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 있게 영화를 만드는 게 내 역할이자 의무다.” 영화사 외유내강의 강혜정 대표는 ‘책임감’이라는 단어에 힘을 주어 말했다. 햇수로 16년차에 접어든 중견 제작자지만 단 한 순간도 긴장을 놓은 적은 없었다. 관객들의 기대치에 따른 부담감과 책임감을 등에 업고 보다 나은 영화를 추구하면서 스스로를 부단히 채찍질하며 달려왔다.
“제가 앞으로도 지키고 싶은 가장 중요한 태도는 책임감이다. 재미있고 의미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게 중요하지만 내적으로 들어와서는 모든 일에 있어서 책임감 있게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강혜정 대표는 남편인 류승완 감독의 무명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제작자와 감독의 관계로 함께 영화를 만들고 있다. 류 감독의 단편 ‘변질헤드’(1996)의 기획을 시작으로 ‘송어’(1999) 제작실장,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 기획, ‘선물’(2001) 마케팅, ‘피도 눈물도 없이’(2002) 홍보 등을 맡았다. 변영주 감독의 ‘밀애’(2002)에 제작부로 들어가 현장 경험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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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6월이지만 초여름 불볕 더위가 이어지던 날, 외유내강의 사무실에서 강 대표를 만나 한국 영화계 대표 제작자로 안착하기까지 사연을 들었다. 솔직 담백하게 자신을 전혀 포장하지 않는 모습에서 호감 지수가 올라갔다.
-올 2월 개봉한 ‘사바하’에 대한 결과는 만족하나.
▲ ‘사바하’를 통해 한국에서 종교 문제가 생각보다 예민하다는 걸 배웠다. 무엇보다 각본 연출을 맡은 장재현 감독의 뚝심에 반했다. 장 감독은 자신이 처음부터 의도했던 부분을 잘 표현해줬다. 처음 시나리오에 담았던 영화의 핵심을 끝까지 지켰다. 질문을 붙잡고 가는 그만의 힘이 강하게 느껴졌다.
-외유내강은 액션에 강한데, 최근 내놓은 외유내강 영화들의 장르가 다양하다.
▲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좀 더 다양하고 많은 걸 하고 싶다. 새로운 걸 찾기보다 재미있는 시나리오를 영화화 하는 게 더 중요하다. 만드는 사람의 입장으로서 영화는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 결과를 떠나서. 일부러 다양한 영화를 제작하는 건 아니고 재미있게 하다 보니 다양하게 선보이게 된 거 같다. 사극도 해보고 싶고, 여성 액션도 하고 싶다. 화끈한 멜로물도 해보고 싶고.(웃음) 해보고 싶은 영화는 여전히 많다.
-제작자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재미인가.
▲ 첫 번째가 재미다. ‘이 시나리오를 영화로 만들었을 때 재미있을까?’라는 물음을 중요하게 따진다. 두 번째는 ‘어떻게 하면 신선하게 만들까?’다. 가령 코믹 장르라면 뻔하지 않게 가야 한다. 재미와 새로움을 충족시켰다면 그 다음엔 불안 요소는 없는지 고려한다. 요즘 들어 자기검열이 심해졌다. 옛날 같았으면 괜찮았던 게 요즘엔 웬만해선 괜찮지 않아져서다. 별 일 아니라도 괜찮다고 넘어가는 건 이제 안 통하는 거 같다. 전보다 더 책임감 있게 영화를 만들게 됐다.
-류승완 감독과 이견이 있을 땐 어떻게 해결하나.
▲ 고집이 있되 긍정적인 방식으로 타인의 의견을 수용한다. (필름케이)김정민 대표, 조성민 본부장, 그리고 각 영화의 피디들과 이야기 나누는 과정을 즐기는 사람이다.
-캐스팅에도 관여를 많이 하는 편인가.
▲ 시나리오 단계에서 같이 얘기를 하지만 감독님의 의견을 더 듣는다. 시나리오의 마지막 단계까지 제가 디테일 하게 살펴보지만 콘티부터 관여를 안 한다. 현장에도 자주 안 나가고. 감독과 피디, 배우들에게 권한을 주고 믿고 맡기는 스타일이다. 그게 회사의 입장에서도 유리하다. 지금까지 현장 편집본을 보면서 ‘아 이 영화 망했다’ 싶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앞으로 어떤 영화를 하더라도 즐겁고 책임감 있게 작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는 강혜정 대표의 차기작은 최정열 감독의 ‘시동’, 필감성 감독의 ‘인질’, 류승완 감독의 ‘탈출’이다. 현장의 감독과 배우를 존중하는 강혜정 대표가 만들 새 영화에 미리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글=김보라 기자 watch@osen.co.kr
/사진=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