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납뜩이에서 어느덧 믿고 보는 배우로 성장한 조정석이다. 코믹이면 코믹, 멜로면 멜로, 액션이면 액션, 사극이면 사극까지 모든 장르와 캐릭터를 가리지 않고 소화하는 진정한 대배우다. 맡는 역마다 찰떡처럼 소화하는 연기력에 타고난 센스와 팔방미인도 울고갈 매력으로 국민 대호감으로 자리매김한 그. 비록 만인의 연인에서 거미의 남자가 된 조정석이지만 소처럼 열일하는 그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영화, 드라마는 물론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그를 볼 수 있으니 행복할 따름이다.
“‘녹두꽃’, 시청률 이상의 의미가 있죠 ”
조정석은 7월 13일 종영한 SBS ‘녹두꽃’에서 동학군 별동대장 백이강 역을 맡아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녹두꽃’은 1894년 동학농민혁명 소용돌이 속에서 농민군과 토벌대로 갈라져 싸워야 했던 이복형제의 운명을 그린 작품이다. 동학농민혁명을 이끈 녹두장군 전봉준의 일대기가 아닌 민초들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내 안방에 감동과 전율을 선사했다. 실제 역사 속 사건을 다룬 드라마이지만 조정석이 연기한 이강은 가상의 인물이다. 백이현 역의 윤시윤과 함께 아픈 역사의 한가운데에서 시청자들을 하염없이 울컥하게 만들었다.
-화제성은 높았지만 11%대 시청률이 조금 아쉽지 않나요.
▲ 시청률이 아쉽기는 하지만 수치보다는 ‘녹두꽃’이라는 작품을 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려고 해요. 무엇보다 실제 있었던 사건을 다룬 작품이잖아요. 역사적인 사건에 대해 잘못된 접근으로 들어가면 완전히 왜곡되기 마련이라 작가님, 감독님이 고증에 중점을 뒀는데요. 저 역시도 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답니다. 그만큼 부담감을 느꼈거든요. 학창시절 국사를 좋아하기도 했고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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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기에서 백이강으로 거듭나는 변화가 감동적이었어요.
▲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울컥하네요. 연기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려면 내가 그 캐릭터를 먼저 공감하고 내가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백이강은 제가 공감하기 수월했고, 와닿는 면도 많았어요. 인물이 변화하는 과정들이 제게도 보였고요. 그 지점들을 디테일하게 파고들었기 때문에 가능한 연기였다고 생각해요. 저는 대사가 주는 힘을 믿거든요. ‘녹두꽃’은 작가님의 글도 좋았고, 감독님의 연출도 너무 좋은 작품이에요.
-‘녹두꽃’이 40대의 조정석을 여는 작품이 됐네요.
▲ 사람이 깊어진다거나 묵직해진다고 해서 연기가 바로 늘진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억지로 깊어지거나 묵직해지는 것을 생각하지 않으려고요. 연기적인 부분에 또 다른 색을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생겼으면 하는 게 제 바람일 뿐이에요. 그 좋은 시기에 ‘녹두꽃’이란 멋진 작품을 잘 만났고요.
“결혼, 강추 또 강추합니다”
조정석은 가수 거미와 5년간 열애 끝에 지난해 10월 가족들과 조용히 언약식을 치르고 가정을 꾸렸다. 오랫동안 공개 연애를 즐기며 전국민의 응원을 받았던 두 사람이 화려한 결혼식 대신 소박한 언약식으로 부부의 연을 맺었다는 점은 팬들을 더욱 흐뭇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안정적인 가정 안에서 조정석은 영화와 드라마, 예능과 뮤지컬 무대를 넘나들며 소처럼 열일하고 있다. 결혼의 긍정적인 힘이라며 활짝 웃는 그다.
-아내 거미의 응원이 대단하다면서요?
▲ 거미가 항상 제 작품을 잘 봐주고 응원해줘요. 이번에는 전국투어 콘서트가 있어서 아내가 ‘녹두꽃’을 전부 다 챙겨보지는 못했을 거예요. 저 역시도 이번 콘서트에 가지 못했거든요. 하지만 항상 잘 챙겨주고 응원해주는 아내가 고마울 따름이에요.
-거미가 방송에서 결혼을 적극 추천했어요.
▲ 아내는 제가 항상 대답할 만할 답을 먼저 해요. 저랑 생각이 비슷한 거죠. 저 역시도 결혼을 강력하게 추천한답니다. 살면서 여러가지 고민이 있는데, 고민을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옆에 있는 짝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아요. 여러분 결혼 꼭 하세요!
-아내가 OST의 여왕인데 남편의 작품에선 단 한 번도 안 불렀네요?
▲ 몰입이 깨질까 봐 제가 출연하는 작품의 OST를 부르지 않는다고 아내가 먼저 얘기했잖아요. 저 역시도 거미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거미가 제가 출연하는 작품의 OST를 불러준다면 무척 영광이겠죠. 언젠가는 불러줄 거라 생각해요, 하하.
“‘슬기로운 의사생활’도 기대해 주세요”
조정석은 ‘녹두꽃’ 방송 중 일찌감치 차기작을 결정했다. 신원호 감독과 이우정 작가가 ‘응답하라’ 시리즈 이후 새롭게 꾸린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그것. 특히 그는 ‘녹두꽃’ 종영 인터뷰를 진행하며 얼마 뒤 영화 ‘엑시트’ 홍보 인터뷰 자리도 마련하는 등 쉴 새 없이 ‘열일’하고 있다. 배우로서 이보다 더 혜자로울 수가 없다. 팬들이 조정석을 열렬히 사모하는 이유다.
-차기작을 너무 빨리 정한 것 아닌가요.
▲ 신원호 감독, 이우정 작가와 한 번쯤은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두 분의 조합 자체가 흥미롭잖아요. 캐스팅은 확정됐지만 아직 ‘슬기로운 의사생활’ 대본을 보지 못했어요. 작품에 대한 이야기만 들었을 뿐인데 ‘엑시트’를 잘 마무리하고 깊이 있게 이야기 해 볼 생각입니다.
-팬들의 기대가 엄청나요.
▲ ‘녹두꽃’을 통해 굴곡이 큰 작품을 했기 때문에 스스로 소소한 이야기에 대한 갈증이 있어요. 갈증을 씻어줄 만한 소소한 작품이 ‘슬기로운 의사생활’ 같더라고요. 신원호 감독님과 서로 시너지 효과가 날 거라는 자신감도 들고요. 그래서 감독님 역시 제게 캐스팅 제안을 주신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응답하라’ 시리즈를 정말 좋아했거든요. 여러분도 기대해 주세요!
-뮤지컬 무대에 대한 갈증도 있죠?
▲ 내년에는 무대에 꼭 서고 싶어요. 다행히도 연기가 재미있네요. 평상시에도 제가 어떤 상황을 겪으면 그 상황을 따라하면서 연기를 하는 편이죠. 주변에서 ‘연기를 쉬라’는 말을 들을 정도라니까요 하하. 그래도 재밌으니까 이렇게 계속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라이온킹’도 좋지만 ‘엑시트’를!”
영화 ‘엑시트’(감독 이상근)는 유독가스로 뒤덮인 도심을 탈출하는 청년백수 용남과 대학동아리 후배 의주, 두 사람의 기상천외한 용기와 기지를 그린 재난탈출액션 영화다. 무더운 여름 시원한 볼거리를 무기로 내세우며 ‘라이온킹’, ‘스파이더만: 파 프롬 홈’, 나랏말싸미’ 등 대작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조정석의 믿고 보는 코믹 연기가 관객들을 일찌감치 극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엑시트’를 봐야 할 이유를 어필한다면요?
▲ ‘엑시트’는 여름하고 딱 맞는 영화예요. 영화를 보면서 ‘내가 저렇게 뛰고, 날고, 올라갔구나’ 싶더라고요. 와이어 액션 뿐만 아니라 클라이밍까지도 연습했어요. 와이어의 도움을 많이 받았죠 하하.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작품이에요. 재밌게 봐 주세요.
-여름 극장가 대작들 사이에서 괜찮겠죠?
▲ 싸움이라고 생각하고 싶진 않아요. 그러면 실망도 커질 거 같거든요. 그보다는 ‘상생한다’는 느낌이 어떨까요? 무엇보다 우리 영화는 다른 영화와 색이 달라요. 관객들 입장에서는 골라 보는 재미가 분명 있을 거예요. 물론 그래도 우리 영화가 더 잘됐으면 하죠 하하!
-올해도 정말 바쁘겠어요.
▲ 저는 잡식성 배우예요. 아직도 여러가지를 다 해 보고 싶어요. 꺼리는 연기, 가리는 장르, 역할이 없도록요. 예전부터 무대나 드라마, 혹은 영화 어디서든 열심히 연기로 변주하고 싶다는 배우로서의 목표가 있었거든요. 그 욕심이 아직도 있어서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하려고요. 여전히 연기가 재밌으니까요.
/글=박소영 기자 comet568@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