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신’과 ‘황시’, ‘알파카’까지…알고 보면 더 재밌는 e스포츠 선수 ‘애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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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를 즐길 때 빼놓을 수 없는 재미요소 중 하나는 ‘약방의 감초’처럼 따라다니는 선수들의 애칭이나 별명이다. 과거 스타크래프트 시절부터 현재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리그에 이르기까지 선수들의 애칭은 선수들을 더욱 화려하게 빛나게 했고, 더욱 즐겁게 즐길 수 있는 팬덤 형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 가지 예로 스타크래프트 초창기 프로게이머 홍진호의 경우 수많은 애칭을 가지고 있다. 현역 시절 가난하지만 매우 공격적인 스타일에서 ‘폭풍’이라는 애칭을 얻었던 그는 ‘황신’이라는 별명으로 더 회자되고 있다. 리그의 대표적인 2인자였던 선수답게 애칭의 숫자도 더욱 많다.

월간 OSEN+에서는 e스포츠를 즐기는 재미요소인 ‘애칭’에 대해서 소개해보고자 한다.


대표적인 사람은 바로 홍진호다. 데뷔 초 훈훈하게 잘생긴 외모로 스타계의 배용준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던 그는 대회에서 2등을 거듭(현역 시절 22번의 준우승)하면서 ‘2’의 상징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게 됐다. 홍진호가 2등의 대명사로 불리우자 그의 성씨인 ‘홍’을 유사한 발음인 ‘콩’으로 놀리기도 했고, 준우승을 계속하는 선수들에게는 홍진호의 후계자라는 의미로 그의 애칭 중 하나인 ‘콩’을 따 콩라인이라는 계보까지 생겨났다.

홍진호의 다른 유명한 애칭은 ‘황신’이다. 넥슨이 만든 퀴즈게임 ‘큐플레이’에서 임요환이 정답이었던 문제를 두 명의 유저가 황진호라고 답한 것이 커뮤니티에 ‘짤림 방지’라는 의미로 널리 알려지면서 불리게 된 애칭이다. 공교롭게 그의 애칭 중 하나인 ‘콩’이 황색이라 2인자들의 신같은 존재라는 뜻에서 사용됐다.

지금으로 부터 10년전인 2009년 6월 20일 당시 공군 소속의 홍진호가 당대 최강의 프로토스 김택용을 상대로 특유의 폭풍 스타일로 무려 735일만에 승리를 거뒀는데 오후 2시 22분 22초를 전후해서 경기가 끝나면서 더욱 화제가 됐다. 그 바람에 ‘2’와 연관된 2월 22일 오전 2시 22분 22초는 ‘황일 황시’라며 매우 성스러운 시간으로 불리기까지 한다.

부산 동래구 출신의 스타2 프로게이머 박수호는 자신의 대회 콜사인을 ‘동래구’라고 명명했다. 스타2 강자 중 하나였던 박수호는 동래구를 세계에 널리 알린 업적에 힘입어 2012년 3월 26일자 동래구청 구보에 올라오기도 했고, 후일에는 동래구 사이버 홍보대사를 맡기도 했다.

‘투신’이라는 애칭은 두 선수에게 사용됐다. 첫 번째는 스타리그서 최초로 저그 우승을 차지했던 박성준은 싸움을 잘한다는 의미에서 ‘투신’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뒤를 돌아보지 않는 저돌적인 공격성으로 박성준은 스타리그 역사상 저그 최초의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LOL 프로게이머 킹존의 서포터 박종익도 ‘투신’으로 불린다. LOL 프로게이머 데뷔전 던전앤파이터를 즐겨했던 그는 던전앤파이터의 최상위등급 중 하나인 ‘투신’을 그대로 자신의 소환사명으로 선택했다.
프로 초창기 시절 성적이 나오지 않자, ‘던질 투, 몸 신’으로 비꼬는 소리를 듣기도 했으나, 리그의 대표적인 공격형 서포터로 자리잡자 ‘싸울 투, 귀신 신’이라는 의미로 달라지면서 팬덤까지 생기게 됐다.

애칭하면 KT의 원거리 딜러 ‘프레이’ 김종인도 빠질 수 없다. 2012년 데뷔한 김종인은 드래곤볼 등장 캐릭터는 도도리아를 닮았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애칭이 되기도 했다. 초기에는 싫어하는 별명이었지만, 팬들이 이 별명을 좋아하자, 전투력을 측정하는 세리머니로 본인도 이제는 즐기고 있다.

그 덕에 김종인이 하는 챔피언앞에는 ‘도’가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경우가 생겼다. ‘뱅’ 배준식의 이즈리얼을 ‘뱅즈리얼’로 부르듯, 김종인이 드레이븐을 하는 경우는 ‘도레이븐’ 이즈리얼은 ‘도도리얼’로 비유하고는 한다.
김종인의 다른 대표적인 애칭은 ‘교수님’이다. 지난해 MSI 준우승과 리프트라이벌즈 등 국제대회 부진하면서 붙은 아이러니한 애칭으로 LOL 커뮤니티에서는 대표적인 애칭이 됐다. ‘롤을 못해’라는 뜻으로 ‘로를 몬테 교수’가 기원이라고 할 수 있다.

‘데프트’ 김혁규는 낙타과의 동물 ‘알파카’로 통한다. 자신의 포지션인 원거리 딜러에 맞춰서 날래고 재빠르다는 의미의 ‘데프트(deft)’를 소환사명으로 정했던 그는 알파카를 닮은 외모가 알려지면서 ‘알파카’라는 애칭이 사실상 고정된 상태다. 심지어 본인도 팬들이 불러주는 ‘알파카’라는 애칭을 좋아하기까지 한다.

다른 선수들의 애칭까지 소개하기에는 지면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애칭들은 당사자의 성향이나, 발생했던 해프닝 등 다양한 상황에서 만들어진다. 대중들의 인식을 깊숙이 파고드는 애칭은 이제 선수들과 떼어놓기는 쉽지 않은 세상이 됐다.

/글=고용준 기자 scrapper@osen.co.kr