈거든요. 최장로 캐릭터는 너무 입체적이라 배우들이 욕심을 내는 캐릭터였는데 천호진 배우는 굉장히 젠틀하면서 그 속에 섬뜩한 눈빛이 느껴져서 캐스팅하게 됐어요. 수배 전단지 이미지는 천호진 배우가 직접 가발을 선택한 거였는데 최장로와 사기꾼 최경석의 180도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서였죠. 그간의 모습, 이미지와 정반대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성목사 역의 김영민 배우는 후반 하드캐리했죠.
▲ 성목사 캐릭터는 소시오패스적인 캐릭터라 워낙 어려운 인물이에요. 김영민 배우가 절제된 연기로 소시오패스의 표정변화가 많지 않은 부분 등을 잘 살려줬죠. 소시오패스 특징이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없고 자기세계에 갇힌 느낌이 있는데 그런 부분도 잘 살려줬어요. 한 장면을 예로 들자면 영선과 기도하는 장면에서 영선이 민철에 대한 얘기를 하는데 성목사가 영선의 말을 잘 안 듣고 공감하지 않는 무관심한 표정으로 넘어가는 신이 있거든요. 김영민 배우가 표현한 이런 디테일한 부분들이 잘 쌓인 것 같아요.

-감독님이 뽑은 명장면은요?
▲ 성목사의 최후 장면요. 넓은 풀샷으로 마무리한 성목사의 최후를 꼽고 싶네요. 개인적으로 허무한 최후를 맞이하는 성목사의 모습을 장렬하게 그리거나 감정을 실어주고 싶지 않았거든요. 관망하는 느낌의 풀샷이 의도대로 잘 산 것 같아요. 특히 불을 연출해준 CG팀에게 고맙습니다.

-그렇다면 감독님이 뽑은 명대사는요?
▲ 장원영 배우가 연기한 칠성의 대사 중에 “넌 내가 행복한게 싫으니?” 대목이 있어요. 칠성은 사이비에 빠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으로 죽은 아내 앞에서 기도를 해 민철을 당혹스럽게 만들었죠. 이 장면에서 ‘모든 사람들은 행복을 추구하는데 과연 행복의 기준이 뭘까’라는 생각을 했네요.

-‘구해줘2’가 시청자들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됐으면 하나요.
▲ 시청자들 모두가 좋아하는 드라마보다는요. OCN 특성상 마니아층이 있는데 정말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오래 기억될 수 있는 드라마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요즘 수 많은 드라마가 나오니 때로는 금방 잊혀지는 드라마들이 많은데 ‘구해줘2’는 사람들의 마음에 오래 남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글=박소영 기자 comet568@osen.co.kr
/사진=OCN, 프레인TPC 제공

보너스 인터뷰


배우 엄태구는 ‘구해줘2’에서 미친 꼴통 김민철 역을 맡아 카리스마 넘치고 무게감 넘치던 전작들과 달리, 액션은 물론 코믹하고 유쾌한 모습까지 풀어내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첫 주연이었는데도 원작 애니메이션과 엄청난 캐릭터 싱크로율과 독보적인 꼴통 아우라로 안방을 완벽하게 장악했다. 하지만 이권 감독이 말한 것처럼 실제 엄태구는 꼴통 눈빛은 온데간데 없이, 착하고 수줍음 많은 청년이다. 물론 트레이드마크인 허스키한 목소리는 변함없다.

-첫 주연에 ‘인생캐’라는 반응까지 얻었어요.
▲ 첫 주연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부담감이 있었는데 내가 맡은 부분만 최선을 다하면 되는구나 싶더라고요. 촬영 수가 많고 길어진 것 뿐 열심히 한 건 마찬가지죠. 영화와 달리 시청자들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느끼며 연기하는 재미도 컸어요. ‘인생캐’라는 반응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달려야죠.

-춤까지 추다니, 코믹 연기도 잘 어울리던데요?
▲ 구치소에서 춤추는 건 연기 인생 첫 시도였어요. 춤을 못 추는데 흥에 겨운 걸 몸으로 표현해 달라는 주문을 받았죠. 그냥 친구들이랑 노래방에서 추는 춤을 췄어요. 그 상황에서 저질러 보니까 재밌더라고요 하하. 현장에서 불필요할 정도로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고치고 싶어요. 연기할 때 장애물이 되니까요. 지금도 그 과정을 깨면서 유연해지는 과정 중입니다.

-연관검색어에 여전히 ‘목소리’가 있어요.
▲ ‘구해줘2’ 시작 전부터 목소리가 제겐 숙제였어요. 전달력이 떨어지고 웅얼거리는 부분이 느껴지거든요. 고치려고 해요. 평소에 성경책을 또박또박 읽고 있죠. 이번에 ‘구해줘2’에서 센 캐릭터를 했으니 다음 작품에 대해선 자연적으로 반대 캐릭터를 찾게 되는데 이 목소리로 ‘로코’도 가능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